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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에디터김의 워킹데이즈

1리터는 들어줘야 편집의 완성?



1리터는 들어줘야 편집의 완성?


출판사에 취직하고 월급을 따박따박 받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커피를 원 없이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다.

학생 시절에는 2천 원짜리 로즈버드 커피도 학생 신분에 ‘된장질’이 아닌가 하고

자체 검열을 하곤 했는데, 돈을 벌게 되면서 그 검열의 기준이 아주 느슨해진 것이다.

한창 카페라떼에 심취해 있을 때는,

‘커피만큼은 아낌없이 마시리라! 그것이 된장질이라면 기꺼이 된장녀가 되리라!’

라며 다짐하기도 했다.


유독 카페인에 예민한 덕분에, 커피 한 컵만 마셔도

정신이 또랑또랑해지는 것은 커피를 사는 데에

그럴듯한 근거도 되었다. 커피를 마시면, 일의 능률도 오르잖아? 


매일같이 습관처럼 마시다 보니,

점점 카페인 수용량이 늘어나 하루에 두세 잔쯤 마셔도

밤잠을 자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는 몸으로 거듭났다.


그러다 마침내, 올 여름에 1리터 커피에 도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 앞에 있는 수많은 커피숍 중에서, 무려 1리터짜리

특별 제작 커피를 파는 가게가 생겨난 거다.

‘1리터는 들어줘야 패션의 완성!’이라는 유머 넘치는 카피를 달고 있는

이 커피에는 무려 4샷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간다.


하루 종일 마셔도 다 먹기 힘든 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제아무리 카페인에 단련된 몸이라도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시 ‘1리터는 들어줘야 편집의 완성’이 아니겠는가!


그 덕분에 6월부터 한여름 같은 요즘,

아침마다 1리터의 유혹에 시달리는 중이다.

  

2013.6.13 에디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