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멜랑콜리아

한국 근현대 건축·공간 탐사기

이세영 지음


당인리발전소에서 대공분실, 아현고가도로를 거쳐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건축과 공간에서 시대의 징후를 읽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어떤 건축물과 공간들을 이용했나요? 일상적으로 수많은 공간을 접하지만, 공간의 의미나 의도, 효과 등을 생각해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건축 멜랑콜리아』는 삶의 물리적 배경으로 말없이 존재하는 공간의 심층을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읽기와 비평을 시도합니다. 저자의 시선에 포착된 공간의 의미는 다층적입니다. 건물의 외형, 용도와 기능에서부터 건축과 공간의 기획과 설계 과정, 그것에 투사된 설계자의 의도, 정치적 기획과 상품으로서의 특징, 경제적 고려, 공간 이용자들의 실천을 중심으로 공간이 거쳐온 역사 등 다양한 요소와 이야기를 엮어냅니다.



책은 16개의 건축과 6개의 공간을 다룹니다. 그중에는 김중업의 ‘서산부인과의원’, 김수근의 ‘세운상가’처럼 걸출한 건축가의 대표작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도 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름 없는 생활공간, 또는 발전소, 지하도, 도로 등 도시 설비와 인프라에 해당하는 곳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 공간들은 저자 특유의 관점과 읽기 방식을 통과해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됩니다. 그 공간들의 목록은 ‘자유센터’, ‘국방부 구관’, ‘국회의사당’, ‘광주시민회관’ 같은 국가‧공공기관의 건축물에서 ‘세운상가’, ‘유진상가’ 등의 상업‧주거 공간, ‘당인리발전소’, ‘아현고가도로’, ‘고속버스터미널’ 등의 현대적 시설, ‘성 니콜라스 성당’, ‘여의도순복음교회’, ‘도원빌딩’ 등의 종교적 건축뿐만 아니라 ‘종묘공원’, ‘가리봉동’, ‘노을캠핑장’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의 도시 공간들은 쉴 틈 없이 반복되는 파괴와 건설을 통해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 과정에서 건축물과 장소들은 충분히 기억되지도, 적절한 의미를 획득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망각되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무너지고, 재개발되어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공간들은 곧잘 시간의 무서운 파괴력과 무상함을 상기시키고, 멜랑콜리의 정조를 발산하며 신경증적인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또 건축물과 공간은 특히 한국 근대의 착종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데, 이질적인 욕구와 기획의 충돌과 경합, 그리고 빈번한 좌절이 멜랑콜리를 낳았습니다. 『건축 멜랑콜리아』는 이렇게 좌절된 채 남아 있는 도시 공간을 때론 비판적으로, 때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공력을 들여 바라봄으로써 압축적 근대화와 성장 제일주의에 밀려 많은 것을 잃고도 대부분이 슬퍼하지 않았던 도시에 대한 애도 작업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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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스펙터클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범죄, 자살, 광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송섬별 옮김



‘묻지마 살인’의 마음을 묻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실천적 지성이 파헤친

불안정한 세대의 정신병리학



IS 스펙터클부터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묻지마 범죄’의 광기를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얼굴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최근 5년간 꾸준히 50건 이상 발생하며 많은 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강남역에서 한 남성이 모르는 여성을 살해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논의가 벌어진 데 이어, 불과 며칠 간격으로 부산의 번화가에서 5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운 사건, 가로수 지지대를 뽑아 행인들에게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 등산로에서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습니다.


