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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책

달려라 코끼리: 라오스 코끼리가 9년 동안 남긴 우정과 교감의 발자국


달려라 코끼리 


라오스 코끼리가 9년 동안 남긴 우정과 교감의 발자국 



수의사가 열정으로 기록한,

이주 동물 코끼리가 한국 사회에 남긴 발자취!


글로벌 시대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 대부분 이국적인 동물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미 많은 이국의 동물들을 데려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호기심을 넘어 이 동물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동물인 코끼리라면?

2003년 6월 1일, 라오스에서 짠디, 쏘이, 템 등의 이름을 가진 코끼리 10마리가 우리를 찾아왔다. 코끼리 공연 사업을 기획한 회사를 통해 왔으니, 코끼리들은 ‘쇼의 배우’의 자격으로 온 셈이다. 그로부터 약 9년 동안 코끼리들은 인천, 서울, 광주 등 주요 도시를 다니며 한국 사람들과 지속적인 스킨십을 가져왔다. 정작 애초의 이주 목적이었던 공연 사업은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공연을 위해 조련된 코끼리였던 덕분에 이 코끼리들은 공연 외에도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와 교감을 나누었고 인상적인 추억을 쌓아갔다.

이 책은 바로 그 코끼리들의 9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추적한 것이다. 코끼리들의 세 번째 일터이자 보금자리였던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4년간 직접 이 코끼리들을 돌보기도 했던 최종욱 수의사는 우치동물원 시절을 포함해, 코끼리들의 한국 생활 풀 스토리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순간부터, 수익을 내지 못해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서울로 ‘이직’하던 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탈출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 시각 장애 아이들과 ‘장님코끼리만지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일, 두 마리 새끼 코끼리를 출산하던 일 등 코끼리가 한국 사회에 남긴 주요한 발자취를 빠짐없이 담았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 낯선 동물과 교감했고 우정을 나누었는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라오스 코끼리들의 한국 정착기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코끼리로 대표되는 이주 동물들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한다. 야생 동물 수의사로서, 한국에 온 이주 야생 동물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코끼리처럼 고향을 떠나 우리에게 온 낯선 동물들과 어떻게 교감하고, 또 이들에게 좋은 안식처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한다. 

 

①동물원 탈출 사건부터 새끼 코끼리 출산까지, 코끼리가 지나온 길!


우리의 코끼리들이 사람들에게 그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사건을 꼽자면 아마도 서울 어린이대공원 탈출 사건일 것이다. 코끼리들의 첫 일터였던 인천 송도유원지에서의 적자를 뒤로하고,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직’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코끼리 중 6마리가 느닷없이 공원을 탈출해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전무후무한 탈출 사건은 이날 저녁 9시 뉴스와 다음 날 일간지에 크게 보도되며 전국적으로 코끼리의 존재를 알렸다. 이 사건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꽤나 즐겁고 아름다운 여운을 남겼다. 코끼리가 들어갔던 식당 미가는 유명세를 누리면서 매출이 크게 올랐고, 작곡가 김태원은 질주하는 코끼리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4.1.9. 코끼리 탈출하다’라는 기타 연주곡을 만들기도 했다.

탈출 사건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긴 했지만, 사실 이 코끼리들은 국내에는 드문 ‘조련된’ 코끼리들이었던 덕분에, 각종 영화와 광고 등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오페라 「아이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KBS 드라마 「최강칠우」이다. 대형 야외 오페라 「아이다」에서 우리의 코끼리들은 이집트 코끼리로 분해 출연했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는 귀시장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동물로 등장했다. 드라마 「최강칠우」에서는 정3품 벼슬을 얻은 조선시대의 코끼리가 되었다. 텔레비전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내, 코끼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항공 화물에 대한 상징으로써 대한항공 광고에도 출연했다. 이 작품들은 코끼리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을 가진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교감을 나눈 사례라 할 수 있다.

