반비의 첫 책 <철학 연습>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성의 근육을 움직여 삶을 더 삶답게 만드는 연습!
“시인이자 철학자인 서동욱의 글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들뢰즈, 라캉 등,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임에도, 그가 말하면 머리를 싸매고서도 따라나서게 된다. 서동욱의 글은 깊은 넓은 철학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정갈하게 빚은 음식을 여러 접시에 올린 요리상처럼 현란하고 다양하다. 철학자들의 이름을 붙인 요리가 있는가 하면 철학 주제들을 다룬 요리도 있다. 어느 하나 내치기 힘들 정도로 식욕을 자극한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들이 주로 쓰는 개념들을 맛보고 아는 데는 이만큼 좋은 식사도 없을 것이다.” ―강영안(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철학이 세계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방식에서부터라면 지금도 나는 가장 앞자리 책상에 앉아 말똥말똥하게 그가 건네준 철학의 작은 곁을 지키고 있다. 독자들이여, 저자의 말대로 운동화를 신고 이 책을 따라가보야야 한다. 이 책은 철학을 여행이라 부르는 자들에게 근사한 히치하이킹이 되어줄 것이다.” ―김경주(시인, 극작가)
스피노자에서 데리다까지,
돈 쓰는 일의 어려움에서 스마트폰 시대의 책읽기까지,
삶의 골칫거리들과 현대철학의 고민거리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나?
이 책은 현대철학에 대한 쉬운 안내서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한 서동욱의 독창적인 에세이이다. 책은 1부 ‘이론’과 2부 ‘연습’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현상학(실존주의), 구조주의(탈구조주의)라는, 현실에 특별히 밀착했던 두 흐름을 중심으로 주요 철학자들을 살핀다. 각 꼭지 뒤에는 철학자들의 핵심 개념과 저작에 대한 설명, 더 공부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국내외 자료들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철학자들의 대표 저작을 백과사전을 참조해 정리한 자료가 아니다. 저자가 20년 이상 공부해온 내용을 압축해 알짜배기만 담아놓은 노트나 마찬가지이다. 단 한 줄의 설명에도 저자의 내공이 스며들어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이론을 바탕으로, 주제를 앞세워 생각을 전개시키는 에세이들이 등장한다. 존재와 무, 차이와 환대, 진리, 진짜와 가짜 등 고전적인 주제에 관한 논의들을 현대철학 버전으로 재정비한 글들이 준비운동을 돕는다. 그러고 나면 돈, 사랑, 외모, 스마트폰 시대의 책읽기와 글쓰기 등 현대적 삶의 국면이 철학의 언어와 만나는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책 곳곳에 실린 올컬러 사진들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철학, 이보다 쉬울 순 없다!
학생부터 주부까지,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마옴속에 간직한 이들이라면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오해하지 마시라. 쉽게 썼지만 현대철학이 품고 있는 깊이를 무시한 채 단순화하고 도식화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통해 철저히 소화된 이야기만을 실었다. 또 철학자들이 고심했던 문제를 소개할 때, 그 치열함과 진지함을 가능한 한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령 스피노자나 키르케고르 철학이 당대의 네덜란드와 덴마크 사회와 어떤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는지,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문장으로 귀결되는 ‘의식의 익명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 어떤 경험과 연관되어 있는지, 다음과 같은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네덜란드는 자유와 예속의 체험 모두를 통해 스피노자의 사유를 자극했다. 스피노자가 유대인 공동체로부터 당한 파문을 감수한 것,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교수 초빙을 거절한 것 등은 모두 그의 삶 전체가 예속에 맞서 자유를 획득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하나의 작품임을 알려준다.(31쪽)
의식은 말을 통해 대상에 의미 부여를 하고 의미를 통해 대상을 규정하는 일을 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사르트르가 자신의 성장에 관해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다시 태어났다. 글을 쓰기 전에는 거울 놀이밖에는 없었다.” 거울 놀이 속에서 자기 시선을 통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소극적인 방어를 했던 어린이는, 이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의식 바깥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규정하려고 한다.(96쪽)
이렇게 철학자들의 사유가 발을 디디고 있는 구체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하는 장치 역시 이 책이 깊이를 양보하지 않고서도 쉽게 읽힐 수 있는 비결이다.
관상학자의 따귀를 때리고, 골상학자의 머리를 깨부수라는 헤겔의 조언처럼, 의외의 면모를 만나고, 또 “동등하고 친구였지만 동류는 아니었던”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처럼 철학자들 사이의 인연에 대해 알게 된다. 또 철학자들이 주고받은 영향을 따질 때도 학파보다 개념과 문제의식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현대철학의 고민거리들이 어떻게 줄기를 이루고 가지를 치는지 더 세밀하게 지도 그려볼 수 있다.(특히 책의 이런 부분들은 저자의 독창적인 서술인 경우가 많다. 가령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를 거쳐 들뢰즈로 이어지는 ‘반복’이라는 주제의 계보학이 그 예이다.)