예전의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낯선 공격성과 섬뜩한 사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자주 목격됩니다. 2015년 9월 한 십대 청소년은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에 부탄가스로 폭발 테러를 저지르고 촬영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비슷한 시기 20대 청년 여럿이 인천 부평구에서 길을 가던 커플을 폭행하고 SNS에 글을 올려 사람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한국의 일만이 아닙니다. 개인의 범죄든 집단의 조직적 테러든 이런 공격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5년 1월에는 실종된 한국의 어느 소년이 IS에 합류한 정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테러의 광풍은 무수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유럽을 휩쓸고 아시아까지 도달했으며, IS의 스펙터클은 여전히 전 세계의 청소년들을 매혹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사회비평가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는 수많은 다중살인 사건들에 주목하며 그 끔찍한 광기를 이해해야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의 고통, 사회의 광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는 자신이 왜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지옥을 견디다 못해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합니다.


비포는 이 책에서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관의 총기 난사범을 비롯해 조승희, 콜럼바인 사건의 범인들, ‘유튜브 살인마’ 페카에릭 우비넨 등 과시적인 다중살인을 저지른 총기 난사범들을 소환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어떤 측면이 이런 괴물들을 키워냈는지 파고듭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병폐와 부작용은 이미 많은 책이 지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체제의 그림자를 읽어내기 위해 개인들의 고통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구조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결국 스스로와 타인들을 파괴하고 만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범죄에 대한 르포르타주, 영화와 소설을 비롯한 예술작품, 역사, 철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탄탄한 지적 사유와 성찰을 통해 비포는 현대 사회의 불길한 징후들로부터 바로 지금 불안과 탈진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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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ther's Reckoning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



콜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의 엄마가 16년간 묻고 또 물었다.

평범하고 사랑스런 내 아들은 어떻게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살인자가 되었을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학교 총격 사건 가해자 부모의 이야기

계속해서 이전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앞서의 사건들은 너무나 빨리 잊혀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콜럼바인 총격 사건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1999년 4월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별 다른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습니다. 피해자가 아이들이고,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습니다. 그 후로 버지니아테크 총격 사건, 샌디훅초등학교 총격 사건 등 이 사건을 모방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습니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습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합적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마주한 인간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입니다. 특히 인간의 폭력성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차갑게 고발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와 달리, 바탕에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깔고 있는 ‘어머니’가 써내려간 글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독특하고 설득력 있으며, 깊은 감동을 줍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수치감과 공포, 슬픔만큼이나 강렬한, 알고자 하는 원초적 욕구에 따른 개인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쥐고 있을지 모르는 조각들이 많은 사람들이 풀려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퍼즐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배운 것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기자, 내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 힘겹더라도 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1쪽)


내 머릿속은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들은 정보와 내가 내 삶에 대해,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을 끼워 맞출 수가 없었다. 딜런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내가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 (45쪽)


딜런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산을 움직여서라도 고치려 했을 것이다. 에릭의 웹사이트나 총기에 대해 알았다면, 딜런의 우울증에 대해 알았다면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는 아이를 기르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식으로 길렀고, 내가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 아이를 기르는 최선의 방식은 알지 못했다.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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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시대의 생존과 행복을 위한 가이드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 브루스 슈나이어 지음|이현주 옮김 | 김보라미 감수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선정 2015년 올해의 책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가 말하는

데이터 감시의 위험과 해결책



눈앞으로 다가온 데이터 감시의 위험에 대한 가장 종합적인 안내서 

2015년 7월,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게서 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카카오톡을 해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 해가 지나지 않아 국정원의 폭넓은 감청권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애플은 아이폰 보안장치 해제에 협조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하고 소송을 했지만 FBI는 애플의 협조 없이도 정보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편 2.6테라바이트에 육박하는 대규모 데이터인 파나마 페이퍼는 유출 이후 신속하게 분석돼 광범위한 국제 조세 회피 시스템을 세상에 폭로했습니다.