시각 장애 학생들과 함께한 ‘장님코끼리만지기’ 프로그램은 코끼리들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발자국이다. 시각 장애 아이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각 장애 학생들이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그 경험을 미술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우치동물원을 방문해 직접 코끼리의 몸을 만져본 아이들은 그 촉감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었고 이는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며 아름다운 파장을 일으켰다. 시각 장애가 있으면 미술을 할 수 없다는 일반의 통념을 깨고, 코끼리를 중심으로 시각과 미술의 관계를 재치 있게 풀어낸 이 프로그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 사는 동안 두 마리의 코끼리를 출산한 일은 우리 수의학의 역사에 남긴 큰 족적이다. 동물의 출산이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사육 환경에서 코끼리가 정상적으로 출산하는 일은 확률적으로 극히 드물다. 하지만 코끼리들 중 쏘이와 봉이는 2010년에 각각 새끼 코끼리를 한 마리씩 출산했고, 이 과정은 임신 진단부터 꼼꼼히 기록됨으로써 우리 수의학에 중요한 지식으로 남게 되었다. 

 

②국경을 넘어온 동물들의 삶을 성찰하기!


코끼리들은 우리나라에서 사는 동안 행복했을까? 저자는 코끼리들의 9년간의 한국 생활은 이방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이주 노동자의 고달픔이 뒤섞인 고단한 삶이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끼리들은 더 나은 수익을 찾아서 인천에서 서울로, 다시 광주로, 결국은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타국에 와서도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람의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모습은 이주 동물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그 와중에 쿤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는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낯선 타국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코끼리에 대한 무지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도 한다. 코끼리 탈출 사건 때의 대처 모습은 가장 대표적이다. 코끼리는 덩치는 크지만 초식동물 특유의 겁쟁이인데도, 그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포획 작전에 나섰던 경찰, 탈출 이후 겁에 질려 있는 코끼리를 오히려 ‘폭도’로 묘사한 언론은 코끼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코끼리는 가장 인기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돌보기 까다로운 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주 동물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에도 좋은 참고가 된다. 야생 동물 수의사로서 동물원에서 수많은 이주 동물들을 돌보아온 저자는 코끼리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 동물들에게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③야생동물 수의사와 코끼리의 위대한 우정!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코끼리에 대한 수의사의 무한한 애정이다.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고백하는 수의사는 코끼리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쏟아낸다. 그 애정은 저자가 직접 코끼리를 돌보기 이전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조선 시대의 코끼리 관련 기록과 비극적 최후를 맞은 창경원 코끼리의 사연 등 역사 속 코끼리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코끼리 탈출 사건 때의 언론 보도를 찾아 분석해 코끼리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푸는 등 코끼리를 올바로 설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코끼리들을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직접 돌보는 시절로 접어들면서는 수의사로서 코끼리와 나눈 뭉클한 우정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식가 코끼리의 영양식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현지 조련사들에게 꾸준히 탐문하고, 코끼리 출산의 전 과정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기고, 코끼리들이 한국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건강 진단을 섬세히 시행하는 등의 모습에서 열정적인 수의사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애정은 많지만 실무 지식에 있어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던 수의사가 4년여 동안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마침내 현지 조련사에게도 인정받는 코끼리 주치의로 거듭나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추천의 글


나에게는 꿈이 있다. 전국의 농부들이 기상 캐스터가 되어서 일기예보를 하는 것이다.(실제로 지금 하고 있기도 하다.) 또 전국의 동물학자나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사랑학 개론 강연을 하는 것이다.(이건 아직 못하고 있다.) 만약 이것을 할 수 있다면 난 이 책의 저자들을 반드시 초대하고 싶다. ‘5톤짜리 코끼리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또 듣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이주 동물인 코끼리의 고향, 감정, 두려움, 자유, 고통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아끼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_정혜윤(CBS 피디, 서평가)


많은 사람들이 코끼리를 배려와 헌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이야기를, 정 많고 진솔한 수의사의 경험과 필체로 담아낸 귀한 작품이다._조경욱(수의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