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어 여덟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바로 '정독도서관'입니다.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편은 3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 ① /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과 ②편에 이어서...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 ③


by 강예린 & 이치훈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도서관


정독도서관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은 입지와 도서관의 정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이 적극적으로 성인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정독도서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들이 독자들과 함께 책 출판을 기념한다. 성인 독자들을 위해 작가와의 만남은 퇴근 이후의 시간에 이루어진다. 작년에는 스물세명의 작가들이 이곳 정독도서관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황석영, 박범신, 김훈, 이덕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한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도 출판 간담회를 정독도서관에서 가졌다.


두세 시간은 훌쩍 넘겨버리는 작가와 독자의 만남에서는 작가의 낭독을 들을 수도 있고 책에 관련된 의미 있는 대화들이 오간다. 북적거리는 대형서점에서의 팬사인회와는 다르게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독자들은 사뭇 진지하게 작가와 대화한다.


한편 작가와 팬들의 만남이기에 화기애애하기만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독자들은 책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작가를 곤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재야의 역사학자 이덕일 선생의 “조선 왕을 말하다” 행사 때에는 작가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독자 한 분이 “왜 그런 작가를 섭외했냐”며 도서관에 항의를 해오기도 했다고 한다이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는 문화활동 지원과의 나영선 사서님의 대응이 현명하다. “도서관은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책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이 일화를 전해들은 이덕일 선생도 “딴지를 걸어오는 독자들이 있는 정독도서관이 좋다”고 하셨단다.



「문화로 먹고살기」 출간 기념 대담회 (정독 도서관, 2011.10.11)



도서관이 책과 사람이 만나는 개인적인 독서를 넘어서서 다양한 생각이 만나고 토론하는 장소라는 현직 사서의 생각은 당연한듯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도서관이 정숙하게 묵독하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것. 독서의 정신활동을 개인적인 체험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생산하게 하는 장소라는 생각은여느 도서관이나 곱씹어볼 만한 문제의식인 것 같다.



, 출판, 그리고 학계의 네트워크가 만나는 장소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풍경과 더불어 정독도서관에서는 학술 심포지움이 열리기도 한다. 학술심포지움이라면으레 대학교나 학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생각하기 쉽다. 학계라는 제도권 외부에서 출판사와 학자들이 주체가 되어 주관하는 심포지움은 그래서 특별하다. 공공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학술행사는 학문 체계의 벽, 대학 제도의 벽, 지식인과 대중의 벽을 허무는 시도였다. 여기서 도서관은 대학이나 컨벤션 센터를 대체하는 대안적인 공간이 된다. 상아탑에 갇힌 그들만의 학문이 아닌 대중적인 소통의 장으로서 도서관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심포지움에는 따로 참가 신청을 해야 하거나 참가비를 낼 필요가 없었고 누구에게나 열린 행사로 진행되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던 심포지움에는 2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도서관 측에서도 어려운 내용의 학술 행사에 독자들이 몰리는 현상에 놀랐다고 한다. 정독도서관과 함께 푸코심포지움을 주최했던 출판사 그린비는 그 이전에 알튀세르심포지움을 통해 “알튀세르 효과”라는 책을 출판해내기도 하였다.


독자들이 문턱 없이 그 심화된 학문적인 소통의 장에 드나들며 그 결과가 책으로 출판되어 다시 도서관에서 읽히는 일련의 과정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지식을 생산하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서관이 책과 출판사 그리고 학계의 네트워크가 구체화되는 결절점이 된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린비 출판사와 정독도서관의 심포지움은 대안적인 연구 공동체와 학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움직일 수 있는 자유로운 지식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 치밀한 기획이 필요한 학술행사를 매번 도서관에서 여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독도서관이 치루어냈던 심포지움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독도서관의 작은 시작을 통해 문화강연을 위한 공간이나 지역의 공동체의 장이라는 역할을 넘어 도서관이 좀더 심화된 학술 공동체의 장이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정독도서관의 미래, 책을 만드는 도서관


보르헤스는 스스로를 “작가로서보다 오히려 독자로서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단편소설의 세계적인 문호로 알려진 보르헤스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들 중 흥미로운 부분은 그의 소설이 다른 문학작품을 읽고 요약, 가필하는 과정에서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타인의 글에 의탁해서 자기 글을 쓰는 방식으로서 패러디와 메타 픽션과 같은 독특한 기법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보르헤스 특유의 소설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9살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에스파냐어로 번역해 신문에 투고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아이였던 보르헤스가본격적으로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한 것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의 미겔카네 시립도서관의 사서 시절이다. 사서의 업무가 그리 과다하지 않았던 터라 보르헤스에게 도서관 지하의 서고는 조용히 혼자 독서하며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보르헤스의 일화를 통해 모든 독서가 창작을 전제 한다는 가설을 세운다면 뛰어난 독자들이 많이 찾는 도서관에서 훌륭한 작가가 탄생할 확률도 높지 않을까? 책을 읽는 도서관을 넘어 책을 만드는 도서관이다. 대영박물관의 도서관이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아놀드하우저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집필한 장소였던 것처럼 수준 높은 독자들이 끊이지 않는 정독도서관에서도 세계적인 작가가 탄생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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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nbi Editor!
  • 여행가방 2012.09.07 09:45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에 이어 여덟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바로 '정독도서관'입니다.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편은 3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8) ~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 ①편에 이어서...



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 ②


by 강예린 & 이치훈



한국 학교 건축 유형의 출발


그림 1. 경기고 시절 운동장을 향해 신식 건물의 파사드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을 도서관의 본관 건물은 이제 울창한 조경 뒤에 숨어있다.


정독도서관의 현재 건물은 1938년 지어진 경기고등학교[1] (당시 6년제 경기공립중학교)이다. 세 채의 교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평범한 학교건물 같지만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2호이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스팀 난방시설을 갖춘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학교건물이었다. 수선과 보수도 여러 번 했고 외관의 페인트 색깔도 몇 번이나 바꿔 칠했지만 건물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경기고등학교 건물은 군국주의 일제에 의해 시작된 강압적인 근대 교육의 전형적인 학교 건물 유형이다. 지어진 지 8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이 건물을 전형적인 학교로 느끼는 것은 이곳이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학교 건축 유형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이 땅에 있어왔던 학교는 성균관과 향교라는 곳인데 숙식과 책 읽기, 조상에 대한 제례 등이 모두 가능한 일종의 생활공간이었다. 1894년에 과거제가 폐지되고 근대적인 교육제도가 마련되면서 학교라는 공간은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식민지배의 우민화전략,  군국주의의 엄격한 훈육이라는 교육의 목표와 맞물려 서양식 건축을 변용해 일제가 들여온 새로운 형식들로 대체되고 1938년 지어진 경기고등학교 건물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정독도서관은 건축사적으로는 근대의 표준 양식을 중심으로 아르데코와 이탈리아 합리주의를 간략화한 어휘가 섞여 지어졌다. 건물 전면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벽기둥과 탑처럼 높게 솟은 중앙 입구, 사각형의 창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구성된 파사드 등이 그러하다. 모두 1930년대 서양에서 유행하던 건축의 양식이었다.


궁궐과 사대부들의 한옥을 제외하면 사대문 안이 대부분 초가집으로 채워져 있던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신식 건물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권위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초기 근대 건축물의 질서들을 품고 당당하게 서있지만 여기저기 오래된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은 정독도서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이다.

 


그림 2. 건물 사이사이 정독도서관은 근대 건축의 순수한 초기 언어들로 채워져있다.



