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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책

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

파격과 야성의 요리사 열전



시위 현장에서, 문화유산에서, 쓰레기장에서, 감옥에서…


일용할 양식을 만드는 요리사들에게 삶과 음식의 의미를 묻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 세계 방방곡곡 17인의 요리사는 삶과 요리 방식, 음식 철학 자체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이다. 산뜻한 유머, 새콤한 기발함, 달콤한 재미, 짭짤한 눈물, 매콤한 아이러니, 뒷골을 짜릿하게 만드는 기이한 인생 역정이 다채롭고 화려한 향연을 펼쳐 보인다. 

—성석제(소설가)


요리사들의 한마디는 오래도록 가슴에 아프게 남는다. 음식과 요리란 결국 우리가 사는 시궁창 같은 세상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이 책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박찬일(요리사)



겉멋도, 수줍음도 없이 오직 일용할 음식만을 만드는 진짜 요리사들

그들을 찾아 떠난 유쾌하고 호탕한 오디세이!

세상에 요리는 많고, 요리사는 더욱 많다. 두메산골이든, 사막이든, 심지어 감옥이든 사람의 그림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음식이 있고 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있다. 요리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소재가 없다면, 요리사에게도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음식을 만드는 환경이 독특할수록,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 역시 남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저자 후안 모레노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를 간직한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나라와 국적을 불문하고 저자가 발굴한 요리사의 리스트는 화려하다. 텍사스 교도소에서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준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알프스의 두메산골에 있는 700년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하는 할머니도 있고, 반핵 시위 현장을 찾아다니며 시위자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있다.

이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는 세상의 어느 화려한 요리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들의 주방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증, 친구와의 우정, 가난의 추억, 이룬 줄 알았던 꿈과 뒤늦게 알게 된 인생의 진실들이 지글지글 익어간다.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동안, 요리와 인생은 어느새 한 덩어리가 되어 페이소스 가득한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그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한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주방에서 최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에 관한 책이자, 그들이 주방에서 완성해낸 인생의 깊이에 관한 책이다.





① 길거리부터 감옥까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주방들!

책에 등장하는 17명의 요리사들이 서 있는 주방은 다채롭다. 여기에 평범한 주방은 하나도 없다. 각 요리사들이 서 있는 주방은 그 자체로 요리의 목적과 요리사의 인생을 반영한다.

이탈리아 출신 요리사 프랭크 펠레그리노가 운영하는 뉴욕의 레스토랑에는 영화 「대부」로 그 낭만이 절정에 달했던, 이탈리아 마피아의 추억이 가득 서려 있다. 우간다의 요리사 오톤데 오데라는,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의 주방에서 일했다. 스위스 할머니 오타비아 파서가 일하는 ‘카사 칼라바이나’는 알프스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는, 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게스트하우스이며, 케냐의 아기 엄마 페이스 무토니는 나이로비 최대의 쓰레기장인 단도라 쓰레기 집하장 안에 간판도 없는 식당을 열었다.

주방이 따로 없는 요리사도 있다.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 ‘레인보 워리어’를 시작으로, 시위 현장만 찾아다니며 요리하는 독일인 밤 카트에게는 거리가 곧 주방이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요리하는 그는 반핵 시위대 사이에서 이미 유명 인사이다.

유럽으로 건너가려고 임시로 난민 캠프에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요리사 이매뉴얼 존도 캠프의 어느 공터에서 요리를 한다. 번듯한 집도, 교회도 없는 곳이니 주방이라고 갖춰져 있을 리 없다. 독일 요리사 제라르도 아데소는 원래 유명한 레스토랑에 근사한 주방을 가진 위풍당당한 셰프였지만 마약 거래 혐의로 수감되어 지금은 감옥에서 요리한다. 이 요리 천재는 감옥에서도 자기 음식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너털웃음을 웃는다.

요리 유튜브의 스타, 너스 티파는 작업실이 따로 없다. 미국 오리건에 있는 자기 집의 주방을 그대로 쓴다. 집 안 주방에서 찍은 요리 동영상으로, 폴 보퀴즈를 비롯해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동영상보다 수십 배 많은 클릭수를 얻어낸다. 물론 그 비결은 맛에 있지 않다. 그녀의 섹시한 옷차림에 있다.



② 개성만점 요리사들이 들려주는, 요리와 인생에 대한 비범한 통찰들!

저자는 이 개성 넘치는 요리사들을 찾아가 요리 레시피의 비밀을 캐묻는 대신,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다양한 인생 역정을 거쳐 온 이들 요리사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요리란 요리사의 꿈과 가치관, 무엇보다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임을 새삼 깨우쳐준다.


