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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주제별로 책읽기

주제별로 책읽기 : 인문학의 핵심으로 가는 길

오늘 추가된 카테고리를 보셨나요? 반비 블로그의 연재글, 오늘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번 연재글은 "주제별로 책읽기"란 타이틀로 반비 편집자가 연재할 예정으로, 오늘은 우선 언제나처럼 '예고'편입니다. ^^ 어떤 글이 연재될 것인지, 예고편을 읽어주세요. :-)


주제별로 책읽기인문학의 핵심으로 가는 길


이 연재는 원래 언젠가 본 편집자가 인문학 공부 모임을 할 때 커리큘럼으로 활용하고 싶었던 리스트를 정리한 것이다. 한국현대사 스터디, 프로이트 스터디, 헤겔 스터디, 벤야민 스터디, 아감벤 스터디......보다는 좀더 독특한 주제로 책들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이 꿈은 10년째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있다.

동의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기서 다룰 주제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주제라고 생각한다.(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그들만의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주제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이 주제들을 우리 언어로 충분히 설명해낼 수 있을 때, 그제서야 우리 인문학이 제 길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를 읽고 나자 이런 생각이 망상이 아니라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카우프만은 인문학에서 다른 무엇보다 ‘비전’을 중시하는 학자다.(그래서 그에게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철저히 구분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분과별로 보자면 인문학에 포함되는 것은 종교, 철학, 미술, 음악, 문학, 역사 이렇게 6가지다.) 카우프만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과 아주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능숙하게 한데 묶는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자기가 훈련받은 것과 관련된 분야에서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와 동시에 인문학의 미래가 곧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렇게 명확한 신념을 가지고 ‘인문학’에 대해서 규정하는 논의는 본 적이 없다.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는 글들이 스스로 인문학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인문학은 좋은 것’ 정도의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반면 카우프만 할아버지의 경우, 그 명쾌함이 어느 정도냐 하면, 마지막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인문학 교육의 커리큘럼을 직접 학기별로 짜버릴 정도다. 그리고 그 커리큘럼에 의하면 제대로 인문학적 훈련을 받고자 하는 학생은 한 학기는 처벌에 대해, 또 한 학기는 죽음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이런 주제별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교과과정은 당연히 학제를 넘나든다.1)

카우프만 할아버지가 살아돌아오셔서 우리가 원하는 모든 주제들에 맞춰 이런 멋진 커리큘럼을 짜주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누군가 우리를 위해 커리큘럼을 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짜는 수밖에! 그래서 일단은 내 리스트를 공개하지만, 거기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보탤 생각이고,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의 리스트도 공개할 계획이다. 내 리스트는 음악과 미술까지 뻗어가지는 못하고, 책들에 제한된다.(적절한 책이 없다면, 저자들에게 이런 책을 써달라고 조를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리스트는 훨씬 더 다양하고 풍성한 방법론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재의 제목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은 가장 정직한 제목을 택하기로 했다. ‘주제별로 책읽기.’ 나는 이것이 인문학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1) 가령 죽음에 대해 배우는 학기의 커리큘럼은 이런 식이다. 죽음에 대한 과장되고 독단적인 주장들이 넘쳐나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보다는, 클로프슈토크에서 괴테, 릴케를 거쳐 벤에 이르는 독일 시인들의 시를 본다. 또 이들을 노발리스, 쉴러, 그리고 키츠 같은 시인들과 비교해본다. 그리고 캐테 콜비츠의 일련의 작품들을 본다. 그리고 <생명윤리학 백과사전>의 다양한 논문들을 살핀다. 또 노인학자와 의사의 강의를 듣는 것도 필요하고, 반드시 양로원과 병원에서 실질적인 일을 하도록 한다......



예고편, 어떻게 보셨나요? [주제별 책읽기]에서 다룰 첫 번째 주제는 바로 '늙음'으로, 약 7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본격 연재를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