서울에서 80년 가까이 나이든 건축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근대 건축물을 현대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래서 정독도서관의 공간은 건축사적으로나 교육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그림 3. 세번째 건물의 외관은 조금더 장식적인 언어를 보여준다.




학교에서 도서관으로


학교와 도서관은 어딘가 통해있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학교와 도서관 모두 공부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지역사회의 커뮤니티와 평생교육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요즈음 문화에 비추어 보면 학교 건물이 그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다소 경직된 건축의 형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일한 크기의 방이 연속된 편복도식의 구조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사람들 사이의 만남을 조직해 내기에 가변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감각으로 남아있는 학교 공간에 대한 기억은 정독도서관에서 더 이상 분단위로 쪼개진 시간과 방의 체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도서관의 시간은 학교의 시간처럼 분화되어 있지 않고 길다란 건물도 더 이상 학교의 방처럼 잘게 쪼개져있지 않다. 학교의 잘게 쪼개어진 공간과 시간 사이사이를 이어 붙인 정독도서관은 길다. 100m에 가까운 길이로 학교 건물의 동서 방향 전체를 하나의 열람실로 사용한다. 한쪽 끝 서고의 좁은 틈 사이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소실점이 만들어질 정도이다.


그림 4. 끝이 보이지 않는 소실점. 정독도서관의 서고는 길다.



수업 사이 사이 유난히 짧았던 쉬는 시간도 정독도서관에는 더 이상 없다. 꽉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혼란과 질서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던 학교의 일상은 도서관에서 길게 이어 붙여진 자율적인 독서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동시에 유년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형식 안에서 보냈던 우리의 기억은 다시금 그 공간에 반응하는 몸의 습속을 불러들이면서 책 읽기를 위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다소 엄격한 공간의 형식이 오히려 책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사법고시 공부를 위해서 절에도 들어가곤 하지 않았는가. 독서도 마찬가지, 고시만큼 거창한 공부는 아닐지라도 책을 읽는 한순간정신노동을 위해 공간의 형식과 분위기는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학교와 같은 공공시설의 건축공간들이 발달하면서 예절로서의 묵독이 발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만큼 공간의 형식과 조건은 독서하는 우리의 몸과 밀접한 영향관계에 있다.


그림 5. 눈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을까. 채도 높은 녹색 책상이 이채롭다.



그런 면에서 훈육의 장으로서 학교의 엄격한 공간질서는 집중해서 묵독하는 개인적인 독서형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매체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독서형식의 변화로 글을 읽는 것이 더 이상 책 한 권에 집중된 독서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분산된 지각의 형태로 존재하기에 조용하게 집중해서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언젠가 “필사(筆寫)는정독(精讀) 중의 정독”이라고 하였다. 이름도 그러하지만 정독(正讀)도서관은 무언가 필사의 독서와 어울리는 장소이다. 서울 한 복판에 섬처럼 놓여있는 정숙한 공간에 힘있게 자리잡은 오래된 건축물. 북촌의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지나 정독도서관의 언덕진 입구를 오르면 장소는 더 이상 대도시 서울이 아니다. 경기고 당시 운동장은 도서관의 정원이 되어 도시의 소음을 흡수하고 혼란스러움을 걸러주는 필터가 되었다. 무성한 수초 사이를 흐르는 물이 자연스레 정화되는 것처럼 도심 한복판의 너른 정원은 대도시의 소란스러움을 잊게 해준다. 한여름 우거진 녹음을 지나 도서관에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의 두꺼운 벽체가 품은 냉기를 느끼며 마음은 한결 더 차분해진다.




운동장에서도서관의 앞뜰로


정독도서관 도서관보 제 1호에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정독도서관 개관 당시의 조감도가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도서관 앞의 정원이 지금처럼 울창하지 않다. 정원이 풍성해지기까지시간이 걸리기도 했겠지만 애초에 개관 당시에는 지금처럼 울창한 정원으로 계획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정원의 어디를 걸어도 나무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교실이 열람실이 된 것과 같이 운동장은 정원이 되었다.




그림 6. 개관 당시의 도서관보에는 지금처럼 울창한 정원도, 종친부 건물도 없다.


누런 마사토가 깔린 그림자 뼘 없는 운동장 땡볕아래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조회를 서며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교장선생님에 대한 거수경례를 올리던, 조회가 끝날 무렵에는 교가나 애국가를 불렀던 장소인 학교 운동장에 대한 기억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학교 운동장은 군사 훈련을 닮은 학교 교육을 위한 사열대였다. 그래서그곳은 나무 몇 그루 없는 텅빈 공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림 7. 정독도서관의 앞뜰에는 어딜가나 그늘이 따라다닌다.


텅 빈 운동장이 녹음으로 채워지고 분수대와 작은 연못, 그 주변에 작은 오두막 정자를 갖게 되었다. 곳곳에 비도 새지 않을 것 같이 빽빽한 등나무 지붕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나무는 여의도의 윤중로가 부럽지 않고 겨울이면 잔디 위에 하얀 눈밭이 만들어진다. 정원 덕분에 정독도서관에서 독서는 닫힌 서고 열람실을 벗어났다.


산으로 둘러싸인 보기 드문 도시 서울이지만 도심 속에 녹음 짙은 공원 하나 찾기 힘든 살풍경 속에 정독도서관은 최고의 휴식공간이다. 앞으로 공원에 가고 싶다면 정독도서관에 갈 일이다. 온 김에 책도 한 권 읽고 가면 좋겠다.



 


그림 8. 첫번째 건물과 두번째 건물 사이의 휴식공간은 도서관의 외부 공간 중 가장 조용한 독서장소이다.



서양식 건물의 강조된 포치(입구)를 지나 세 채의 건물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지날 때마다 양쪽으로 건물 사이사이의 외부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도 벤치와 나무 그늘이 있다. 건물보다 건물의 외부가 더 자유로운 독서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독도서관의 여유 있는 정원 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곳이다. 서울의 복잡한 땅 한가운데 비워진 정원과 도서관 건물 사이의 비워진 공간은 모두가 비워져 있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갖게 된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으며 도시락을 까먹을 수도, 잠깐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림 9. 사람들은 오두막 위에서 토론하기도 하고 도시락도 먹는다.



[1]현재 정독도서관으로 쓰이는 건물은1938년 경기공립중학교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어진 교사동 세 채이다. 38년 이전에 경기고등학교 최초의 전신은 1900년 설립된 관립한성중학교이다. 이후 1911년 경성고등보통학교 (일본인과 차별교육), 1921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수업5년으로 연장), 1922년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 (경기도로 이관), 1938년 경기공립중학교, 1946 경기중학교 (6년제, 서울 특별시로 이관)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기고등학교가 된 것은 1951년 이었다. 지금 정독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는 38년도에 신축된 건물은 2002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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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여덟 번째 꼭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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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도서관 정독 도서관 ①


by 강예린 & 이치훈




대도시 서울의 역사, 학교와 바꾼 도서관


1976, 서울의 한 복판에 자리잡고있던 경기고등학교가 지금의 삼성동으로 이전을 한다. 이전하고 남은 학교 건물에는 정독도서관이 들어선다. 당시의 통계로는 국회도서관 국립 중앙도서관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서관.