일상을 침해하는 데이터 감시와 빅데이터 분석의 사회적 이익은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기술의 양쪽 얼굴입니다. 한쪽에서는 빅데이터가 가져다 줄 무궁무진한 이득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부가 내 스마트폰 메신저를 몰래 들여다보고 기업이 내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떤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보안 전문가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수십 년간 정보 보안에 관한 사회적 토론을 이끌어온 전문가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데이터 감시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아주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최고의 전문가가 파헤친 빅데이터 감시사회의 맨 얼굴

이 책에서 브루스 슈나이어는 보안 기술자로 일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NSA의 최고기밀문서를 분석하며 각국 정부의 감시활동에 관해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 데이터 감시의 실상을 파헤칩니다. 정보기술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인 동시에 언제나 공적 토론을 통해 기술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를 관철해온 슈나이어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의 입장을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데이터 감시의 피해를 막아내고 사회 전체가 고르게 빅데이터의 효용을 누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디지털 세상, 우리는 어떤 위험을 마주하고 있는가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하다 마침내 전 인구를 감시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적인 거대 감시사회에 살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기업은 우리의 사생활을 이용하여 어떤 광고를 보여줄지 결정하고 SNS 게시물을 선별적으로 노출하여 우리의 인식을 조종합니다.

슈나이어는 더 나아가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점, 즉 대규모 데이터브로커 시장의 존재를 까발립니다. 그리고 정부가 데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법원 명령을 통해 기업에 접근 권한을 강제하고 기업의 시스템을 해킹해왔다는 사실과 더불어, 수많은 정부가 자국 국민을 감시하려고 서로 손을 잡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감시 네트워크의 실체까지 세세하게 폭로합니다.

 

규제 없이 벌어지는 대량감시는 사회의 여러 중요한 핵심 가치에 피해를 입힙니다. 슈나이어는 지금 우리 사회의 어떤 측면이 위협받고 있는지도 조목조목 따져 설명합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 친구와 메신저로 나눈 대화가 감시되고 있다는 두려움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킵니다. 정부와 기업은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우리의 심리를 조종하고 여론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이유로 정부가 요구하는 감시 능력을 허용하면 시스템 전체의 보안이 흔들리고 사이버범죄자, 타국 정부, 악성 해커들로부터 우리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사실도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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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zoahaza.net BlogIcon 조아하자 2016.07.23 10:37 신고

    사실 이런 문제는 표현의 자유 뿐만이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죠.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된다면 범죄자가 자기 취향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가능할 거 아니에요...

  • Favicon of http://blog.daum.net/kuroneko78/?t__nil_login=myblog BlogIcon kuroneko78 2019.03.03 08:24

    이 책 너무 잘 봤어요. 이 책은 제가 추천하는 책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책들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서경식, 정주하 외 지음|형진의 옮김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5주년,

3.1과 3.11을 잇는 상상력을 제안하다


식민지지배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연결시키는 

역사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연대의 힘을 이끌어내다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은 2013년 봄부터 2014년 여름까지 약 1년 4개월에 걸쳐 일본 6개 지역을 순회한 정주하 작가의 사진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전시 현장에 서 펼쳐진 대화의 기록입니다. 이후에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미는 손이며, 미지의 독자를 향해 바다에 흘려보내는 유리병 편지입니다.


한국의 사진작가 정주하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연작)을 일본 순회하며 전시하게 된 것은 ‘정주하 사진전 실행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의 여러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뜻을 같이했기 때문입니다. 서경식과 한홍구, 다카하시 데쓰야는 특히 이 작업의 준비과정부터 함께하며 작품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문제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 작업과 전시라는 일련의 과정은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후쿠시마를 공간적, 시간적 경계를 넘어 사유해야 한다는 의지로 이루어졌습니다. 좌담 역시 처음부터 사진전과 함께 기획된 것으로 예술이 촉발한 어떤 문제의식을, 혹은 어떤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진 작업의 준비부터 전시, 좌담, 그리고 그 결과물의 출판까지가 커다란 하나의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요.