요리로 표현하는 삶의 원칙과 소신

어떤 요리사들에게 요리란 인생의 원칙과 소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들에게 요리는 결코 삶의 원칙과 분리되지 않는다. 시위 현장에서 요리하는 밤 카트가 대표적이다. 밤 카트는 채식주의자다. 수십 년간 요리를 했지만 스테이크가 어떤 맛이 나는지 알지 못한다. 고기는 먹어본 적도, 요리해본 적도 없다. 원칙주의자인 그에게 요리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밤 카트는 늘 이렇게 주장한다. ‘밥이 없으면 혁명도 없다.’ 그의 인생 모토는 이 한마디에 압축되어 있다.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길 사람도 있어야죠.”

독일에서 꽤 성공한 축에 드는 요리사 빈센트 클린크도 요리사의 사명에 누구보다도 충실하다. 이름난 요리사들이 슈퍼마켓 광고에 출연하는 것에 분개하는 그는 “콘플레이크를 먹을 바에는 그 포장지를 먹어라. 그게 건강에 더 좋다.”고 일갈한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추억이 서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랭크 펠레그리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리이다. 마돈나도 빌 클린턴도 그의 식당에서 테이블을 얻지 못했다. 주인의 친구들로 식당이 향후 몇 년간 예약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유명 인사들을 대접하자고 먼저 예약한 친구들의 식탁을 빼앗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물론 가끔 예외는 있다. 펠레그리노는 그 예외의 기준을 이렇게 설명한다. “단기 예약도 받아요. 현직 대통령이나 교황처럼 높으신 분의 경우에는.”



요리가 가져다준 인생의 반전과 행운들

어떤 이들에게 요리는 인생의 항로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뜻밖의 행운을 움켜쥐고 인생 역전의 기회를 포착한 롤러코스터 요리 인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더욱 각별하다.

우간다의 시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오톤데 오데라는 어린 시절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다. 음식에 양념을 하면 더 맛있어진다는 것도 당연히 몰랐다. 하지만 우연히 배운 서양 요리로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했고 큰돈도 벌었다. 독재자를 위해 일했다는 낙인은 그 행운에 딸려온 부산물이다.

요리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동네에서 태어난 니하드 마멜레지야는 남자답게 군인이 된 뒤에야 요리사의 꿈을 자각했다. 그 때문에 보스니아 내전에서 끔찍한 전투를 치른 후에 요리사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성공한 요리사이자,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요리사 중 가장 과묵한 요리사다. 그는 고든 램지 같은, 유럽이나 미국의 유명한 텔레비전 요리사들이 흔히 쓰는 ‘전쟁 같은 주방’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진짜 전쟁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를 보고 있으면 “고든 램지 같은 요리사는 펑크족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술회한다.

스페인 식당 주인 토리비오 안타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스타가 된 경우이다. 투우 경기 중에 죽은 소꼬리로 요리를 만들어 팔겠다는 아이디어였다. 맛은 별로 없지만 스페인에는 투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이 요리는 불티나게 팔렸다.

독일의 천재 요리사 후안 아마도르는 어렵게 획득한 미슐랭 별 3개를 앞세워 전 세계의 돈을 긁어모은다. 그는 단언한다. “별 3개 식당으로 돈을 못 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별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이 빌어먹을 주방’에서 나갈 날 또한 꿈꾼다.



요리라는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

간절히 원하지는 않았으되, 그저 운명처럼 요리사가 된 이들도 있다. 이들은 그저 자신 앞에 놓인 삶을, 삼시 세 끼를 만들듯 묵묵히 이어간다. 나이로비 최대의 쓰레기장에서 매일 똑같은 음식만 만드는 페이스 무토니에게, 요리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운명이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먹고살려면 매일 음식을 해서 팔아야 한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와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며 찬사를 쏟아내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오타비아 파서는 그런 기자들의 호들갑에 시큰둥해한다. 정작 파서는 전원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두메산골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서 평생 거기 머물렀을 뿐이다.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해, 옛날 방식 그대로 요리할 뿐이다.