그런데 의문이다.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 서울의 요지에 있던 고등학교가 이전한 걸까? 그것도 당시 최고의 명문이었던 경기 고등학교가. 주로 지가가 낮은 도시의 외곽이나 녹지에 도서관이 지어지는 요즘 상황을 생각하면 도심 한복판에, 걸어가기도 쉽고 찾기 좋은 곳에 공공 도서관이 들어선 것은 파격이다. 하지만 사실 서울의 중심에 도서관을 짓기 위해서 학교가 이전한 것은 아니다.


정독도서관이 개관할 당시 70년대 서울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지금의 강남, 잠실은 도로도 없고 건물도 몇 채 없는 논 밭이었다. 영등포를 제외하면 한강의 남쪽은 대부분이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었다. 당시의 서울은 한강 이북의 사대문 안과 그 주변의 일부에 불과했다. 산업화의 바람으로 점점 서울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강북 구도심만으로는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 이른다.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는 서울의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서울시는 이른바삼핵 도시계획을 수립한다. 한강 이남의 동쪽과 서쪽에 서울의 새로운 중심부를 두 곳 더 만들어 강북 구도심의 인구를 분산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림 1 대도시 서울의 성장과정 60년대말 70년대 초까지도 지금의 강남은 서울이 아니었다.


서초, 압구정, 역삼 대치동에 이르는 영동지구 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잠실 지구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계획되었다. 78년에는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착공하고, 허허벌판이던 강남에는 아파트와 높은 빌딩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만 짓는다고 사람들이 이주해 삶을 꾸릴리는 만무하다. 사람들이 들어가 살만한 조건이 필요했다.


인구 분산을 위한 서울시의 여러 정책 중에 단연 효과를 발휘한 것은 강북의 명문고등학교를 강남으로 이전하는 계획이었다. 1976년 경기고등학교를 시작으로 1978년 휘문중고등학교, 1980년 숙명 여중고와 서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였다. 그러나 광복 전후를 통해서 한국 최고의 명문이었던 경기고등학교 이전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의 반발에 주춤하였다. 정재계에 포진해있던 국내 경기고 동문은 물론 재미동문들까지 합세하면서 강한 반대 여론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반발을 달래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는 학교 이전 후 “화동의 교사를 허물지 않고 말끔히 개수선하여 도서관으로 쓰겠다.”는 약속을 한다. “교정도 단장하여 도서관 뜰로 남기겠다.”고 했다. 정독(正讀) 도서관의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의 이름에서 왔다. 정독도서관은 대도시 서울이 전쟁을 치르듯 커가던 와중에 서울 한복판에 독특한 입지로 남게 된다.




어른이 된 도서관


정독도서관은 장서 50만여권, 하루 평균 이용자 수 6,000, 하루 대출되는 책이 7,000권이 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공공 도서관이다. 한해 200만명이 넘는 숫자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서관이다.

 

도서관의 나이도 올해로 서른 다섯 해를 맞는다.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의 효시를 1901년 부산에 세워진 홍도 도서관(현 부산 시립 중앙도서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의 역사는 100여년 남짓으로 생각할 수 있다. 2010년 현재 전국의 공공 도서관은 759개인데, 60년대 중반까지 공공 도서관이 20여개가 채 안되었고 정독도서관이 개관한 76년 당시 70여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었으니 양으로만 따진다면 정독도서관이 개관한 이래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10배의 성장을 했다. 그러니 정독도서관은 약간의 억지를 섞어서 이야기 한다면 10형제의 맏형 정도 될것이다대도시 서울이 커가는 역사와 함께 했던 도서관이면서 그 규모와 나이 면에서 정독도서관을 우리나라의 어른 도서관으로 꼽는 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 자리에 있어온 나이만큼 정독도서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있다. 60년생 중견배우 김학철이 “백수시절 죽치고 살며 소설이란 소설책은 죄다 독파했다”는 곳이 정독도서관이다.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면 고시에 합격한다고 해서 청춘을 이 도서관에 바친 현직 법조인들도 부지기 수란다.


정독도서관 이전 경기고등학교의 역사까지 겹치면 이 장소는 더욱더 특별해진다. 세계시민이었던 백남준은 경기고 출신이었다. 동문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와 문화부 주체의백남준 기념사업회는 정독도서관 부지[1]에 백남준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사서들이 일하고 있는 2층 사무실에는 가끔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들이 들러 “여기가 학교 다닐 때 내 반이었던 것 같은데?” 하며 추억들을 회상하시기도 한다.   


도서관이 많지 않던 시절 정독도서관은 개관하자마자 공부할 공간을 찾는 학생과 직장인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새벽 네 시부터 도서관이 열기를 기다려 “입장”하던 풍경은 일상적이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학생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정독도서관 몽둥이로 질서 잡다 세 학생 추락, 중경상”이라는 제목의오랜 기사는 도서관이 당시 얼마나 인기였는지 짐작케 한다.


사고는 이날 상오 5시쯤부터 몰려든 학생 및 일반인 1만여명이 도서관 앞 가회동 골목길과 창덕여고 입구 등 3개의 골목길에서 약 5m씩 줄을 서 혼잡을 이루고 있었는데 질서를 잡는다고 도서관 수위 및 경비원 13명이 몽둥이를 휘둘러 학생들이 이를 피하려고 사고 지점으로 몰리는 바람에 일어났다.


공공 도서관이었음에도 몇 시간씩 기다려 입장료 10원을 내고 이용하던 시절이었다. 소위 386세대부터 장년층, 노년층까지 우리 사회 어른들의 추억에 정독도서관은 중요한 장소로 각인되어있다. 정독도서관은 가장 어른스러운 도서관이면서 어른들의 도서관이다.




[1]백남준 기념관 건립이 논의되고 있는 장소는 정독도서관 내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부지이다. 원해 경복궁 동쪽 문인건춘문맞은 편에 있다가1981년 전두환 정권 당시 보안사의 요구로 정독도서관으로 이전하였다. 이전된 소격동 터에는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최근 소격동 자리에 국립 현대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종친부의 원래 터가 발굴이 되고 다시 제자리로 복원하기 위해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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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전미숙 2012.11.06 23:36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의 효시를 1901년 부산에 세워진 홍도 도서관(현 부산 시립 중앙도서관)으로 본다면 -- --- -- -중앙도서관이 아니라 (현 부산시민도서관) 입니다. 한국도서관기행(4) 인가에 다루었던 도서관이죠///. -- 한국 도서관 기행 좋은 글 정말 감사드려요.

...에 이어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장르 도서관'입니다.  '장르 도서관'편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②편 /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③편 에 이어서...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편의 마지막 편인 ④편입니다. 



사진책 도서관 


by 강예린 & 이치훈


‘사진책 도서관’은 헌책-방과 사진-책을 사랑하는 개인이 1992년부터 모은 책들을 인천의 배다리에 열면서 시작되었다. 다른 책들도 있지만, 사진책을 도서관의 한복판에 둔 사연은 사람들이 사진책을 가장 안 읽는다고 느껴서란다.

시골살림을 하고 싶은 도서관장님 내외는 배다리 살림을 접고, 잠깐 충주를 거쳐서 다시 더 남쪽 전남 고흥으로 도서관을 연달아 이사했다. 시골이라도 곧 도시가 될 시골 혹은 도시가 되고픈 시골이 있는 반면, 꽤 오래 시골답게 남아줄 것 같은 장소를 원했다고 한다. 바로 오는 기차도 없고, 고속도로를 통해 연결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고속의 시간’에 포섭되지 않는 몇 안 되는 장소이다. 여기 오는데 내가 쓴 시간도 무려 4시간 반이다.

