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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도서관 기행 (完)

한국 도서관 기행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④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한국 도서관 기행 (1) 이진아 도서관 / 한국 도서관 기행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편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제주도 달리 도서관입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달리 도서관편도 네 편에 나눠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①편 / ②편 / ③편에 이어...

by 강예린 & 이치훈

슬로시티 제주도_제주도 안에서 다르게 보기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역 사람들에게 문을 닫아 버린 것은 아니다. 특히 어린이들과 제주도 지역에 정착하러 온 외지인들이 달리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제주 인에게도 달리 도서관은 열려 있다. 

달리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여행과 자아의 발견에 초점을 맞춘다.

마인드 힐링, 평화여행기, 요가치유, 자전거 여행, 중등 세상을 만나다와 같이 치유와 여행을 배우는 시간을 운영하면서 제주도를 다르고 깊게 볼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슬로시티의 대명사로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만, 막상 이 곳이 일상이 되었을 때는 여타 도시처럼 일상의 빠르기로 살아가게 되는 제주 인에게, 제주도를 낯설게 볼 수 있게 돕고자 한다.  

제주도의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자신의 문화를 일궈 온 분들을 초대하여, 자기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그 남자의 저녁 초대 / 그 여자의 저녁 초대’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제주토종 인디레이블 기획자’, ‘제주도 여행자 센터장’ 등을 초대해서 제주도의 문화적인 잠재 인자를 캐내는 역할을 이 작은 도서관이 하고 있다. 

달리 도서관은 이곳에 살면서도 안 보이는 제주도를 드러내게 하는 노력을 한다. 제주도를 계속 발견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 밖의 사람들이건, 안의 사람들이건 제주도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으니 여행은 계속 된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책과 여행의 관계는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다른 방식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자신이 정복한 제국의 도시들을 알고 싶어하는 쿠빌라이 칸에게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방문한 도시 이야기를 해준다. 둘은 저녁 때면 제국의 궁궐 안 나긋한 정원을 거닐면서 여행의 기록을 나눈다.

책이 우리를 여행지에서 그곳 아닌 다른 곳으로 이끄는 것처럼, 혹은 그 이전의 시간이나 그 후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것처럼, 마르코 폴로는 보이지 않는, 혹은 볼 수 없는 도시들로 쿠빌라이 칸을 이끈다.


‘머릿속에 무엇인가를 각인하기 위해 스스로를 반복하고 있는 도시 지르마’, 

‘긴 머리의 여인을 꿈속에서 쫓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여인을 가두고자 도시 구조를 비슷하게 대신 도망갈 수 없게 만든 도시 조베이데’,

‘모든 건축의 요소가 사라지고, 수도관만이 수평과 수직을 향해 도시의 요소를 이루며 이루어진 도시 아르밀라’,

‘도시의 삶을 지탱하는 권력, 거래, 기관의 관계들을 건물의 모퉁이에 흰색과 검정색 실을 걸어 놓다가 이 실이 너무 많아서 도시를 걸어 다닐 수 없게 되면, 이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에 새로 도시를 짓는 에르실리아’,

‘한 집안을 따라다니는 가정의 신과 한 집에 머물면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관장하는 양 갈래의 신이 공존하는 도시 레안드라’ 등등. 

쿠빌라이 칸은 마르코 폴로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도시의 한복판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고, 그 도시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걸음을 멈추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켤 수도, 혹은 달음박질로 달아날 수도 있었다.”

눈 먼 자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도시 이야기처럼, 마르코 폴로는 도시에서의 계단의 숫자와 주랑의 아치, 지붕의 재료를 보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계단 폭이 그렇게 만들게 된 사건, 그 공간이 펼쳐지는 방식을 관장하고 있는 역사와 우연을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우리에게 지금 눈앞의 모습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도시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책, 독서이다. 잠깐 스쳐가는 도시에서 감각이 취할 수 있는 것 이외의 것을 취하게 하는 데는 눈이 좇지 못하는 경관 이면의 서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르코 폴로가 묘사하는 도시들은 실제의 도시가 아니라, 서로 닮아있는 가공의 구조물이다. 매일같이 베네치아 상인의 여행기를 듣는 칸은 점차로 마르코 폴로의 도시들이 서로 닮아 있다고 의심했다. “도시와 기억, 도시와 욕망, 도시와 교환, 도시와 하늘, 도시와 기호들, 섬세한 도시들,  도시와 죽은 자들, 숨겨진 도시들, 도시와 눈들, 지속되는 도시들”과 같은 기본 항목을 서로 교환할 뿐.

우리가 떠나온 도시와 지금 여행지에서 발 딛고 있는 이 도시를 서로 교환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자의 과거는 거쳐 온 여행지에 따라 변화하고, 여행자는 과거 혹은 미래를 찾기 위해 이곳에 속하지 않은 현재를 누리는 것이다.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편 끝. 다음에는 어떤 도서관일까요? 기대해 주세요! (다음 편 보기)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도서관 기행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관 산책자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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