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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 책꾸러미/첫 번째 책꾸러미

이런 독자라면 이렇게 읽자! : 편집자가 직접 알려주는 첫 번째 꾸러미 사용법


이런 독자라면 이렇게 읽자!


편집자가 직접 알려주는,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나?

꾸러미 사용법



첫 번째 꾸러미에 담아 보낼 책을 고르면서 제일 많이 생각한 것은 바로 이 책들을 읽어줄 독자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꾸러미를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이 누구일지, 그 미지의 독자를 계속 상상했습니다. 편집자가 상상한 바로 그 독자, 바로 당신!을 위한 꾸러미 사용법을 마련했습니다.


이 사용법은 말하자면 라면 포장지 뒤에 실린 조리법 같은 겁니다. 라면 끓일 때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취향 따라 계란을 넣기도 하고 고춧가루를 넣기도 하는 것처럼, 책 꾸러미 역시 내키는 대로 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되고, 한참 묵혀두었다 읽어도 무방합니다. 반드시 이 사용법의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분에게 이 꾸러미가 가장 필요할지, 어떻게 읽으면 꾸러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책을 고른 편집자가 직접 그 ‘조리법’을 알려드립니다.





1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나?’라는 의문에 공감해 이 꾸러미에 눈을 두게 된 분들, 많을 겁니다. 꾸러미를 막 준비하기 시작하던 무렵에 가장 먼저 떠올린 독자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었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셌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금요일엔 돌아오렴』과 『MB의 비용』을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가 지적하는 정치권의 구조적인 문제와 견줘 읽었으면 합니다. 특히나 세월호 참사, ‘MB의 비용’과 관련이 깊은 문제인 정경유착을 파고드는 8장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 순서인 『이웃집 슈퍼히어로』는 소설의 상상력을 통해 우리 사회 현실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책입니다. 단편집이니까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참혹한 ‘인재’에도 변하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경찰력의 민영화가 낳을 어두운 미래를 그린 「선과 선」이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관심을 둔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짙은 작품일 듯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민주주의 내부의 적』에서 바로 지금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위기를 다루는 4~6장,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서 국내 경제 정책 중 규제와 공기업의 문제를 다룬 8장과 9장을 참고하기를 권합니다.


이런 독자에게 권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더 공부하고 싶은 고등학생

일상이 바빠 책과 멀리 지냈지만 세월호 1주기를 계기로 더 고민할 필요를 느끼는 직장인





2 이 주제에 관해 알고 싶지만 어려운 책은 낯선 독자라면


정치니 정부니 민주주의니, 이런 문제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딱딱한 이론서로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차근차근 독서를 시작해나갈 발판을 원하는 독자라면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꾸러미를 활용했으면 합니다.


내 삶에 와 닿는 이야기는 사회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실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육성은 사회적 이슈를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만나게 해줄  책입니다. 다음으로 『MB의 비용』을 읽으며 ‘정부의 실패’를 온몸으로 체감했다면, 그 무능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로 알아봅시다. 그동안 사회과학 도서와 친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자본주의 시장의 실패와 그에 따른 정부의 역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1부가 꽤 도움이 될 겁니다. 더 심화된 공부로 들어가기 전, 『펠리컨 브리프』를 통해 신정치경제학이 탄생하게 한 미국 정계의 모습을 엿보며 잠깐 숨을 돌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앞선 독서를 바탕으로 여러 갈래의 길을 파고들 수 있겠지만, 이번 꾸러미에서는 두 가지 길을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민주주의 내부의 적』을 통해 시야를 넓혀봅시다. 우리 삶에 가장 잘 와 닿을 신자유주의와 포퓰리즘 문제를 다룬 5장과 6장은 비교적 편하게 읽기 좋습니다. 민주주의와 관련한 과거의 학문적 논쟁을 스케치하는 2장도 관심 있는 분들에게 훌륭한 생각의 단초가 되어줄 겁니다. 다른 한 갈래는 시장과 관련한 국가의 역할을 파고드는 방향입니다. 『국가의 역할』의 1부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그 쟁점을 파악하기에 적당합니다.


이런 독자에게 권합니다

전공 수업에 치여 인문, 사회학 강의는 들을 엄두도 못 내는 대학생

그동안 한 분야의 책만 편식해서 사회 문제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





3 이론적인 내용도 탄탄하게 장악하고 싶은 독자라면


공부하려는 열의에 불타 이론적이고 심화된 내용에도 두려움 없이 달려들 독자를 위한 세 번째 사용법입니다. 제 주변에도 졸업한 지 오래라 이제는 어디서부터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추천을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이제 막 중간고사를 치렀을 대학 신입생 여러분에게도 강의실 밖의 색다른 커리큘럼이 될 겁니다. 이 꾸러미를 가지고 공부 모임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아요.(만약 공부 모임을 꾸리게 되면 반비에도 소식을 들려주세요!)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는 정부의 역할과 그 한계에 관한 단단한 개념 정리를 제공합니다. 기초 개념을 다지고 난 뒤 경제학의 시각에서 눈을 돌려 인문학의 통찰을 빌리고 싶다면 『민주주의 내부의 적』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보세요.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발췌독을 하셔도 무방합니다. 이론과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1~3장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번째 ‘심화 학습’ 구실을 해줄 책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설명하는 서장에 이어 이론적, 역사적 배경을 제시하는 1부를 먼저 읽고, 지금도 많이 논의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 이슈는 4장, 8장, 9장으로 점검하면 됩니다. 이슈별로 쓰여 있으니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장을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꾸러미의 다른 책은 ‘예제 풀이’, ‘응용 문제’로 활용하세요. 『MB의 비용』은 앞서의 독서로 기초를 탄탄하게 다진 뒤 적용해보는 ‘실전편’입니다. 자원외교, 4대강, 기업비리를 다루는 전반부가 시의성이 있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에 적합할 겁니다. 두 권의 소설 『이웃집 슈퍼히어로』와 『펠리컨 브리프』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책입니다. 공부 모임 맨 마지막에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며 마무리하기에 적당하겠지요.


이런 독자에게 권합니다

강의실 밖의 책도 만나고 싶은 대학 신입생

다시 공부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독서 커리큘럼을 짜기 힘든 30대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