골목안의 독자들을 떠나서, 멀고 한적한 곳으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저는 사진책을 읽어줄 사람들은, 이곳까지 시간을 내어서 찾아와 줄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이 긴 시간을 감당하고 오는 사람들은 사진책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준비를 하며 올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   

새로운 사진책 도서관의 터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이다. 사진책 도서관은 이제 막 짐을 풀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있어요. 이사를 두 번이나 와서 책이 엉망이 되었어요. 볕 나면 책 관리하고, 아이 키우며 빨래하며 틈틈이 사진책 도서관을 다듬습니다.” 사진책 도서관의 최종규 관장님은 서두는 기색 없이 느긋하게 짐을 풀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서두를 필요가 있냐면서.




사진_사진책_시간 

 

“여기에는 시간이 머무는 것 같아, 도시에는 시간이 다 도망가 버렸는데.” 폐교에 들어가니,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 정기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어른 따라 도시로 도망간 교실에는, 도망갈 수 없는 시간들이 대신 앉아있다. 아이들의 노는 자리만 찾아 이 곳 저 곳의 시간을 담아둔 편해문씨의 「소꿉」, 태어날 때부터 딸아이의 결혼식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평범한 아빠 전몽각씨의 「윤미네 집」, 권투선수가 출정을 앞두고 혹은 경기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투지에 찬 모습을 짓는 순간을 담은 히데키 사토의 「Korean Boxer」 등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 이곳에 가득하다. 시간을 담아둔 폐교처럼 사진책에는 나름의 시간이 담아 있다

사진이 등장과 함께 그림을 대체해버릴 것이라는 과거의 예측도,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를 복제해서 가두는데 있어서 사진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잔 손탁(Susan Sontag)의 말처럼 ‘사진의 가장 웅대한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사진은 자기만의 기재로 세상을 차곡차곡 꾸릴 수 있다. 앨범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가족의 범위와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청주사진관의 사진들은 이제는 청주사진관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은 점차 시간과 장면의 수집을 넘어서 다른 방식으로 말을 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과거 사진이 액자에 담겨져서 전시에 걸리거나 집안의 인테리어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은 책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와 있다. 세상을 어떤 크기로도 줄였다 늘렸다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사진은 책으로 묶어 둘 수 있다.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이미지화해서 담아 두는 것인데 사진을 오래 보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처럼 말할 수 있다. 크기에서 주는 감동 보다는 같이 묶여져서 나오는 사진 이미지와 부딪히면서 내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선택되고 걸러지는 것이다. 사진이 바라보는 방식은 이 선택과 걸러짐을 더욱 강조할 수도 있고 여짓껏 주목하지 않은 정보를 더 두드러지게 드러내서 다른 피사체와 동일선상에서 바라 볼 수도 있게 해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진은 ‘본다는 것’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액자 앞에서 지켜보는 사진이 아닌 책으로 엮여져 읽는 대상으로서의 사진은, 더 많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있다. 손으로 한 장씩 넘겨서 읽는 사진책을 우리는 순서대로 읽지 않고 손 가는대로 읽어내어 새로운 이야기로 몽타주 해내기도 한다. 

책으로 묶이면서 사진은 보다 ‘이야기’에 가까운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 갔던 전시를 다시 가게 되는 일은 별로 없으나 책으로 두고두고 읽고 새기는 일은 가능해졌다.

「윤미네 집」은 ‘사진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아기 윤미가 태어난 순간부터 결혼하는 날까지의 사진을 윤미네 집 거실에서 앨범으로 보는 것과, 책을 통해서 읽는 것은 명백히 다르니 말이다.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다.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다. 조금 더 올바르게 고쳐 말하자면,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기 쉽다.  사진을 책으로 엮어서 내는 일은 우리 출판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홀대 받는 출판 시장인데다가, 사진책은 글 책보다는 비싸기 때문이다. 찍어봐야 1000부 정도를 찍어내는 것이 보통이니, 때를 놓치게 된 사진 책은 헌책방에서야 만날 수 있다. 인문 사회과학 문학책들은 더러 다시 출판되기도 하지만, 「윤미네 집」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진책은 단 한 번 세상에 드러난다.

더욱이 인터넷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을 대신하면서 사진책은 더더욱 팔리는 편차가 더 크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팔리는 책종은 실제 서점에 비해 60%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 면에 노출되는 것의 숫자가 적다 보니, 뒤적이면서 판단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책과 같이 잘 노출이 되지 않는 책들은 찍어내는 부수가 적은채로 유지되고 많아야 2쇄가 찍힌다. 

“한국은 사진기 보급이 아주 높고, 손 전화라든지 디지털사진기라든지 온갖 사진기를 참으로 많이 쓰지만, 정작 사진을 어떻게 찍으며 내 삶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가 하는 길은 거의 모르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DSLR의 보급이 높은 나라, 사- 진을 많이 찍는 나라에서 남이 찍은 사진을 찬찬히 뜯어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기의 렌즈가 세상이 아닌 자신에게로 주로 향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배경에서도 다른 오브제를 다 제치고 본인의 얼굴이 제일 앞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건 간에 그 모습에서 자 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이 순간을 남기고 변화해 가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속성인 것처럼, 헌책방에는 이미 책 목숨이 다한 책들이 그 가치를 연장하고 있다. 사진책 도서관에서도 그런 책들이 눈에 곧잘 걸린다.     

내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뿌리 깊은 나무’의 전권이다. 어느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시 복간하면 좋을 잡지로 순위에 꼽힐 만큼 좋은 기획으로 이뤄진 책인데, 왠만한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 만나기 힘들다. 

굴피집이나 한국의 건축, 사실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기에 사진책 도서관은 이 희박한 통계치가 몰려 있는, 극도로 가치있는 공간일 듯싶다. 


한국 도서관 기행 7번째 이야기 '장르 도서관'편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달의 8번째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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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어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장르 도서관'입니다.  '장르 도서관'편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②편에 이어서...


* ①편에서 언급했습니다만, SF&판타지 도서관은 2012년 6월 사당에서 연희동으로 이전하여 개관했습니다. 아래 포스트의 사진 등은 사당에 있을 당시의 모습입니다.


SF & 판타지 도서관 : 장르는 우리가 지킨다 


by 강예린 & 이치훈 

공상이 아닌 상상의 보고


‘SF & 판타지 도서관’은 SF와 판타지를 주축으로 그 경계가 맞물려 있는 추리와 무협까지 포함하는 장르 도서관이다. 모험과 신비, 상상과 환상을 직접 다루는 책들, 그리고 이 책의 원동력이 되는 과학적 배경과 인문적 상황을 설명해주는 과학 잡지, 신화학, 상징인류학 책들도 보유하고 있다.



보통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상상을 SF, 기술과 과학의 도움을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상상의 장을 판타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 통상적인 정의 보다 SF 판타지 도서관의 전홍식 관장님의 정리가 더 마음에 든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SF는 ‘왠지 가능할 것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판타지는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꿈의 실현’에 가까워요.” 가능할 것 같기 때문에 현재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쉽다는 것이 SF, 꿈에서 마음껏 실행해보았기에 현실의 결핍을 느낄 수 있다면 판타지다. 현실을 떠나서 상상의 세계로 떠나지만 다시 현실을 돌아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둘이 가진 힘이자, 이 도서관 이름이 'SF & 판타지 ‘도서관인 이유이다.

