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비 책꾸러미/첫 번째 책꾸러미

[반비 책 꾸러미] 첫 번째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 안내


첫 번째 반비 책 꾸러미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나?





  4월입니다.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든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1년 전 이맘쯤 비슷한 질문을 마음속으로 수백 수천 번 되뇌셨을 겁니다. 온 국민이 배 안의 사람들을 손 쓸 도리 없이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며, 아이를 잃고 진실을 요구했을 뿐인 부모들이 유언비어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전 사회의 비극이 정치권의 권력 다툼으로 비화하는 광경을 목도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4월입니다. 여전히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져야만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반비의 새 책,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는 이처럼 국민의 요구에 정부와 정치권이 번번이 실망을 안기게 되는 이유를 경제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에 열정적으로 개입해온 노장 경제학자 이정전은 왜 늘 우리 삶은 이렇게 고달픈지, 그 구조적인 요인을 다양한 경제학의 연구 성과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반비 첫 번째 책 꾸러미의 주제인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나?’는 이 책의 제목 후보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늘 한숨처럼 토하는 이런 의문에 함께 책을 읽고 나름의 답을 만들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와 나란히 길잡이가 되어줄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경제학과 인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시각에서 고민할 수 있게 이끌어줄 책 두 권, 한국 사회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 두 권, 그리고 이 주제를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살펴보도록 도와줄 소설 두 권 준비했습니다. 이 일곱 권의 책을 동시에 함께 읽기를 제안합니다. 그러고 나면 정치니 민주주의니 도저히 손대기도 힘들어 보이는 문제에 관해서도 한 뼘은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경제학자가 말하는 국가의 역할

『국가의 역할』 / 장하준 / 부키


  경제학자가 국가의 역할에 관해 말하는 또 한 권의 책, 믿고 보는 경제학자 장하준의 『국가의 역할』입니다. 물론 쉬운 책은 아닙니다만, 국내 경제 정책 이슈를 점검하는 3부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를 읽고 난 뒤, ‘어떻게’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는 『국가의 역할』을 심화 학습 삼아 읽으시면 우리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이정전, 장하준 두 경제학자가 어떻게 같고 또 다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듯합니다.




인문학이 말하는 '민주주의 내부의 적'

『민주주의 내부의 적』 / 츠베탕 토도로프 / 반비


  불가리아 출신 인문학자 츠베탕 토도로프가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 『민주주의 내부의 적』입니다. 토도로프는 불가리아 공산주의와 프랑스의 민주주의,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를 거치며 20세기를 온전히 경험한 휴머니스트 지성입니다. 이 노장 학자는 외국인 혐오 등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벌어진 사태를 토대로 진보, 자유, 인민 같은 민주주의의 구성 요소에서 나오는 위협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주적 제도 자체가 가진 허점을 살피는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의 2부 ‘정치의 실패’와 견주어 읽기 좋습니다. 경제학과 인문학이라는 아주 다른 학문에 기반을 둔 두 책이 각각 무엇을 ‘민주주의 내부의 적’으로 보고 있는지, 또 어떤 성찰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지 비교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실전편! '정부의 실패'의 생생한 사례

『MB의 비용』 /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 알마


  얼마 전 어느 한류스타의 열애 스캔들에 이어 익숙한 음모론이 흘러나왔습니다. ‘2800억’이라는 숫자와 함께. ‘음모론’의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전 정부가 벌인 일의 결과로 국민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게 되었는지 냉정한 숫자로 따져볼 수는 있겠습니다. 자원외교, 4대강, 기업 비리, 부자 감세, 낙하산 인사까지 한 정부가 나라 살림에 끼친 손실을 하나하나 정리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그 책, 『MB의 비용』은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과 동시에 출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며 두 책을 나란히 진열한 서점도 있었는데, 반비 꾸러미는 『MB의 비용』을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와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문제집으로 치면 ‘개념 정리’와 ‘예제 풀이’쯤 될까요?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로 기초를 쌓고 나서 우리 사회의 정경유착, 부정부패, 세금 낭비 실태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로 『MB의 비용』을 보셔도 좋겠고, 『MB의 비용』의 사례가 단지 한 개인의 부정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주는 책으로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를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특히 정부 예산이 점점 덩치를 불리게 되는 이유를 따져보는 7장 ‘거대 정부의 공포’,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보는 8장 ‘지대를 좇는 사람들’과 함께 『MB의 비용』을 보시면 훨씬 더 생생하게 와 닿을 겁니다.




정경유착과 비리, 정부의 음모를 다룬 정치 스릴러의 고전

『펠리컨 브리프』 / 존 그리샴 / 시공사


  편집자와 비슷한 세대 독자분이라면 어린 시절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보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대여점을 가득 채운 서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존 그리샴입니다. 편집자가 추천하는 존 그리샴의 책은 정경유착과 비리, 정부의 음모를 다룬 정치 스릴러의 고전 『펠리컨 브리프』입니다. 멸종 위기의 펠리컨을 둘러싼 환경단체와 유전 개발 기업의 소송, 정경유착에 관한 평범한 법대생의 보고서로 시작해 미국 정계의 어마어마한 진실을 추적하는 소설입니다.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신정치경제학은 미국의 정치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도 근처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경제학자들이 정치 문제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한 미국 정계가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엿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SF 속 슈퍼히어로가 드러내는 고장 난 한국 사회

『이웃집 슈퍼히어로』 / 김보영 외 / 황금가지


  국내 유수의 장르문학 작가들이 뭉쳐 한국 사회에서 암약하는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그려낸 단편집 『이웃집 슈퍼히어로』가 옆집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곧 출간된다는 정보를 입수, 검토 끝에 골랐습니다. 무너진 사회, 부패한 정부에 시달리는 ‘보통 사람들’의 소망이 만들어낸 존재인 슈퍼히어로를 통해, 가장 비현실적인 소재로 가장 현실적인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세월호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비극을 여러 번 연상해야 했습니다. 민영화나 세대 간 갈등 등 흔히 사회과학의 주제로만 여겨지는 문제 역시 생생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특히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입니다. 정부도, 경찰도, 사회 체제도, 아무것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오로지 누군가의 선의라는 연약한 마음에만 기대어 간신히 유지되는 세상을 떠받치는 초인의 비애를 그린 작품인데요, 그저 소설 속 얘기처럼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 다들, 고장 난 사회를 간신히 지탱하는 그런 초인이자 영웅이었던 적이 있지 않겠습니까.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 떠나보내지 않기 위하여

『금요일엔 돌아오렴』 /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 창비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의 곳곳에는 세월호 참사가 가져온 충격이 서려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는 긴 시간 정부의 역할과 그 존재 가치를 물어야만 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광경을 보면서 말입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참사 학생 유가족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입니다. 두어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눈물이 쏟아져 여러 번 멈추며 읽어야 했던 책이지만, 슬픔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닙니다. 기록단은 240여일간 유가족이 겪어온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아픔을 견디는 부모들이 있었기에 우리도 견딜 수 있었다. 이 세상 포기하지 않고 살아도 좋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연대와 성찰이 무엇인지 도리어 우리에게 가르쳐준 유가족과 생존자들에 조금이나마 그 감사를 갚기 위해서, 여러분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 떠나보내지 않고, 국가의 역할을 따져 묻고 사회를 다시 만들어갈 힘을 얻는 ‘같이 읽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