텍사스 교도소에서 10년 가까이 200명이 넘는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음식을 만들어주었던 브라이언 프라이스에게도, 그것이 운명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이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이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주었던,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



본문 속으로 


그럼 월요일 테이블을 얻지 못한 사람은 누가 있는가? 대표적인 인물이 마돈나이다.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자리가 나려면 단골이 자리를 반환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반환은 극도로 드물다. 마돈나는 그것이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팝 여가수에게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가엾은 여자에게 프랭키 노는 노라고 말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단기 예약도 받아요. 현직 대통령이나 교황처럼 높으신 분의 경우에는.” (20~21쪽, <프랭크 펠레그리노> 편 중에서)


아직 궁금한 것이 두 가지 더 있다. 아민은 소문대로 인육을 먹었을까? 그가 미소 짓는다. “명세하건대 우리 냉장고에 인육은 없었습니다. 적들이 무서워하라고 일부러 퍼트린 소문이었지요. 그는 식인종이 아니었습니다.” (51쪽, <오톤데 오데라> 편 중에서)


다임러에 기업 할인을 해주지 않는 소수의 슈투트가르트인 중 한 사람, 분주한 남자, 민첩한 남자, 시건방진 놈, “콘플레이크를 먹을 바엔 차라리 그 포장지를 먹어라. 그게 더 건강에 좋다.”는 명언을 전하는 대사. 이 모두가 빈센트 클린크다. 「무직칸테슈타틀」의 사회도 볼 수 있을 것처럼 생겼지만 텔레비전은 아예 안 보는 남자. 건실한 요리와 건실한 사상을 헷갈리게 만드는 남자. (59쪽, <빈센트 클린크> 편 중에서)


시위 현장에 자주 들르는 사람이라면 밤 카트를 모를 수 없다. 나이도 지긋한데다 이미 슈타트반 베스트와 퍼싱II 시절부터 시위 현장을 지켰기 때문이다. 밤은 일종의 혁명 요리사이다.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 요리한다. 경찰이 경찰봉과 살수차,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하고, 시위대는 구호와 돌, 물감 봉지로 맞서는 동안 밤은 거기서 멀지 않은 야전 취사장에서 열심히 요리한다. (75~76쪽, <밤 카트> 편 중에서)


당시 레스토랑 비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오타비아의 요리법이었다. 그리고 인근의 재료만 사용한다는 사실, 재료의 생산자들이 다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주방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슈바이처 하이마트슈츠는 몇 년 전부터 카사 칼라바이나를 ‘스위스에서 가장 특이한 호텔’ 중 한 곳으로 지정했다. 스위스의 마지막 두메산골에서 일흔을 넘긴 두 노인이 운영하는 호텔.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온다. 주변에 스키장도 없는데 요즘엔 겨울에도 몰려온다. 심지어 크리스마스에도 온다. 예전 같으면 사람 그림자도 없을 때다. 오타비아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101~102쪽, <오타비아 파서> 편 중에서 )


빵을 굽는 날엔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학교에 들고 갈 빵을 나눠주셨지만 그러지 못한 날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들아, 오늘은 알아서들 먹어야겠다.” 치커리 순, 오그랑 양배추, 돌버섯이나 숲의 산딸기를 따먹었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숲에건 이웃집 밭에건 먹을 건 언제나 있었다. 겨울이 되어 먹을 걸 구할 수 없을 땐 나무를 해다 팔았다. “죽으란 법은 없어요. 한 번도 굶은 적은 없지요. 하루 한 끼로 때울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굶지는 않았어요. 죽으란 법은 없거든요.” 게리가 양파 껍질을 까는 광경을 본 사람은, 양파를 얼마나 알뜰하게 쓰는지 본 사람은 이 이야기가 지어낸 게 아니란 걸 안다. (111쪽, <제라르도 아데소> 편 중에서)


그는 어떤 이탈리아인에게서 금광을 샀다. 금광에선 금만 빼고 모든 것이 다 나왔다. 화가가 되려고 해보았지만 끔찍한 그림만 그렸다. 말을 사육해 미국 3대 경마 경기 중 하나인 켄터키 더비에서 300만 달러의 우승금을 받으려 했지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자식, 금광, 그림, 경마…… 다 망했어. 주방에서만 잘됐지.” 그것도 진실이다. 42개의 좌석은 저녁마다 4번씩 찬다. (159쪽, <파스콸레 탈리에르초> 편 중에서)


니하드는 한 번도 방송에서 욕을 해본 적이 없다. 공격적인 언행을 하거나 기분 나빠한 적도 없다. 정반대로 너무 정중하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인생에 관해 알게 될수록 고든 램지 같은 요리사들은 펑크족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강해진다. (165~166쪽, <니하드 마멜레지야> 편 중에서)