동유럽에서 SF 장르가 발달한 것도 엄한 정치현실을 고도의 상황설정을 통해 차원 높게 비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주한 체코 대사가 SF 소설을 쓰는 작가인 것도 신기하지만, 납득은 된다. SF 판타지는 매우 비전형적인 방식으로 정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공상’을 떼어놓는다. 허황된 상상[空想]이 아니라 현실을 바꿀 수도 있는 엄연한 힘을 갖춘 장르라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1983)'에서는 핵폭발 이후에 사람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가상으로 보여주었는데, 이 상상 장면이 너무 적나라한 나머지 군축협상이 이루어지고 반핵운동을 강화했다 한다. 

아톰을 보고 자란 일본에서는 인간적인 로봇을 만들고 아이로봇(i robot)을 보고 자란 미국에서 만드는 로봇이 보다 실용적인 로봇을 만드는 것도 상상이 미래의 현실에 대해 힘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F 판타지 장르는 현실을 떠나버리는 공상이 아닌 현실로 돌아오는 상상, 현실과 밀착된 상상의 영역이다.  



사이버 문화에 힘입은 도서관  

 

SF 판타지 도서관의 처음은 한 모임의 작은 상상에서 시작했다. 1998년도에 생겨서 10년 동안 지속된 SF 동호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현재의 SF 판타지 도서관의 관장님이 있다. 도서관에서 찾기 힘든 SF 판타지 관련 책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며 주문을 외웠다.   


“2008년 SF 판타지를 소개하는 ‘SF 판타지 컨벤션(convention)’에서, 자원 봉사하는 분들에게 SF 판타지 장르의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이 필요하지 않느냐 했더니, 모두가 동의하고 용기를 북돋았어요.” 동호회원들이 힘을 합해서 창고였던 공간을 개조했다. 얼렁뚱땅 페인트도 칠하고, 바닥도 깔았다. ‘그저 좋아서 만든’ 민간 도서관이니 지원은 못 받고, 운영자들의 자원봉사와 정기회원의 후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정기회원이 60분 정도 계세요. 아직도 많이 모자라죠. 200명은 되어야 운영이 정상화되는데.”


‘SF 판타지 도서관’ 뿐 아니라, 한국에서 이 ‘SF 판타지 장르’의 시작은 사이버 공간의 등장과 관계가 깊다. 보통의 문학은 문학잡지나 신문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하지만, SF 판타지 무협소설은 90년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PC 통신에서 연재되던 통신문학에서 기원을 둔다. ‘퇴마록’이나 ‘드래곤 라자’의 인기로 온라인의 연재는 오프라인의  출판으로 이어졌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바뀌면서도 상황은 같았다. 이름만 사이버 문학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으로 연재된 판타지 무협물들이 책으로 바뀌어, 대여점을 중심으로 재보급 되었다. 한국의 판타지 물들의 표지 디자인이 가지는 묘한 B급 정서는 이런 기획되지 않고 인기에 대응하는 급한 출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SF 판타지 장르에 대한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 상황에서 돌파구가 된 것이 온라인이라는 사이버 공간이었다. SF 판타지도서관은 이 가상의 세상을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장시키려 한다.  

한국 뿐 아니라 문학의 역사에서 SF와 판타지 장르는 천대를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과학을 소재로 삼았지만 과학적인 사실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문학으로 보기에도 어렵다1)는 조소를 받기도 하고, 상상계를 낮게 보던 인식론적이고 심리학적인 전통도 뿌리 깊다.

이 맥락에서 SF 판타지 책은 도서관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폐간된 ‘판타스틱’ 이외에 이 장르에 대한 잡지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문학잡지나 신문의 신춘문예처럼 판단할 수 있는 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SF 판타지 도서관은 이런 것에 대한 여과장치가 되고, 더 장르의 저변을 넓혀서 이 장르의 작가들을 등단하게 하고 싶어 한다. ‘미래경’이라는 잡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작가를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도서관 서가에서 보이지 않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이 잘되려면 잡지가 있어야 해요. 만화가 잘나갈 때 만화잡지가 20개 정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신인의 작품 10편이 소개되면 200편의 작업이 소개가 된다는 셈이죠”




대여점 VS SF 판타지 도서관


한국에서 SF 판타지 문화가 비주류의 문화처럼 비쳐지게 된 것으로는, 이 장르의 유통이 주로 ‘대여점2)’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인터넷에 밀려서 대여소마저 사라지고 있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돈을 내고 만화책이나 SF 판타지 무협소설을 빌려주던 대여소가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다. 이 ‘대여점’은 도서관처럼 책을 빌려주긴 하나, 상업적인 성격 탓에 돈이 되는 책들 즉 자극적인 것들만 구비했다. 더욱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 나온 신진 작가의 책보다는 쉽게 독자를 얻을 수 있는 기존 일서나 외서 위주로 하여, 판타지 SF 무협의 장르 가 풍부해질 수 있는 토대를 협소하게 만들어 놓았다. 


“좋은 SF와 판타지 작품은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삶을 다시 보게 만들지요. 나쁜 작품은 그 안에 빠져서 다른 아무 것도 못 보게 해요. 대여점에 있는 많은 소설과 만화들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 사람들을 환상 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 하게 하는 작품이 많아요. 대여점은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계속 빠져 들어 대여해가며, 시간을 죽이게만 만드는 그런 작품만을 선별해요.”


SF 판타지 관장님 이야기처럼 현실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즉 그냥 그 순간을 도피하는 것으로 SF 판타지의 장르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대여소가 기여한 바는 크다. 만화 가게가 대본소 만화의 편을 들면서, 만화 장르에 대한 인상이 떨어뜨린 것과 마찬가지로, 대여소에서 택한 SF 판타지가 도피성 판타지인 것은 장르 전체에 대한 일반의 인상을 끌어내렸다.

SF 판타지 도서관이 서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현실을 나가더라도 다시 돌아 올 수 있는 문, 그것이 있기 때문이다.


SF&판타지 도서관 

- 홈페이지 : http://www.sfl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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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 http://twitter.com/#!/sflibrary


다음 편은 '사진책 도서관’편입니다. 



1) SF 부족들의 새로운 문학혁명, SF의 탄생과 비상


2) 대여소에 대한 문화를 설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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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①편에 이어서...


관악산 시(詩) 도서관 


by 강예린 & 이치훈 





등산복 차림의 도서관


‘시도서관’은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관악산 ‘만남의 광장’의 뒤편에 있는 관악구도서관에서 2009년부터 분관하여 운영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관악도서관까지 10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등산을 앞에 둔 혹은 마치고 나온 등산객들이 굳이 찾아가기에는 충분히 먼 거리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관악산이 불러 모은 등산인구에게 최대한 노출될 수 있는 도서관, 만남의 광장에서 서있는 짧은 시간에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다.  

그 결과 주말 아침에 시도서관에 들어가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매일 몇 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슬쩍하니 도서관을 기웃거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 시집이다. 시는 짧은 순간을 길게 우려낼 수 있으며, 책 전체를 읽어야 할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들면 시집을 들고 산에 오르면 된다. 시 도서관에서는 회원가입 없이도 일일 대출이 가능하며, 시집 정도는 들고 산에 올라도 부담스러운 무게가 아니다. 어찌 보면 ‘시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장소를 택했다기 보다는, 이 장소가 원하는 장르가 ‘시’였던 것도 같다. 