 

또 책에는 이들 패널들 사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과의 밀도 있는 대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일본 안에서도 여러 지역 주민들 사이의 인식의 차이와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치열한 대화가 펼쳐집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5주년을 맞아, 3·11을 더 잘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책입니다.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권력이 그어놓은 다양한 허구적인 경계선을 극복하고 지리적,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 간의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이 먼저 문제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개인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해 세력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 피해자에 더 많이 공감하고 연대할수록, 위험 수위에 달한 현재의 상황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전시와 좌담에 참여한 다양한 패널과 청중들은 개개인이 처한 한계와 약함을 인정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했습니다. 그 기록은 더 깊은 성찰과, 더 넓은 공감을 얻기 위하여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된 데 이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현장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시작된 연대의 움직임을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확장하고자 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 전 세계의 평화는 결코 개별적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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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저|김현우 옮김



유튼리더 선정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리베카 솔닛 신간

전미도서상 후보작, 전비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작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삶의 고비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이야기의 힘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작가로 잘 알려진 리베카 솔닛의 신간으로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프로이켄의 『북극 모험』,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백조 왕자』 『룸펜슈틸츠헨』 같은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가 주변의 여러 삶을 바라보며 이해합니다.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내밀한 회고록이지만 읽기와 쓰기가 지닌 공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유려하게 설명하는, 리베카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숙제처럼 떨어진 살구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들을 수 없다면 스스로 찾아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거친다. 눈의 여왕이 등장하고,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고, 체 게바라의 혁명이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의 늑대 이야기가 등장하고, 남편과 아이의 사체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던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을 거치며 작가는 어머니와 화해한다. 그건 어머니와의 화해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했다.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을 만났던 당시 작가의 상황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혹은 번역자인 내가 읽고 싶었던 말은 아마 그것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화해’의 방법일 수 있다는…….

―옮긴이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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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섬을 탈출하는 방법 ┃조형근·김종배 지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도성장에 근거한 경제와 삶의 모델이 불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 사회, 그리고 삶을 바꾸어야 할까?



‘뉴 노멀’의 시대에 모색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은 멈추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져 모두가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삶과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합니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경제 행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떠받치는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고, 협력하는 경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할 대안을 상상하자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소련의 계획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등 이미 시도된 국가 단위 모델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 시도되고 있는 흐름들, 기본소득과 참여계획경제 등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대안까지 차례차례 다룹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그저 경제 체제의 내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적 ․ 정치적 선택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유, 취미생활 등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불행한 사람이 나머지 시간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긴 시간 동안 겪는 긴장, 좌절, 모욕감 같은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물론 노동이 전쟁이고 일터가 전쟁터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그런 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죠. 본래 없던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26쪽)



경제와 사회와 삶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하고 균형 잡힌 가이드북

이 책은 ‘대안’을 찾자, 꿈을 꾸자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 모델의 장단점과 한계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냉철하고 엄밀하게 짚어냅니다.


가령 과거 소련에서 계획경제가 실패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적 이기심을 거슬렀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 낙후와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성장과 분배의 대립 구도에 대한 반증으로 스웨덴을 내세우면서도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처한 난점을 빼놓지 않고 추적합니다. 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맥락,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역 공동체 내부의 자족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더욱 폭넓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꼼꼼하게 다룹니다. 냉소에 빠지지 않는 한편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을 조목조목 따지는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대안 경제 모델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흐름, 사상적 원천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도록 이끕니다. 독일 우파가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어떠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신자유주의의 기수 하이에크는 어떻게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토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제를 먼저 시도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큰 줄기로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대안 경제를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들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제도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자율성이 개별 기업 안에 갇혀버린 탓에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 제도나 여러 사회적 경제 부문들이 협력해 종잣돈을 마련해낸 캐나다 퀘벡 주의 성공 사례 등은 자연스럽게 호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이끌어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하던 시절,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사기업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정부는 정책금융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며 먹여 살린 겁니다. 반대급부로 기업의 존재 이유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여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믿었죠.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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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가 언론에서 소개되었습니다. 묻지마 범죄, 총기난사 등 각종 심리적 문제의 원인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책으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도서입니다. 저자는 그 심리적 부작용들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찾는데요. 오늘날 우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고 명확하게 분석하여 올바른 길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언론사에서는 어떻게 이 책을 보았는지, 함께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11월 20일 (금)

