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

영화 <카트>가 보여주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하여



영화 <카트>가 보여주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하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을 하는 가운데 묵묵히, 그러나 꾸준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국내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카트> 입니다.




카트 (2014)

Cart 
8.9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디오, 황정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4-11-13



<카트>는 마트에서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해고통보를 받게 되고, 그에 자신의 생계와 삶을 건 투쟁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는 것은 이와 같은 삶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고, 흔하고, 어쩌면 나에게도 곧 다가올 위기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설사 스스로가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거대한 자본을 상대로 부당해고, 임금체불, 과잉노동 등에 투쟁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앞좌석 설치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 뒷좌석 설치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이런 식입니다. 앞좌석이 더 힘든 일인데 그래서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로 돌린 거죠.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의 50~60퍼센트 밖에 안되는 임금을 받는다? 이건 제대로 된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고, 착취를 넘어선 수탈입니다.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를 두고 조형근 교수님은 정상적인 노동시장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라면서,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분절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시장이 망가졌다는 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노동시장이 망가질 때까지 문제가 커진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특수한 상품이어서 다른 어떤 상품도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거죠. 저급한 임금보다 더 뽑아낼 수 있다, 일을 더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 가치만큼 생산하는 데는 하루 4시간이나 6시간으로 충분하다면, 거기에 더해서 이를테면 8시간 일을 시키는 거죠. 그 2시간만큼이 바로 잉여노동이고요. 그만큼 더 생산된 잉여가치가 자본가의 이윤으로 돌아갑니다.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가가 아닌 돈을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파는 노동자 계급일 것입니다. 가끔은 자신이 기업을 위해 한 일에 비해 턱 없이 적은 포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 않나요?


원료나 기계가 평소의 두 배의 일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원료는 구매한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으며, 기계는 기계의 수명만큼 일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노동이라는 상품은 같은 가격에 두 배, 혹은 그 몇 배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얻게되는 이득은? 바로 자본가에게 갑니다.






특히 비정규직은 고용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며 임금 또한 정규직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일의 강도가 정규직에 비해 낮은 것도 아니지요. 이런 비정규직이 갑자기 많아진 시기가 IMF 입니다.



IMF 이후에 은행들이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습니다. 특히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굉장히 많이 해고했죠. 그런데 수천 명씩 해고하고 나니까 당장 일손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 사람이 부족하니 할 수 없이 다시 고용을 해야 하는데 주로 누굴 뽑았겠어요?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얼마 전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다시 고용했죠.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이고 승진, 복지 다 없어지고 신분보장도 안 되는 것입니다. 수천 명이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이와 같은 문제는 현재의 비정규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현재에 와서는 곧 사회로 나와 일을 하게 될 20대 초중반의 젊은 청춘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첫 직장을 어떻게 시작하느냐, 소위 입직구가 노동 경력 전체를 좌우하기 때문에 젊음을 다 바쳐 도서관에서, 노량진 학원에서 시험 준비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죠.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명문대학을 나온 고급 인력들이 고시촌에 가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이유도 비정규직, 정규직마저도 보장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정규직도 나이가 차면 잘려나가는 마당에 대기업도 덧없고,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이나 그와 비슷한 공기업에 입사하려고 기를 쓰는 겁니다.


당장 보아서는 그들의 삶이 이토록 위태하고 내몰려있다는 것에 안타까워할 수 있으며, 멀리 내다보면 대한민국의 고급 인재들이 오로지 공무원에만 목숨 건다는 건 더욱 전문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잃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비정규직 조금 새어나간 것 같은데, 다시 비정규직 문제로 돌아와서 조형근 교수님은 자본주의에서 제대로 된 노동시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대로 하자면 이를테면 비정규직도 택할 수 있어요. 정규직 싫으면 스스로 시간제 노동 선택할 수 있어야죠. 그러다가 정규직을 하고 싶으면 정규직이 될 수도 있어야 하고요. 그게 불가능하다면 제대로 된 노동시장이 아닌 겁니다.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하지만 위와 같은 시대가 오려면 몇 세대를 거쳐야할까요. 한편으로는 위와 같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정규직, 비정규직 전환이 자유로운 시대가 오더라도 그 안에서도 또 노동자의 부당한 대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친 비관주의적인 생각일까요?



저희가 바라는 건 대단한게 아닙니다. 저희를 봐달라는 겁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


─ 영화 <카트>



영화 <카트>에서 나온 이 대사는 영화를 본 관람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을 것입니다. <카트>를 보고 난 뒤의 관객들은 영화 속 대기업의 횡포와 노동자들에 대한 비열하고 부당한 대우에 속이 끓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실화로 제작 되었으며, 그동안 우리는 마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비정규 직원들을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는 것이죠.







단지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던 마트 직원만이 아니라 앞으로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부조리함을 외치는 약자들에게 귀를 기울어야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참고 도서 ▶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도서 정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