시 도서관에는 도종환시인의 기증 서고는 물론, 각종 시 선집들, 외국시, 한시 등 그 분류가 시 아래로 빼곡하다. 도서관 안의 '시'가 코너 보다 하위분류가 훨씬 다양해졌다. 같은 수량의 시집이 있다고 해도 따로 분류해서 보니, 그 결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한시와 같은 동양의 고전 시들, 잘 접할 수 없는 나라들의 시집들도 눈에 확 들어온다.


시를 새기다 : 아직 청춘이 낭만이었을 때의 문화1)


시도서관을 등산 전후의 정류장으로 삼는 많은 분들은 시를 암송하던 학창시절을 가진 중·노년층이다. 지금이야 생활에 밀려서 시를 멀리 한다 해도, 한 때는 문학소년 문학소녀를 꿈꾸었음직한 우리 부모님 또래의 분들이다. 엄마의 학창시절 이야기 중 제일 낯설었던 것이 친구들끼리 색종이에 시구를 적고 그 여백에 말린 낙엽을 장식해서 나누거나, 돌아가며 시를 읽어줬다는 경험담이다. 낭독은 하얀색 옷을 입고 백합을 꽂은 빨간 머리 앤만의 것이 아니라, 교복을 입은 엄마 때론 아빠들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시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시낭독회’에 대한 중장년층들의 반응이 좋다. 

중·노년층 분들에게 시낭독회는 세월에 밀려났던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처럼 88만원에 아픈 청춘이 아닌, 아직 청춘이 낭만인 시절을 거친 분들에게 시도서관은 자신의 젊음을 환기해준다.  


시 낭독회와 더불어서 시도서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봄 날 좋을 때 옥상에서 펼치는 시화전이 있다. 예전에는 미술시간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시화그리기’였지만, 요즘에는 지하철 전시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정도로 잘 시도지 않는 것 같다. 시화란 것이 감상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시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하나의 창의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시화가 몇 개 붙어 있다. 등산에 피곤한 몸을 쉬는 분들이 도서관을 들어가지 않고도 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엿보인다.

 

시도서관은 시를 읽고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제안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시를 쓰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시도서관의 사서분의 말에 따르면, 지난 해 도서관이 생겨난 후 숨어있던 지역 시인들이 자신들의 시집을 기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를 유통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자비로 출판하는 아마추어 시인들을 의도치 않게 북돋은 격이다. 시도서관에서는 한 코너를 이 지역 시인들의 코너로 엮어두고 있다.



다음 편은 'SF & 판타지 도서관' 편입니다. 



1) 박해천, 2012. 5. ‘청춘없는 시대의 수많은 보아’ G.Q. (201205)

http://www.style.co.kr/gq/feature/ft_view.asp?c_idx=010902010000137&menu_id=040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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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일곱 번째 꼭지로 돌아왔습니다. :-)

편에 이어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장르 도서관'입니다.  '장르 도서관'편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장르 도서관1) 


by 강예린 & 이치훈 


도서관에서 유독 눈에 띄지 않는 책들이 있다. SF(Scientific Fiction), 판타지소설, 사진 책, 시집이 그렇다.

문학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에 가도, SF나 판타지는 따로 분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외국소설 코너나 대중소설 코너 등에 분산되어 있어서, 서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 이외에는 알아채기가 힘들다. 게다가 SF는 가벼운 대중소설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그 입지가 좁은 편이다.

시집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에 호흡이 짧은 쪽이다. 호흡이 짧다고 해서 도서관 안에서 머무는 시간에 읽게 되지도 않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에는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운문보다는 조금 더 오래 읽을 수 있는 산문을 찾는데 열중하는 것 같다. 운문보다 산문이 더 힘을 가지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책은 어지간한 규모의 도서관을 제외하고는 만나기 힘든 책 종류이다. ‘사진책’은 이미지 출력 비용 덕분에 ‘글 책’보다 월등히 비싸서, 도서관의 도서구매 예산에서 뒷자리로 쉽사리 밀려난다. 개인이 구매하기 힘든 책을 도서관이 대신 구비해야하는 것이겠지만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찾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쪽을 더 구입하는 쪽으로 기운다.


도서관 살림을 따로 차리다 

이렇게 기존 도서관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장르의 책들이 새로 도서관 살림을 차렸다. 관악산 입구의 ‘시 도서관’, 사당동의 ‘SF & 판타지 도서관’2), 전남 고흥군의 ‘사진책 도서관’이다. 하나의 분류서가가 단독 도서관을 이룬 셈인데, 각 장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책을 널리 노출시키기 위해서 택한 전략이다. 재미있게도 이 세 도서관들은 자기 장르에 어울리는 장소에서 들어앉아있다.



관악산 ‘시(詩) 도서관’의 경우는 관악산 등산로의 입구에 있다. 필요 없어진 관악산 입산을 위한 매표소를 개조해서 시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 앞에는 관악산 버스 정류장과 만남의 광장이 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짬 내서 들어오는 사람들, 같은 등산모임 동반자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시도서관의 주요 이용자들이다. 일행이 도착해서 읽던 시집을 내려놓더라도 읽다 만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시를 읽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그 여운은 등산을 마칠 때까지 길게 갈 수 있으니 시도서관으로서는 꽤나 어울리는 장소에 자리한 셈이다. 시는 텍스트를 넘는 심상이니, 여러 감각이 열린 상태에서의 산행은 보통 때보다 풍부할 것이다.


‘SF & 판타지 도서관’은 사당동 골목 안의 지하실에 있었다. 예산 사정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한 입지지만, 이 사회가 SF 판타지 장르를 대해왔던 방식과 닮은 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SF나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어른들은 오타쿠3)로 여긴다. 다 자란 어른이 당당하게 보기에는 허황된 책이지 않느냐는 편견을 피해서 ‘SF 판타지 도서관’은 지하로 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지하’란 판타지소설에서 늘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입구이다. ‘동굴’, ‘터널’, ‘지하세계’, ‘옷장 속’, ‘지구 저 아래’는 별 세계가 있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종족과 사회가 있다. SF 영화 보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지하’란 판타지소설에서 늘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입구이다. ‘동굴’, ‘터널’, ‘지하세계’, ‘옷장 속’, ‘지구 저 아래’는 별 세계가 있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종족과 사회가 있다. SF 영화속에서 지하를 경험하고 나온 사람은 보통 성숙하고 자라나듯이 ‘SF 판타지 도서관’ 내려갔다 나온 사람들은 힘을 내서 다른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만다.      

  

‘사진책 도서관’은 관장님 말씀처럼 섬 빼고 육지 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 고흥에 도서관이 있다. 여기까지 작정하고 오는 동안 사진 책을 읽을 마음의 폭이 마련된다. 사진책은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읽는 것이다. 느릿한 책읽기만이 이미지를 찬찬히 읽어낼 수 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시대에도 변화가 거의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고흥에 자리 잡았다는 사진책 도서관장님의 말씀은 ‘순간을 영원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진책과 분위기가 맞춤한다. 


어찌 보면 각 장르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는 각 장르를 대변해주고 있다.


다음 편, '관악산 ‘시(詩) 도서관’편에 이어집니다.



