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ther's Reckoning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16년간 묻고 또 물었다.

평범하고 사랑스런 내 아들은 어떻게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살인자가 되었을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 부모의 이야기

계속해서 이전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앞서의 사건들은 너무나 빨리 잊혀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콜럼바인 총격 사건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습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습니다. 그 후로 버지니아테크 총격 사건, 샌디훅초등학교 총격 사건 등 이 사건을 모방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습니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습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합적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입니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깊은 감동을 줍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수치감과 공포, 슬픔만큼이나 강렬한, 알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에 따른 개인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쥐고 있을지 모르는 조각들이 많은 사람들이 풀려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퍼즐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운 것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자, 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 힘겹더라도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1쪽)


내 머릿속은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들은 정보와 내가 내 삶에 대해,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을 끼워 맞출 수가 없었다. 딜런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내가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 (45쪽)


딜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산을 움직여서라도 고치려 했을 것이다. 에릭의 웹사이트나 총기에 대해 알았다면, 딜런의 우울증에 대해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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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의 생존과 행복을 위한 가이드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브루스 슈나이어 지음|이현주 옮김 | 김보라미 감수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2015년 올해의 책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가 말하는

데이터 감시의 위험과 해결책



눈앞으로 다가온 데이터 감시의 위험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안내서 

2015년 7월,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게서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카카오톡을 해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해가 지나지 않아 국정원의 폭넓은 감청권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애플은 아이폰 보안장치 해제에 협조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하고 소송을 했지만 FBI는 애플의 협조 없이도 정보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편 2.6테라바이트에 육박하는 대규모 데이터인 파나마 페이퍼는 유출 이후 신속하게 분석돼 광범위한 국제 조세 회피 시스템을 세상에 폭로했습니다.

일상을 침해하는 데이터 감시와 빅데이터 분석의 사회적 이익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기술의 양쪽 얼굴입니다. 한쪽에서는 빅데이터가 가져다 줄 무궁무진한 이득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가 내 스마트폰 메신저를 몰래 들여다보고 기업이 내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떤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수십 년간 정보 보안에 관한 사회적 토론을 이끌어온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데이터 감시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아주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최고의 전문가가 파헤친 빅데이터 감시사회의 맨 얼굴

이 책에서 브루스 슈나이어는 보안 기술자로 일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NSA의 최고기밀문서를 분석하며 각국 정부의 감시활동에 관해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 데이터 감시의 실상을 파헤칩니다. 정보기술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인 동시에 언제나 공적 토론을 통해 기술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를 관철해온 슈나이어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데이터 감시의 피해를 막아내고 사회 전체가 고르게 빅데이터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디지털 세상, 우리는 어떤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다 마침내 전 인구를 감시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적인 거대 감시사회에 살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기업은 우리의 사생활을 이용하여 어떤 광고를 보여줄지 결정하고 SNS 게시물을 선별적으로 노출하여 우리의 인식을 조종합니다.

슈나이어는 더 나아가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점, 즉 대규모 데이터브로커 시장의 존재를 까발립니다. 그리고 정부가 데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법원 명령을 통해 기업에 접근 권한을 강제하고 기업의 시스템을 해킹해왔다는 사실과 더불어, 수많은 정부가 자국 국민을 감시하려고 서로 손을 잡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감시 네트워크의 실체까지 세세하게 폭로합니다.

 

규제 없이 벌어지는 대량감시는 사회의 여러 중요한 핵심 가치에 피해를 입힙니다. 슈나이어는 지금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이 위협받고 있는지도 조목조목 따져 설명합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 친구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가 감시되고 있다는 두려움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킵니다. 정부와 기업은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심리를 조종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이유로 정부가 요구하는 감시 능력을 허용하면 시스템 전체의 보안이 흔들리고 사이버범죄자, 타국 정부, 악성 해커들로부터 우리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사실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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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6.07.23 10:37 신고

    사실 이런 문제는 표현의 자유 뿐만이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죠.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된다면 범죄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가능할 거 아니에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kuroneko78/?t__nil_login=myblog BlogIcon kuroneko78 2019.03.03 08:24

    이 책 너무 잘 봤어요. 이 책은 제가 추천하는 책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들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정주하 외 지음|형진의 옮김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5주년,

3.1과 3.11을 잇는 상상력을 제안하다


식민지지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연결시키는 

역사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연대의 힘을 이끌어내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2013년 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일본 6개 지역을 순회한 정주하 작가의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 현장에 서 펼쳐진 대화의 기록입니다. 이후에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미는 손이며, 미지의 독자를 향해 바다에 흘려보내는 유리병 편지입니다.


