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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저자와 함께!

<미리 쓰는 통일...> 출간 기념 대담 하이라이트 모음



1. 주성하: <국가의 사생활>을 읽어서 이응준 작가님을 알고 있었다. 통일을 핑크빛으로만 묘사하지 않은 드문 책이었기에 감명 깊었다. 경향신문에 이런 글이 실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수위여서 걱정이 많았다.


2. 이응준: 경향에연재 시작할 때 걱정했다. 나는 중도 자유주의 날라리고 북한 신정 파시즘 체제에 대해 극히 비판적인 사람인데 경향에 내가 통일에 관해 써도 괜찮겠냐 몇 번이나 되물었다. 결론적으로는 두 달 반 동안 아무 항의도 없었다. 너무 고독했다. 정말 아무도 안 읽은 것 같다. 


3. 주성하: 오늘 통일준비위원회의 면면이 발표되었는데 이응준 작가를 거기 보내고 싶다. 통일의 어둠을 직시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이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여객선 하나가 뒤집어져도 이렇게 우왕좌왕하는데, 과연 이 사회에 통일이라는 거대한 일을 감당할 매뉴얼이나 인력,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4. 이응준: 책을 내고 가장 많이 듣는 반응은 "통일이 그렇게 위험한 거면 안 하는 게 낫겠다"라는 것. 그나마 책을 열심히 읽은 분들 말씀이라 감사하지만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통일은 해일처럼 온다. 해일에 대고 연방제 통일이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소용없다. 나는 통일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라 통일의 '어두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둘을 구분해달라.


5. 주성하: 통일은 죽음이다. 통일에 대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에 대한 답이 이것이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싫어한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죽지만, 살면서는 늘 죽음에 대한 생각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6. 이응준: 북한 주민들의 그 엄청난 트라우마를 끌어안는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그게 남의 일이 아니다. 전사회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다 종교인, 상담사가 되어야 할 것.


7. 이응준: 통일에 관한 넌픽션 자체가 한국에 많지도 않지만 이 책은 '작가'가 썼다는 것이 차별성. 학자나 저널리스트가 쓴 매뉴얼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문학가가 쓴 것은 피에 스며야 한다고 생각. 피에 스민 이야기는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그래서 마침내 그 정보를 넘어서는 상황에 대해서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그 정보에 한해서만 유효하지만, 감각을 길러주는 책은 그 정보를 넘어서서 유효하다.


8. 이응준: 앞서도 밝혔듯이 나는 자유주의 날라리지만, 이 책에 정치의식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다는 것.(<국가의 사생활>에 나오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