1) ‘전문 도서관’ 보다는 ‘장르 도서관’으로 부르고 싶은 것은 이 세 도서관이 하나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그 장르가 수반하는 하위문화(subculture)까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2) 사당동의 SF & 판타지 도서관은 이 글을 쓰고 난 후, 연희동으로 이전했다. 이후 SF & 판타지 도서관 꼭지에서는 이사가고 달라진 부분을 더 써주겠다. (2012년 6월 이전한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21-6 중앙빌딩 3층)

3) 다른 말을 대체하려고 해도, 불가능해서 오타쿠라는 단어를 썼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오타쿠.[御宅, otaku]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초기에는 ‘애니메이션, SF영화 등 특정 취미·사물에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분야의 지식이 부족하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이라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포괄하게 되었다. 한국에는 비슷한 말로, 한 가지 일에 광적(狂的)으로 몰두하는 사람, 낚시광·바둑광·골프광 등으로 불리는 ‘광(狂)’ 이라는 단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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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진아 도서관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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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립 디지털 도서관

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자연과 도서관'입니다.  '자연과 도서관'편은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②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④


by 강예린 & 이치훈

농부네 텃밭 도서관

 

농사는 살림이기에, 존중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문명비평가이자 농부인 웬델 베리는 이렇게 답한다. ‘농사는 살림이다. 살림은 이어져있음'을 의미하며, 살림은 우리와 우리가 사는 장소와 세계를 보존 관계로 이어줌으로써 생명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동이다. 즉 농사짓는 사람은 자연과 인간 공동체에 닿은 연과 의무로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농사를 생산량이나 이윤과 같이 산업일반의 용어를 통해 보지 않고, 자연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일부를 차지하게 만드는 일로 보는 순간 농사/농촌공간에 관해 신비의 빛이 비추인다. 아무래도 농사는 측정하기 힘든 인간, 하나의 단순한 과학으로 환원될 수 없는 땅, 변동하기 쉬운 기후, 그리고 시간을 다루는 예사롭지 못한 부분이다. 

텃밭도서관 관장님의 자부심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우리 집은 6대 째 농사를 지어왔다.” 텃밭 도서관 관장님의 첫마디이자, 텃밭 도서관이 태어난 이유이다. '농부'의 자존감과 농촌공간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고민이 텃밭도서관을 일구게 되었다. 80년대 초반은 6-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이 근대화 되지 않은 공간, 개량되어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의 세례가 거쳐 간 이후이다. 무언가 해야 될 것만 같은 기운과 일 벌리면 다 될 것 같은 들썩들썩함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이 마을에는 몰려다니면서 궁리작당 할 동네 청년이 10명은 족히 넘었다. ‘우리 마을 장서면에 마을문고를 만들자, 지역신문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였다. 이곳 뿐 아니라 전국의 농사짓던 청년들이 다 이런 분위기였다. 보다 나은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기반이 넓어져야 하는데,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제격이었다.   

농촌과 도서관. 이 둘의 관계 만들기는 그 역사가 길다. 요즘처럼 '생활밀착형작은도서관' 만들기처럼 자생적인 흐름도 있었고, 새마을문고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엄대섭 선생님은 한국에 도서관이 정착되지 않은 1960년대 작은 문고의 형식으로 '농촌마을문고보급회'라는 이름으로 농촌에 도서관을 보급해왔다. 하지만 이 자생적인 흐름은 10년 후 비슷한 이름이라며 새마을운동에 편입 되었다. 결과적으로 '새'마을문고로 슬쩍 이름이 갈아 끼워지고, 새마을운동 조직망의 일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로서 마을회관에서 울려퍼지는 '잘살아보세'의 노래에 맞춰서 문고의 흥망이 같이 하게 되었다. 많은 문고들이 80년대 중반 잘나가던 새마을 운동이 흔들리면서, 농촌의 문고 사업에도 타격이 심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텃밭도서관의 모체가 되는 장서면 마을문고는 정부 지원이 아니라 이 마을출신 사람들과 지역민들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한 책 당 30명 빌려주고 한명이 가져가면, 그래도 200X30은 6천원 대략 책 값 만큼은 빌려준 셈이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무료로 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도 자유스럽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대출을 무료로 한 것이죠. 애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2-300명씩 왔어요."

그러나 학교에도 학생 수가 점점 줄고,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멀리서 학교를 이용하는 친구들을 위한 스쿨버스가 나오고, 입시과열로 학원차가 방과후에 데리러오고, 수업 외 자율학습이 생기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농촌마을문고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힘들어지고, 아예 다른 모색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이 아닌 주말에만 오는 '텃밭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다.  

 

 

농촌이 아닌 전원 그리고 매일의 도서관이 아닌 주말 도서관


큰 그림에서 마을문고가 텃밭도서관으로 자리 잡아 온 과정은 농촌이라는 공간의 위치가 어떻게 재편되어왔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농촌은 매일의 공간이 아닌 주말의 공간, 경험이 아닌 체험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주 이용자인 아이들과 청년이 없으니 농촌의 일상에 도서관이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졌다. 텃밭도서관은 이에 맞추어 매일이 아닌 주말에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와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결과이다. 도서관만으로는 팍팍하기에,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연못을 파고 나무 사이에 해먹을 달아매고, 원두막을 짓고 그곳에 책꽂이를 달아매고, 평상에도 널 부러 질수 있게 하고 이것저것 농촌의 모습을 재미있고 수선스럽게 느끼게 하려 했다.

아이들은 주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놀러 와서, 책도 읽고 감물 들이는 자연염색도 배운다. 또한 못에서 배도 타보고,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주로 오는 친구들은 이웃 읍과 군 소재지의 친구들이다.

부모님과도 오고, 선생님의 지도하에 대규모로 오기도 한다. 책, tv, 인터넷과 같은 간접체험에만 크게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2천 평이 되는 텃밭과 집,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체험의 장이다.

목마. 쪽배. 굴렁쇠. 당나귀. 불 뗀 방. 염색체험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중간 중간 5천 8백여 권의 책도 읽고 잠도 들 수 있다. 주말에 쉽게 오게 하기 위해서 텃밭도서관까지 오는 길도 넓게 닦았고, 인터넷으로 카페를 만들어서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저 먼 과거도 아닌 단 30-40년밖에 지나지 않은 농촌의 모습과 생활환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텃밭도서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편은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과연 어떤 도서관일까요?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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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자연과 도서관'입니다.  '자연과 도서관'편은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①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②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③


by 강예린 & 이치훈

관악산 숲 도서관


산만큼 대한민국 서울의 일상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은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다. 어떤 대도시 보다 대중교통이 중심과 주변 산을 잘 엮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안에 산으로 오르는 도시, 서울이다.

산의 도시 서울에서 산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곳이 관악구이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1,5334ha의 산림면적을 가진 관악구는 산림의 비율로 보자면 세 번째이다. 더욱이 자치구의 이름이 산의 이름을 쫓고 있기에, 관악산은 관악구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관악구의 주요 문화 시설은 관악산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1)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악'산이란 마른 내를 건너 살짝 들어간 안쪽에 오두막이 있다. 이곳이 ‘관악산 숲 도서관’이다. 앞의 작은 테라스와 차양이 있어 자연을 즐길 차비가 된 공간이다. 날 좋으면 이 앞에서 책 읽으면 좋겠다. 얼마 후 등산객 한 분이 산을 내려온 후 땀을 식히며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인다.

이 도서관은 4월에 개장해서 10월에 문을 닫는다는데, 내가 간 날이 마침 문 닫기 전날이다. 보다 잰 걸음으로 왔어야 했는데 아쉬운 자책만 한다. 그래도 하루라도 늦었으면 낭패였을 터. 앉아서 책 한 권을 뽑았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다.

얼마 전 '거의 모든 것의 사생활'을 읽고 빌 브라이슨의 재기에 반했다. 저자는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며, 어느 날 애팔래치아를 횡단하겠다고 결심한다.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미국에 살게 되면서 미국을 국토를 둘러본다는 취지로 저자가 섣부르게 저지른 애팔래치아 횡단계획. 산 숲을 대해본 적이 없는 저자가 겪게 되는 여러 파란만장이 그 줄거리다.