「프라이드 치킨 브레스트 비디오」의 러닝타임은 정확히 10분이다. 프라이드 치킨 브레스트란 튀긴 닭 가슴살이라는 뜻이다. 화면 속 요리사의 이름은 너스 티파로, 몸에 꼭 끼는 하얀 간호사 유니폼을 입었다. 그래서 약간 당혹스럽다. 요리 비디오이기 때문이다. 티파의 간호사 복장은 끈 없는 하얀 망사 스타킹 윗부분에서 끝난다. 스타킹이 약간 흘러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여자들만 아는 사실이다. 남자들은 티파의 가슴만 쳐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슴은 엄청나게 크다. (182쪽, <너스 티파> 편 중에서)


진실은 텍사스 주민 대부분은 한 번도 사형 제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찬성하는 이유는 그저 모두가 찬성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이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알아서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제일 많이 주문하는 음식이 뭐냐고요? 감자튀김과 초콜릿 케이크를 곁들인 치즈 버거입니다.” 많은 이들이 스테이크를 주문했었다. 그가 그 일을 시작하던 초기만 해도 스테이크가 허용되었다. 고기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감옥에 자체 도축장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금지되었어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어요.” (203쪽, <브라이언 프라이스> 편 중에서)


그는 동독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이다. 골프 선수나 투우사처럼 이국적인 존재이다. 그러니까 롤란트 알브레히트는 미식가이다. (273쪽, <롤란트 알브레히트> 편 중에서)


“동독은 요리가 아니라 식재료 공급에 실패했던 겁니다.” 나중에 그는 동독 음식들과 화해했다. 쓸 만한 식재료가 공급되지 않으니 음식을 그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궁에 있던 우리는 예외였습니다. 산딸기가 필요하다고 하면 여단이 출동해 딸기를 따왔죠. 궁이 항상 우선이었거든요. 하 지만 다른 사람들은 힘들었습니다.” (279쪽, <롤란트 알브레히트> 편 중에서)


물론 아마도르 타파스 바의 음식이 그의 레스토랑만큼 좋을 리는 없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별 3개의 아우라이다. 이 세상에는 이상한 법칙이 통한다. 일단 요리를 아주 잘하면 질 나쁜 음식으로 도 부자가 될 수 있다. (298~299쪽, <후안 아마도르> 편 중에서)


이매뉴얼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요리사다. 그의 가장 큰 꿈은 유럽의 아무 주방에서든 일하는 것이다. 제일 일하고 싶은 곳은? 연거푸 세 번을 물은 기억이 난다. 그의 대답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 장 일하고 싶은 곳은 맥도날드였다. 그것이 그의 꿈이다. 맥도날드.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꿈을 위해서 라면 목숨도 바치겠어요.” 나는 이매뉴얼을 자주 생각했다. 그렇게 작으면서 동시에 그렇게 도달하지 못 할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308쪽, <이매뉴얼 존> 편 중에서)



추천사

이것은 흔한 요리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 만약 ‘스테이크와 광란의 밤을 보내는’ 특급 요리사와 ‘그릴의 불구덩이를 견디는’ 요리사들의 무용담, 알랭 뒤카스나 폴 보퀴즈의 성공담이 듣고 싶다면 이 책을 매대에 도로 내려놓으라. 이 책에는 맛대가리가 없을 게 분명해 보이는 열 몇 개의 레시피와(마니오 크 가루를 찬물에 개서 소금과 후추를 넣으라는 게 전부인 요리도 있다.) ‘맛이라고는 전혀 없는 밋밋한’ 수프 를 만드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자랑스럽게 나온다. 물론 그의 음식을 먹은 이들이 세계화 반대 시위대였 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나로 하여금 다시는 ‘전쟁 같은 주방’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게 만든 동유럽 인종청소 시절의 요리사, 콘플레이크를 먹을 바에는 차라리 그 포장지를 먹으라는 요리사,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 염소 고 기를 바친 요리사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잘난 스타 요리사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성공의 ‘뒷담화’ 대신 미슐랭의 별을 잃을까 진짜로 두렵다고 징징대는 목소리를 전하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덧붙이자면, 한 사람당 딱 한 장씩만 나오는 사진은 정말 죽인다. 헐렁한 백지에 고딕으로 박아 넣은 요리사들의 한마디는 오래도록 가슴에 아프게 남는다. 음식과 요리란 결국 우리가 사는 시궁창 같은 세상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이 책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박찬일(요리사)


