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반비에서 지난 2011년에 출간한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에 려 “표지 모델”로 나왔던 망토개코원숭이입니다.

흠흠, 기억나시죠?

오늘은 제가 표지 모델로서, 이 책의 저자인

최종욱 수의사님의 두 번째 책을 소개하러 나왔습니다. 좀 부크럽군요.

아, 제가 원래 이런 원숭이가 아닌데,

다음 책엔 우리 동물원에서 옆집에 살던 코끼리 일가가 주인공이라기에, 동물원을 대표해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최 수의사님이 이번에는 코끼리 11마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셨더군요. 이 코끼리들은 저희 우치동물원에서 제 옆집에 살았던 분들이죠.

무려 코끼리 씨라 제가 평소에 감히 범접할 수 있는 분들은

아니었지만, 소문을 들으니 인생에 곡절이 많은 분들이시더군요.

원래 라오스에서 와서 인천 송도유원지에 계시다가,

서울 어린이공원을 거쳐서 여기 광주 우치동물원까지 온 거라네요.

그 사이에 영화 <놈, 놈, 놈>에도 출연하고, 오페라 <아이다>에도 출연했다던데......

같은 초식동물인데 역시 코끼리 씨는 스케일이 다르군요.

우리 동물원에 있는 동안, 새끼도 두 마리 태어나서 그야말로 경사가 났었죠.

아, 말씀드리다 보니 코끼리 씨들이 그립군요. 코끼리 씨들이 두 분만 남고

나머지는 얼마 전에 모두 일본으로 떠났거든요.

흑흑. 우리 같은 이주 동물들의 슬픈 운명이지요.

최 수의사님의 열정이나 인간미에 대해서는 제가 표지 모델로 나왔던 책을

보신 분들은 다 아실 테니, 굳이 더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수의사가 사랑한 코끼리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주에 서점으로 고고!

아, 그런데 이번 책의 가격은 얼마에 형성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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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삼아 만들어본 신간 소개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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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문장과 형광등 문장

 

학교 다닐 때는 논설문에는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이 있다고 배웠다. 글쓴이의 주장을 오롯이 표현하는 중심 문장이 있고, 나머지 문장들은 그 중심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열심히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글에서, 첫 번째 문장이 중심 문장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뒷받침 문장이 된다. 뒷받침 문장을 잘 써야 중심 문장에 설득력이 생긴다. 어딘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대 때에 들었던 어느 글쓰기 강좌에서는 세상의 글에 뒷받침 문장이란 없다고 다시 배웠다. 모든 문장에는 주제가 들어 있다. 중심 문장을 단순히 뒷받침만 하는 문장이란 없다는 뜻이다. 주제가 들어 있지 않은 문장은 그저 필요 없는 문장일 뿐이다. 그런 문장은 쓸 필요가 없다. 이 말도 또 어딘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생각이 또 달라졌다. 여러 원고를 만지다 보면, 중심 문장도 아니면서 반짝반짝 하는 문장이 있다. 반짝 하고 빛을 내면서 독자의 마음으로 쏙 들어온다. 그런 문장이 마음에 쏙 들어오는 순간이, 비로소 글쓴이의 논리에 설득당하는 순간이다. 그런 문장은 꼭 중심 문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뒷받침 문장도 아니다. 글쓴이의 주장을 건조하게 표현한 중심 문장은 따로 있지만, 독자가 그런 문장에 곧바로 설득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뒷받침만 하는 문장이라 하기엔, 주제 의식이 도도하게 깔려 있다.

오히려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들이 이 반짝이는 한 문장을 위해, (좀 비유가 거시기하지만) 마치 형광등을 100개쯤 켜놓은 듯 봉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3월에 나올 책의 원고를 매만지는 중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것이, 이 반짝 문장을 꺼내서 먼지를 탈탈 털고, 깨끗이 닦은 다음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조명빨을 제대로 받도록 다른 형광등 문장들을 착착착 배치하고 탁탁탁 불을 켜주는 같다는 느낌이 든다. , 그러니 문장들은 줄을 서시오!