나 역시 등산에는 백치라서 산을 어디부터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장만해 두었던 등산화도 (건축)현장화로 신다 다 망가졌다. 이 참에 사야 하나 갈등이다. 빌 브라이슨이나 나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을 위해서 이 도서관에서는 관악산 숲 탐방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등산이 '자기 몸과 마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숲 탐방은 그 대상이 자신을 벗어난 숲과 그 생태계이다.

 

숲의 탐방은 숲을 들여다보고 그 문화를 느끼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등산은 자기 몸을 중심으로 자연을 향유하는 것이며, 숲 탐방은 숲을 그 중심에 두고 자기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사람들은 등산 대신 숲을 탐방을 하면서 자연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내 몸이 아닌 생태계의 건강을 체크한다. 나무를 둘러싸고 고사시키는 덩굴식물과 같은 피압 식물을 제거하기도 하고 다친 동식물을 기록하고 수의사에게 전달한.


아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숲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듣고 산 숲에 들어가 두 눈으로 확인을 한다. 나무와 동물의 삶도 배우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와 숲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계를 가르침 받는다. 숲에서 거둬드린 물건의 효용도 만들어간다. 각종 떨어진 피복과 솔방울류로 공작을 하는 것은 물론, 폐지로 새로 종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꽃잎으로 염색을 들이는 것도 해본다.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숲 가꾸기를 펼치는 장소로 기획이 된 것이지요." 박찬경 자원봉사자의 말이 핵심에 닿아있다. 도서관 보다는 관악산 숲이 더 우선이다. 

부모 등쌀에 떠밀려 산까지는 왔으나 등산 앞에 볼 멘 친구들이 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숲 체험 프로그램 때문에 일부러 온 친구들까지 주로 엄마 손잡고 온 어린 친구들이 단골 이용자이다. 가끔 어른들이 등산 마치고 내려오면서 들러서 조금 읽다가 가시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은 드물어서 아쉽다.

그래서 2,300권이 되는 책에는 어린이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환경부에서 추천하는 도서라든지 환경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책이 많이 보인다.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도 많이 보인다. 등산하고 내려올 때 막걸리 한잔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본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연이나 환경 관련한 책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서, 자체적인 관악산의 숲 도감에 대한 야망도 가지고 계신다.

"거의 몇 년 동안 관악산의 동식물을 기록하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있어요. 사진을 찍은 장소가 어디인지 서식지와 시간을 빼곡하게 기록을 해주시는데, 이것만큼 관악산을 자세히 기록한 분은 없을 겁니다"

‘관악산의 바로 그곳에 가면 이런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큼 장소에 기반한 완벽한 도감이 있을 수 있을까? 관악산 숲 도서관이 휴식 공간을 넘어서 관악산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공간이길 희망하고 있다.


④편에 이어집니다.

 


1) 관악산 입구 뒤편에 병풍처럼 서있는 것이 관악구 문화관·도서관이고, 여기서 한 발 나와 등산로 입구에는 예전에 매표소 노릇을 했던 건물이 ‘관악산 시 도서관’으로 바뀌어 있다. 관악산의 다른 편 낙성대공원에는 역사와 여행을 테마로 한 컨테이너 도서관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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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①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②


by 강예린 & 이치훈

서울 숲 도서관


뚝섬은 예부터 서울 땅의 유흥공간 역할을 해왔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사냥을 하는 곳이었고, 대한제국시대에는 최초의 근대식 상수시설인 ‘경성수도양수공장’이 세워졌다. 해방 후에도 전차를 타고 종점인 동대문에 와서 다시 이 곳 뚝섬으로 나들이 오는 인파가 그치지 않았다. 과천에 있던 경마장도 원래는 이곳에 있던 것으로, 그 경마장 트랙은 서울 숲의 산책로로 바뀌어 남아있다.

한마디로 뚝섬은 노니는 들[야유 野遊]이다. 경마장이 이전하고 정수장의 기능이 일부 중지 된 후 뚝섬은 2003년 도시공원화 계획을 통해 2005년 서울 숲으로 변모하였다. 구체적인 숲의 면모는 ‘뚝섬숲 조성 기본계획안’ 현상 공모의 당선작 (주)동심원조경기술사무소의 설계안에 기반 한다.

서울 숲 계획의 내용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 나들이 공간, 놀이터로서의 자연, 새로운 공원의 유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5개의 테마 공원 중 제일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22만㎡의 ‘문화예술공원’이다. 보다 자연에 가까운 ‘생태숲’은 16만5천㎡로 그 다음이다. 그 밖에 서울숲의 구성은 자연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한강수변공원으로, 자연이라서 그만인 숲 보다는 놀이를 유도하는 발랄한 자연이다.

그러나 서울숲이 개장한 초기에 숲을 이용하여 노는 사람들의 모습은 배경이 꼭 숲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하던 대로 놀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책을 들고 와서 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산책과 낮잠을 즐기는 자연을 상상했지만, 고스톱을 치며 고기굽고 술 마시려는 드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소위 ‘가든’ 문화 즉, 고기 구워먹고 술 마시고 화투치는 문화를 서울 숲에서도 한 것이다. 공원이 부족한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일탈이 여유를 대신해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진짜 자연 대신에 각종 고기집 가든에 있는 야외 인공 폭포와 나무들을 즐기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 서울 숲 공원은 시작하자마자 건강한 공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책 읽는 공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울 숲은 거대한 야외 도서관’이라는 캠페인 문구를 내세웠다, 그리고 붙박이 도서관에 움직이는 도서관을 더해서 사람들이 공원에서 놀다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서울 숲 입구의 자원봉사 쉼터를 개조해서 ‘숲 속 작은 도서관’으로 개조해서 책을 빌려서 공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주말에는 ‘책 수레’에 책을 싣고 공원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보고 다시 끼어 넣을 수 있도록 병행해서 운영한다.




사람들은 공원 입구에 있는 ‘숲 속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공원 안 여기저기에서 읽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우연히 마주친 책수레에서 책을 집어 올려 보다가 이곳에서 반납하거나 아니면 ‘숲 속 작은 도서관’에 반납해도 된다.

정작 ‘숲 속 작은 도서관’은 단체로 방문 온 유치원생들의 동화 구현 장소로 사용되거나, 주말에 부모와 손잡고 책 읽고 산책하러 나온 어린 아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책 수레에 싣는 책들은 도서관에서 매 번 바꾸는데, 아쉬운 것은 어린이 책들만 주로 구비해 놓는다는 것이다. 숲 속 작은 도서관에는 분명히 어른들의 책이 있으나,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경우 잘 찾지 않는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은 책 읽으며 공원에서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이드파크에서 길게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그림들의 모습을 서울 숲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날이 오길 바란다.

숲의 도서관은 (재)서울그린트러스트(http://www.sgt.or.kr/)와 ‘서울 숲 사랑모임’(http://www.seoulforest.or.kr) 이렇게 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숲 도서관은 민관의 참여로 운영되는데, 서울시가 시설을 관리한다면, 서울 그린트러스트는 생태 교육과 문화에 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원봉사는 ‘서울 숲 사랑모임’이 담당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도서관 운영의 방식은 이후 숲 도서관이나 다른 작은 도서관들의 참조가 되었다. 


③편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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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nbi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