한국의 사진작가 정주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연작)을 일본 순회하며 전시하게 된 것은 ‘정주하 사진전 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의 여러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뜻을 같이했기 때문입니다. 서경식과 한홍구, 다카하시 데쓰야는 특히 이 작업의 준비과정부터 함께하며 작품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문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 작업과 전시라는 일련의 과정은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후쿠시마를 공간적, 시간적 경계를 넘어 사유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루어졌습니다. 좌담 역시 처음부터 사진전과 함께 기획된 것으로 예술이 촉발한 어떤 문제의식을, 혹은 어떤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진 작업의 준비부터 전시, 좌담, 그리고 그 결과물의 출판까지가 커다란 하나의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또 책에는 이들 패널들 사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과의 밀도 있는 대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펼쳐집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맞아, 3·11을 더 잘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책입니다.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권력이 그어놓은 다양한 허구적인 경계선을 극복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 간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먼저 문제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개인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해 세력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 피해자에 더 많이 공감하고 연대할수록, 위험 수위에 달한 현재의 상황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전시와 좌담에 참여한 다양한 패널과 청중들은 개개인이 처한 한계와 약함을 인정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했습니다. 그 기록은 더 깊은 성찰과, 더 넓은 공감을 얻기 위하여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된 데 이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연대의 움직임을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확장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 전 세계의 평화는 결코 개별적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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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저|김현우 옮김



유튼리더 선정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리베카 솔닛 신간

전미도서상 후보작, 전비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작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삶의 고비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이야기의 힘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작가로 잘 알려진 리베카 솔닛의 신간으로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프로이켄의 『북극 모험』,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백조 왕자』 『룸펜슈틸츠헨』 같은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가 주변의 여러 삶을 바라보며 이해합니다.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내밀한 회고록이지만 읽기와 쓰기가 지닌 공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유려하게 설명하는, 리베카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숙제처럼 떨어진 살구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들을 수 없다면 스스로 찾아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거친다. 눈의 여왕이 등장하고,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고, 체 게바라의 혁명이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의 늑대 이야기가 등장하고, 남편과 아이의 사체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던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을 거치며 작가는 어머니와 화해한다. 그건 어머니와의 화해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했다.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을 만났던 당시 작가의 상황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혹은 번역자인 내가 읽고 싶었던 말은 아마 그것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화해’의 방법일 수 있다는…….

―옮긴이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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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섬을 탈출하는 방법 ┃조형근·김종배 지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도성장에 근거한 경제와 삶의 모델이 불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 사회, 그리고 삶을 바꾸어야 할까?



‘뉴 노멀’의 시대에 모색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은 멈추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져 모두가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삶과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합니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경제 행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떠받치는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고, 협력하는 경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할 대안을 상상하자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소련의 계획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등 이미 시도된 국가 단위 모델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 시도되고 있는 흐름들, 기본소득과 참여계획경제 등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대안까지 차례차례 다룹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그저 경제 체제의 내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적 ․ 정치적 선택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유, 취미생활 등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불행한 사람이 나머지 시간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긴 시간 동안 겪는 긴장, 좌절, 모욕감 같은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물론 노동이 전쟁이고 일터가 전쟁터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그런 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죠. 본래 없던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26쪽)



경제와 사회와 삶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하고 균형 잡힌 가이드북

이 책은 ‘대안’을 찾자, 꿈을 꾸자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 모델의 장단점과 한계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냉철하고 엄밀하게 짚어냅니다.


가령 과거 소련에서 계획경제가 실패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적 이기심을 거슬렀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 낙후와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성장과 분배의 대립 구도에 대한 반증으로 스웨덴을 내세우면서도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처한 난점을 빼놓지 않고 추적합니다. 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맥락,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역 공동체 내부의 자족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더욱 폭넓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꼼꼼하게 다룹니다. 냉소에 빠지지 않는 한편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을 조목조목 따지는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대안 경제 모델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흐름, 사상적 원천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도록 이끕니다. 독일 우파가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어떠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신자유주의의 기수 하이에크는 어떻게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토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제를 먼저 시도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큰 줄기로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대안 경제를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들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제도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자율성이 개별 기업 안에 갇혀버린 탓에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 제도나 여러 사회적 경제 부문들이 협력해 종잣돈을 마련해낸 캐나다 퀘벡 주의 성공 사례 등은 자연스럽게 호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이끌어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하던 시절,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사기업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정부는 정책금융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며 먹여 살린 겁니다. 반대급부로 기업의 존재 이유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여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믿었죠.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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