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 Top5에게 주선하는 책 소개팅 (1) 백청강 편 / (2) 데이비드 오 편 / (3) 이태권 편 / (4) 셰인 편에 이어서 드디어 마지막 편!
손진영 편
미라클맨이 아니다. 돈가스맨이다. 나는 그를 돈가스맨이라 부르겠다. 노래가 ‘천명’이라는 이 처절한 청년에게 이 무슨 무례한 호칭인가. 위대한 멘토 김태원 님이 사사하신 저 근사한 별명을 두고 뜬금없이 돈가스맨이라니. 그러나 미안해도 어쩔 수 없다. 돈가스 튀김옷을 입히던 그 손길, 그 능숙한 손놀림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단 말이다.멘토 스쿨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유치원에서 일하는 엄마를 밤늦게 찾아간 이 청년. 카메라는 식당에 나란히 서서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나의 눈길은 화면 아래쪽, 돈가스 패티에 튀김옷을 입히는 이 청년의 손에 꽂혔다. 눈물로 노래하던 그 처절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 청년의 손은 쉬지 않고 적절한 양의 튀김옷을 골고루 패티에 묻히고 있었다. 그 리듬감, 그 속도!
분명 그것은 한두 번 해본 사람의 솜씨가 아니었다. 아마도 손진영의 엄마는 유치원에서 꽤 오랫동안 식당일을 해왔을 것이고, 아들 손진영은 꽤 오랫동안 엄마의 식당일을 도왔을 것이다.
아들이라고 다 돈가스 튀김을 돕지는 않는다. 손진영은 그 능숙한 손놀림만큼 고운 심성을 가진 것이 틀림없다. 멘토 김태원이 손진영의 그 처절함을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것은, 그래서 기어이 그를 미라클맨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은 그가 가진 선한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뭐, 아니면 말고.
선하기 때문에 더 처절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면, 그 처절함을 굳이 감추거나 삭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노래할 때는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니, 그건 멘토들의 충고를 따르시면 되고, 나는 손진영이 그 처절함을 아름답게 승화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한 권 소개하겠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간결한 제목의 책이다. 내용도 제목 그대로이다. 장 지글러라는 아주 탁월한 ‘가난’ 전문가(?)가 쓴 책이다.가난에 대해서는 가장 전문적인, 그러면서도 가장 쉽게 쓰인 책이 아닐까 한다. 장 지글러만큼 경험과 학식이 동시에 풍부하면서 관점이 날카로운 필자도 드문데 문장력까지 좋으니, 가수로 치면 노래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춤도 잘 추는데, 예능감마저 탁월한 아주 ‘재수 없는(?)’ 유형이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다.
인생의 처절함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은 생각보다 귀한 능력이다. 그러니까 이런 책을 읽으며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자, 공감하므로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자, 흔치 않다. 처절함이 나에게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때, 그 처절함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러 손진영에게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손진영의 그 처절을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여행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거의 히트를 친다. 일단 웃겨서 그런가 보다. 그의 책은 ‘고루’ 웃기기 때문에 아무거나 읽어도 상관없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을 추천한다. 외국 여행 별로 안 해봤을 손진영이 유럽 구경을 한번 해보는 데에도 적절할 것 같다. 빌 브라이슨은 잡학다식한 사람이니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소한 상식을 줍는 재미도 있겠다. 장 지글러가 손진영의 처절함을 자산으로 승화시켜준다면, 빌 브라이슨은 유머로 승화시켜줄 것이다.
아무리 처절한 캐릭터라지만 계속 처절에 관한 얘기만 하려니 조금 미안해진다. 이쯤에서 달달한 사랑 얘기를 해볼까 한다.
손진영은 어쩐지 연애도 진하게 할 것 같다. 사랑 앞에서 앞뒤를 재는 졸렬한 사람이 아닌 만큼, 사랑을 하면 일단 돌진하는 스타일 아닐까? 뭐 이것도 아니면 말고다.
어쨌든 그래서 손진영에게 아주 제대로 하는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해주고 싶다. 하고 많은 사랑타령 중에 손진영과 어울릴 만한 것으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오른다. 어딘가 투박하면서도 간절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시인 백석의 감성이라면 손진영이 한눈에 반할 것 같다. 그런 백석을 만나는 좋은 통로로 <백석의 맛>을 추천한다. 백석의 시와 함께 그의 시에서 언급된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타령보다 음식타령이더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서 더 백석을 만나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일단 이 책으로 백석을 한번 음미한 다음, 본격적인 사랑타령이 더 궁금해지면 백석 시집과 전집들을 찾아보면 된다. 백석의 시는 모두 멋지다. 백석이라면 처절함에 가려져 있던 그의 다른 감성들, 애틋하고, 따사롭고, 애절하고, 순수한 종류의 감성들을 깨워 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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