헤겔의 변증법에 맞서서 키르케고르가 내세우는 것은 바로 ‘반복’의 사상이다. 이 반복은 니체의 ‘영원회귀’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현대철학에 와서는 들뢰즈 같은 사상가가 자신의 반복 개념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키르케고르는 『반복』에서 이렇게 말한다. “반복은 새로운 범주로서, 새로 발견되어야만 하는 범주이다.” “반복은 현대적인 인생관이다.”(42쪽)
우리는 남에게 먼저 보이는 모습대로 우리 자신을 본다. 화장을 할 때 그 기준이 타인에게서 온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아울러 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대로 외부 대상도 본다. 선망하는 학교, 직업, 배우자 등은 타인에게 먼저 선망의 대상으로 보인 후, 내게도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의식적 차원에서 우리가 보기 이전에, 무의식적 차원에서 우리는 이미 보여지며 보여지길 바라고 있다는 것, 즉 무의식 안에 시선에 대응하는 충동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라캉은 메를로퐁티와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중요한 주제인 ‘무의식적 대상’과 그에 상응하는 ‘충동’의 사상을 발전시킨다.(116쪽)
현대철학의 핵심적 내용을 성실하게 소개하는 책이지만, 독창적이고 비평적이라는 말은 이런 뜻이다. 가령 책에서는 종종 우리 문학에서 찾은, 현대철학자들의 생각을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보려는 욕망을 지닌 눈이 근본적으로 탐욕적임을 지적하며 라캉은 이렇게 말한다. (...) 라캉에 따르면 심지어 『성서』에서조차 선한 눈은 단 한 군데서도 찾을 수 없다. 베푸는 눈 또는 선한 눈의 사례는 없는지 찾아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가령 임철우의 소설 「아버지의 땅」에 나오는 “눈매가 고운” 아버지의 눈은 어떤가?(156~157쪽)
철학을 연습해서 어디에 쓸까?
스피노자에서부터 데리다까지 철학자들의 주요 개념과 문제의식들을 살펴보고, 현대철학이 고민한 삶의 현장을 훑어보는 사이, 독자들은 철학적인 고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효용과 가치, 혹은 재미를 갖는지에 대해 나름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은 철학관의 도사들이 들려주는 장밋빛 미래나,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들이 선사하는 과거의 상처에 대한 값싼 치유와는 다르다.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몸을 움직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을 얻듯이, 그렇게 이성의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별세계의 사유가 아니다. 다만 운동을 쉬는 근육이 쉽게 잠들 듯 생각 역시 잠에 빠지는데, 철학은 이 생각의 잠을 깨우려고 한다. 생각이 잠들 때 관습, 소문, 편견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우리는 혹시 이런 머릿속의 악마들과 더불어 한평생을 어둠 속에서 보내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해보라고 주어진 단 한 번뿐인 삶인데!(7쪽)
철학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기쁨, 슬픔, 질투, 고통, 불안)이 깊숙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찾아내, 그 원인들과 당당하게 마주하게 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진짜로 대면해야 할 문제들을 밝혀주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이 출몰하는 현대의 삶에서, 정말로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것도 바로 철학이다.
주체가 죽은 시대에, 이 모범도 원본도 없는 복제물들의 파편을 가지고서 어떤 삶을 꾸며나갈 수 있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아바타와 RPG 게임이라는 시뮬라크르의 놀라운 생산자들 속에서 표류하는 우리가 오늘날 던져야 하는 윤리적•정치적 물음이란 이런 것이다.(259쪽)
통계나 호구조사 같은 ‘생각하지 않는 계산’이 아닌 진짜 사유의 내용을 담은 정보는 동굴 벽화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요술이 아닌 지적 노동의 담당 영역이며, 오로지 테오리아와 프락시스, 즉 성찰과 연마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기에 새로운 기기 또는 새로운 장난감을 구입한 이들은 짧은 설렘 뒤에 곧 허무에 빠지기 일쑤다. 인간의 지적 노동의 진보와 새 상품은 아무 상관이 없기에.
★ 지은이
서동욱은 벨기에 루뱅 대학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세계의 문학》과 《상상》 봄호에 각각 시와 평론을 발표하면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저서로 『차이와 타자―현대 철학과 비표상적 사유의 모험』, 『들뢰즈의 철학―사상과 그 원천』, 『일상의 모험―태어나 먹고 자고 말하고 연애하며, 죽는 것들의 구원』, 『익명의 밤』 등이 있고, 시집으로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이 있다. 역서로는 들뢰즈의 『칸트의 비판철학』, 『프루스트와 기호들』, 레비나스의 『존재에서 존재자로』등이 있다. 서울대, 서울예대, 연세대, 홍익대 등에서 철학과 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 서강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계간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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