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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책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정주하 외 지음|형진의 옮김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5주년,

3.1과 3.11을 잇는 상상력을 제안하다


식민지지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연결시키는 

역사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연대의 힘을 이끌어내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2013년 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일본 6개 지역을 순회한 정주하 작가의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 현장에 서 펼쳐진 대화의 기록입니다. 이후에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미는 손이며, 미지의 독자를 향해 바다에 흘려보내는 유리병 편지입니다.


한국의 사진작가 정주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연작)을 일본 순회하며 전시하게 된 것은 ‘정주하 사진전 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의 여러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뜻을 같이했기 때문입니다. 서경식과 한홍구, 다카하시 데쓰야는 특히 이 작업의 준비과정부터 함께하며 작품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문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 작업과 전시라는 일련의 과정은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후쿠시마를 공간적, 시간적 경계를 넘어 사유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루어졌습니다. 좌담 역시 처음부터 사진전과 함께 기획된 것으로 예술이 촉발한 어떤 문제의식을, 혹은 어떤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진 작업의 준비부터 전시, 좌담, 그리고 그 결과물의 출판까지가 커다란 하나의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또 책에는 이들 패널들 사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과의 밀도 있는 대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펼쳐집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맞아, 3·11을 더 잘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책입니다.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권력이 그어놓은 다양한 허구적인 경계선을 극복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 간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먼저 문제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개인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해 세력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 피해자에 더 많이 공감하고 연대할수록, 위험 수위에 달한 현재의 상황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전시와 좌담에 참여한 다양한 패널과 청중들은 개개인이 처한 한계와 약함을 인정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했습니다. 그 기록은 더 깊은 성찰과, 더 넓은 공감을 얻기 위하여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된 데 이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연대의 움직임을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확장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 전 세계의 평화는 결코 개별적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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