세상에 요리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흔치 않다. 재료에서 조리, 도구, 전통과 역사, 맛보기, 먹기, 나누기, 감식과 감동에 이르기까지 이야기의 함량과 밀도가 소설만큼이나 높다. 그러니 요리를 하는 사람, 요리사는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 세계 방방곡곡 17인의 요리사는 삶과 요리 방식, 음식 철학 자체가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이다. 산뜻한 유머, 새콤한 기발함, 달콤한 재미, 짭짤한 눈물, 매콤한 아이러니, 뒷골을 짜릿하게 만드는 기이한 인생 역정이 다채롭고 화려한 향연을 펼쳐 보인다. 이 책에 들어 있는 17가지의 진미를 맛보고 나면 화학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가짜 요리와 인스턴트 음식이 판치는 세상에서, 진실한 삶과 진짜 인간을 구별하는 절대 미각이 생겨날 법하다.

—성석제(소설가)



차례


프롤로그

1 프랭크 펠레그리노 | 뉴욕, 미국 | ‘라오스’ 

  셰프 마피아의 추억을 간직한 뉴욕의 레스토랑 주인

2 오톤데 오데라 | 우간다 

  우간다의 검은 히틀러, 이디 아민의 전속 요리사

3 빈센트 클린크 |슈투트가르트, 독일 | 

  ‘빌란츠회에’ 셰프 자연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똑똑한 요리사

4 밤 카트 | 브란덴부르크, 독일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5 오타비아 파서 | 뮈슈타이르, 스위스 | ‘카사 칼라바이나’ 셰프 

  알프스 두메산골의 700년 된 게스트하우스에서 요리하는 할머니

6 제라르도 아데소 | 뮌헨, 독일 | ‘일 가토파르도’ 셰프 

  한 번도 요리책을 본 적 없지만 감옥에서도 요리를 쉬지 않는 천재

7 페이스 무토니 | 나이로비, 케냐 

  나이로비 최대의 쓰레기장 안에 레스토랑을 연 여인

8 파스콸레 탈리에르초 | 이스키아, 이탈리아 

  요리 실력과 허풍 실력을 겸비한 요리사

9 니하드 마멜레지야 | 사라예보,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군인으로 싸우다 봅슬레이로 탈출한 요리사

10 너스 티파 | 오리건, 미국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린, 요리 유튜브의 스타

11 브라이언 프라이스 | 텍사스, 미국 | 

   ‘더 웨이 스테이션’ 셰프 200명의 사형수에게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준 요리사

12 라시드 |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마약을 넣은 음식을 만드는 남자

13 야레드 하일레실라시에 | 에티오피아 

    요리로 한 번, 마라톤으로 또 한 번 구원받은 육상 선수

14 마리 카르멘 & 토리비오 안타 | 마드리드, 스페인 | 

   ‘카사 토리비오’ 셰프 세계 최초로 투우 꼬리를 메뉴에 올린 부부

15 롤란트 알브레히트 | 베를린, 독일 | ‘잔더’ 대표 

   뒤늦게 사회주의 음식과 화해한 구동독 출신 미식가

16 후안 아마도르 | 랑겐, 독일 | ‘아마도르’ 셰프 

    미슐랭 별 3개를 앞세워 전 세계의 돈을 긁어모으는 요리사

17 이매뉴얼 존 | 나이지리아 

    다섯 살 때부터 맥도날드 요리사를 꿈꾸어온 남자

감사의 글 


저자 소개


후안 모레노 Juan Moreno

1972년에 스페인에서 태어나 뮌헨저널리스트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까지 독일의 대표적인 일간지《쥐트도이체차이퉁》에 인기 칼럼을 썼다. 현재 베를린에 살면서 서독일 방송국(WDR)의 사회자이자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미르코 탈리에르초 Mirco Taliercio

1966년에 독일 바이덴에서 이탈리아 요리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면서《슈피겔》, 《슈테른》, 《쥐트도이체차이퉁 마가친》 등 다양한 매체에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현재 뮌헨에서 ‘스튜디오108’을 운영하고 있다.


번역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 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사물의 심리학』, 『마지막 사진 한 장』,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바보들의 심리학』,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사랑의 코드』, 『피의 문화사』, 『오노 요코』, 『누구나 혼자입니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변신』,『권력의 언어』 등 다수의 문학과 인문,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감수 박찬일 

서울 이태원의 레스토랑 ‘인스턴트 펑크’의 셰프. 1998년부터 3년간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했다. 피에몬테 소재의 요리 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요리와 양조’ 과정을 이수했고, 로마의 소믈리에 코스와 슬로푸드 로마 지부 와인 과정에서 공부했다. 저서로 『박찬일의 와인 셀렉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보통날의 파스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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