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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에디터김의 워킹데이즈

반짝 문장과 형광등 문장




반짝 문장과 형광등 문장

 

학교 다닐 때는 논설문에는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이 있다고 배웠다. 글쓴이의 주장을 오롯이 표현하는 중심 문장이 있고, 나머지 문장들은 그 중심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열심히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글에서, 첫 번째 문장이 중심 문장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뒷받침 문장이 된다. 뒷받침 문장을 잘 써야 중심 문장에 설득력이 생긴다. 어딘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대 때에 들었던 어느 글쓰기 강좌에서는 세상의 글에 뒷받침 문장이란 없다고 다시 배웠다. 모든 문장에는 주제가 들어 있다. 중심 문장을 단순히 뒷받침만 하는 문장이란 없다는 뜻이다. 주제가 들어 있지 않은 문장은 그저 필요 없는 문장일 뿐이다. 그런 문장은 쓸 필요가 없다. 이 말도 또 어딘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또 달라졌다. 여러 원고를 만지다 보면, 중심 문장도 아니면서 반짝반짝 하는 문장이 있다. 반짝 하고 빛을 내면서 독자의 마음으로 쏙 들어온다. 그런 문장이 마음에 쏙 들어오는 순간이, 비로소 글쓴이의 논리에 설득당하는 순간이다. 그런 문장은 꼭 중심 문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뒷받침 문장도 아니다. 글쓴이의 주장을 건조하게 표현한 중심 문장은 따로 있지만, 독자가 그런 문장에 곧바로 설득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뒷받침만 하는 문장이라 하기엔, 주제 의식이 도도하게 깔려 있다.

오히려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들이 이 반짝이는 한 문장을 위해, (좀 비유가 거시기하지만) 마치 형광등을 100개쯤 켜놓은 듯 봉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월에 나올 책의 원고를 매만지는 중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것이, 이 반짝 문장을 꺼내서 먼지를 탈탈 털고, 깨끗이 닦은 다음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조명빨을 제대로 받도록 다른 형광등 문장들을 착착착 배치하고 탁탁탁 불을 켜주는 같다는 느낌이 든다. , 그러니 문장들은 줄을 서시오!




이미지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34441401@N03/3977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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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3월에 출간될 책은 어떤 타이틀일지? 편집자가 반한 문장은 과연 어떤 것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