국민일보

  [손에 잡히는 책-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신자유주의가 만든 ‘괴물 인격’

11월 20일 (금)

한겨레

  역사상 가장 잘살지만 가장 섬뜩한 사회

11월 20일 (금)

무등일보

  간추린 새책

11월 20일 (금)

문화일보

  능력·노력만으론 출세 못하는 사회

11월 21일 (토)

경향신문

  [책과 삶]신자유주의의 심리적 그늘…싸이코들이 넘쳐난다

11월 21일 (토)

서울신문

  신자유주의 삼킨 사회 지독한 괴물을 내뱉다

11월 23일 (월)

경향신문

  [기타뉴스]경향신문 문화부가 고른 지난주의 책···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만나야 하는 이유

11월 23일 (월)

아시아투데이

  요즘 세상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

11월 19일 (목)

시니어조선

  “도대체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

11월 18일 (수)

포커스뉴스

  [신간] 도대체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

11월 19일 (목)

연합뉴스

  <신간 들춰보기> 인간의 품격·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11월 21일 (토)

미디어스

  외면 받은 축제 ‘대종상 영화제와 슈스케7’,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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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장혜경 옮김



“도대체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

정신분석학의 대가가 파헤친 신자유주의 경제의 심리적 부작용들



점점 더 많아지고 잔혹해지는 심리장애의 징후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왕따에서 묻지마 살인, 총기난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전의 공격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증상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우리의 정체성 형성 과정, 인성 발달 과정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데서 찾습니다. 철학사와 윤리학사, 종교사에서부터 뇌과학, 동물행동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언론 기사들과 개인적인 체험을 오가며 명쾌하게 입증해냅니다. 그리고 이것이 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 ‘내 아이의 일’인지 섬뜩하게 납득시켜 줍니다. 또 이를 극복할 개인적이고도 공동체적인 대안을 모색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 심리적 문제의 양상들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 더 심각해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많아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사실입니다. 이전보다 더 고비용의 보육과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공격성과 부적응을 보입니다.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아이가 교실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일이 일어나고, 왕따와 이지매가 발생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 유치원에서도 폭력 문제를 고민할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웬만해선 사회 비판적 언급을 자제하는 저명한 정신분석가가 입을 열었습니다. 파울 페르하에허는 특히 ‘엔론 사회’라는 이름으로 직장과 학교와 병원에서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칩니다. 이 변화들은 줄여서 ‘신자유주의화’라고 부를 수 있고, ‘수량화와 성과주의(능력주의)의 도입에 따른 질적 퇴보’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 학문, 보건 제도처럼 간단히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는 분야를 간단히 평가하려고 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아주 치명적입니다.

학교에서는 연구자나 교수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연구는 점점 더 부정확해지고 실험 결과 조작 같은 문제들이 야기됩니다. 정신 보건 업계에서는 유전학과 뇌과학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심리학자들이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합니다. 또 그런 과학적 권위를 앞세워 장애를 대량생산해내고, 내담자들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훈육이나 약물처방을 남용합니다. 


동전에는 뒷면이 있다. 이 시대의 동전에도 피할 수 없는 이면이 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이다. 열 살만 되어도 벌써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향후 정체성은 패배감 위에 세워진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179쪽.



심리학 전성시대와 과학주의 함정들

앞서 언급한 심리학 분야의 변화는 최근 10여 년 동안 시장 상황이 (그나마) 가장 탄탄했던 심리학 분야 출판물의 제목들을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독해지라거나 내려놓으라거나 단순해지라는 등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훈육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이 바뀌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심리학 책과 자기계발서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역시 심리학 책이고 어떻게 하면 지금의 불균형 상태를 되돌리고 행복한 삶,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도 담고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자기인식과 자기변화가 공동체의 자기인식이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특히 과학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최근 심리학과 인문학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자가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라고 부르는 교육 능력주의와 경제 능력주의의 결합은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은 못 버니?’라는 빈정거림으로 요약됩니다. 수량화 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성공, 즉 물질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들은 모두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부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제 ‘지성적’이라는 말은 욕설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합니다.


