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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페이퍼 엘레지』 추천사 : 박중서 번역가 "종이는 인간을 많이 닮았다"


페이퍼 엘레지』 추천사 : 박중서 번역가








컴퓨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이미 겪어보았지만, 종이 없는 세상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다. 21세기의 벽두부터 종이 없는 세상에 대한 예언이 종종 나왔지만, 지금쯤 되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이었다 해도 할 말이 없겠다. 그러니 종이의 역사와 문화를 일별한 이 책의 제목도 ‘비가’(悲歌) 대신 ‘찬가’(讚歌)라고 해야 어울리지 않을까.


여러 가지 약점과 한계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종이야말로 인간이 고안한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이 책은 멋지게 입증한다. 종이는 인간의 시각과 촉각만이 아니라 후각과 청각까지도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매체이다. 심지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색되고 부식되어 생명을 다하게 되는 것까지도 종이는 인간을 많이 닮았다. 


어쩌면 10여 년 뒤에 또다시 빗나가 버린 성급한 예언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예언을 해보게 된다. 카세트테이프와 플로피디스크와 씨디롬의 시대가 지나갔지만 종이는 건재하다. 그러니 먼 훗날 컴퓨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는 세상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거기서는 여전히 종이가 생산되고 소비되고 사랑받지 않을까.



박중서 /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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