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에디터김의 워킹데이즈

이메일에 매달려오는 ‘인간미’ 한 조각




이메일에 매달려오는 ‘인간미’ 한 조각



편집자 일의 3할쯤은 이메일 쓰기와 이메일 받기다.

특히 나처럼 전화 통화를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편집자는

이메일 활용도를 업무의 5할까지 끌어 올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이메일 끝에 매달려오는,

간단한 메시지들을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대개는 온라인 명함을 디폴트로 정해 두지만,

때로 시 한 구절이나, 멋진 책 속 인용구들을 적어두어,

기계를 매개로 연결된 건조한 인간관계에

‘인간미’ 한 조각을 보내오는 다정한 사람도 있다.

오늘도 그런 이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인간미에, ‘광대한 스케일’까지 겸비한,

한마디로 멋진 인용구가 매달려 있었다.


첫째, 남에게 친절하고 도움 주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라.

둘째, 연민과 사랑을 태양처럼 하라.

셋째, 남의 허물을 덮는 것을 밤처럼 하라.

넷째, 분노와 원망을 죽음처럼 하라.

다섯째,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처럼 하라.

여섯째, 너그러움과 용서를 바다처럼 하라.

일곱째, 있는 그대로 보고, 보는 대로 행하라.

-잘랄루딘 루미


밤처럼, 땅처럼, 바다처럼, 하는 단어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그 ‘장대한 스케일’이 한 평 남짓한 내 자리와 비교되면서,

잔잔한 감동이 ‘바다처럼’ 밀려온다.


2012.1.10. 에디터 김


p.s 사실 저 인용구에는, 원래 일곱째 문장에만 마침표가 있었다.

그걸 재인용하면서, 나머지 여섯 개 문장에도 모두 마침표를 찍었다. 아핳핳.

찍고 보니, 저 글을 모두 한 문장이라고 간주한다면,

마침표를 마지막에 한 번만 찍는 것도 옳다는 생각이 든다. 아핳핳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