과학주의의 진실은 종교의 진실보다 토론을 덜 허용하며 과학주의자와의 토론은 종교인과의 토론보다 더 가망이 없다는 폴란드 철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의 말은 이 지점에서 정당성을 얻는다. 소위 비판적 사고라는 명분을 내건 과학주의자들이 학문에 접근하는 일체의 다른 방식을 참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84쪽.


정체성과 윤리와 행복과 좋은 삶은 무슨 관계일까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는 웬만한 부모들, 교육자들에게 유익한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발달이론이 오늘날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변화된 정체성 형성 과정이 어떤 문제들을 가져오는지 생생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애착과 분리의 이론과 현실을 이렇게 업데이트된 버전으로 정리한 육아책은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윤리관부터 기독교적 가치관, 계몽주의의 가치관, 기독교 체제의 해체 이후에 나타났지만 종교보다도 완고한 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불러온 과학주의의 발흥, 그리고 진화를 진보로 오독하고 사회 진보와 개인의 계발을 부추기는 새로운 다윈주의의 득세에 이르기까지 수 페이지 안에 일필휘지로 윤리의 역사를 일별하는 저자의 내공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자가 좋은 삶을 위해 제안하는 것들은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기심과 구분되는 자기배려에 집중하기,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지배자의 권력과 구분하고 인정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결핍’을 ‘의미’로 바꾸기 위해 (학문이든 예술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온갖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이기. 인간의 조건을 끌어안는 이런 전통적인 방법이야말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삶을 힘들게 하는 온갖 구질구질한 규정들 탓에 우리는 윤리의 원래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정확히 말해 규범과 가치는 자신의 신체 및 타인의 신체를 대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49쪽.


지금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에 도덕적 비판을 포함한 가치만단이란 모두가 애당초 의심스럽기에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49쪽.






지은이 파울 페르하에허Paul Verhaeghe

벨기에 헨트 대학의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이다. 1998년에 출간된 『고독한 시대의 사랑』은 학술서임에도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어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2000년 출간된 『정상성과 장애들에 관하여』의 영어판은 괴테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로 세계정신분석학회(IPA)의 후원하에 신경과학과 정신분석학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제안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러 차례에 걸쳐 행해진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출간 즉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옮긴이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바보들의 심리학』, 『사랑의 코드』, 『피의 문화사』, 『오노 요코』, 『누구나 혼자입니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방황의 기술』, 『마지막 사진 한 장』, 『해적당』, 『권력의 언어』,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백일야화』, 『사물의 심리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날것의 요리, 매혹의 요리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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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벙커1에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저자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벙커1에서 하는 강연은 처음이었는데요. 강연 시작 며칠 전부터 신청자가 워낙 많아서 첫느낌이 좋았습니다. :)






오늘 강연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의 임동근 교수님과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의 조형근 교수님이 함께 진행해주셨습니다. 서울도서관에서 한 강연에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의 공저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김종배 선생님과 함께 했는데요. 이번 조형근 교수님과의 만남 또한 각별했습니다.




조형근 교수님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도 김종배 선생님과 함께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으로 하여 엮인 책이기 때문이죠.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또한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도서정보] (클릭)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도서정보] (클릭)




벙커1은 위와 같이 자유롭게 앉아서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강연을 안할 때는 카페 공간으로 사용되죠. 이번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강연 사전 신청자에게는 벙커1에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쐈답니다!





워낙 질문이 많아서 강연은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는데요. 분위기 있는 강연공간과 열정적인 독자 분들 덕에 더욱 풍성한 강연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진행될 반비의 강연에도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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