이미지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34441401@N03/3977210205

해당 사이트로 바로 이동



과연 3월에 출간될 책은 어떤 타이틀일지? 편집자가 반한 문장은 과연 어떤 것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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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정연해서 감동적인, 잘 쓴 ‘주장하는 글’에 대하여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바로는 소설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5단계 구성을 가진다고 했다. 반면 논술문, 그러니까 ‘주장하는 글’은 서론, 본론, 결론의 3단계만 가진다. 소설은 저 5단계만 봐도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 데 반해, 논술문의 구성은 구성만 봐도 어쩐지 지루해 보인다. 말을 꺼내고, 할 말을 하고, 그다음엔 마무리를 한다는 것 아닌가. 이 얼마나 건조한지. 이런 구조로는, 무려 5단계의 다채로운 구성을 가진 소설의 재미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러 가지 ‘주장하는 책’들을 만들다 보면, 잘 쓴 주장하는 글이야말로, 문학처럼 발단과 전개를 거쳐 위기와 절정에 이르렀다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극적인 이야기책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극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 이르러 어느덧 그 주장에 슬며시 감동받는다.



이번에 만든 펭귄과 리바이어던』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우선, 인간에 대한 통념들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태어난 후 길러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발 단’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은 타고나기를 이기적이라고 결론 내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인간은 이기적이라서, 자기 이익만 추구한단다. ‘리바이어던’을 쓴 토마스 홉스도 그랬고,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애덤 스미스도 그랬고, ‘이기적 유전자’를 내세운 리처드 도킨스도 그랬다. 저자는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전개’한다. 그러던 중에 이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좋은 위기다. 

위키피디아, 도요타, 시카고 경찰,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같은, 인간의 선의와 협력에 기반한 조직들이 하나둘 성공 사례를 쓰기 시작한다. 이기적 유전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조직들이 존재를 과시한다. 특히 가장 현대적인 산업이자 미래 지향적인 IT 산업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그냥 별난 사례일까?

이들이 특이하고, 예외적이고 별스러운 조직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가 지향해야 할 조직 구성 모델이라는 데에서, 저자의 주장은 ‘절정’에 이른다.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연구에서 독보적인 존재를 드러냈던 저자는, 이 연구를 토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 어째서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 협력에 기반한 조직만이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강력하게 논박한다. 단순한 낙관론이나, 코뮌에 대한 남은 로망이 아니라, 수많은 학문적 연구와 현실 세계의 수많은 사례들에 기반해 주장을 펼친다.

책의 대단원은, 인간이 오랫동안 서구 사회가 가정해온 것처럼 이기적이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침내 ‘결말’에 이른다. 사람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그대로, 생각보다 협력적이고, 이타적이며, 이따금 조건 없이 선의를 베푼다.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에 대해 모험을 한다. 남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에게,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상호작용을 냉소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따른 예측보다는 훨씬 더 자주 그렇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인간이 번창한다. 적어도 아무도 믿지 못할 때보다는 더 풍요롭게 산다. 나는 이 책에서 바로 이 중대한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나는 광범위한 관찰을 통한,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를 파헤쳐가며 남을 믿고 신뢰를 주고받는 사람이 잘 속는 사람이나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협력이 이기심을 어떻게 이기는지도 증명하고자 했다.


논리정연해서 감동적이다. 그리고 믿고 싶어진다. 인간은 원래 선하다고, 믿고 싶다.

그러고 보니, 소설과 닮은 점이 또 하나 있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를 길고 복잡하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경과학, 경제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정치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가져다 근거로 제시한다. 인간은 원래 선하다는 뻔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이토록 길게 쓰다니. 사실 소설도 결국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져서 가슴 아프다는 뻔한 러브스토리를 그토록 복잡하고 길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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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을 몇 권 만들었니?”

 

아는 편집자 선배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남편이 이렇게 묻는다고 했다.

출판사에 다니면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만들어내고 온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하기야 서점에 매일같이 신간이 쏟아지니,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원고는 저자가 쓰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고, 인쇄는 인쇄소에서 하니,

달리 할 일 없는 편집자는 하루에 몇 권씩 뚝딱 만들어내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대체 책 한 권 만드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하는 의문을 어떻게 풀어주지?

희한한 건, 일단 책이 나오고 나면, 나도 그 중간 과정을 까먹고는

대체 이 책 만드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납득이 안 된다는 거다.

원고는 저자가 썼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했고, 인쇄는 인쇄소에서 했는데, 대체 왜?

 

책이 나올 때 제일 기쁘시겠어요.”

 

출판사에 다닌다고 하면, 종종 이런 인사치레를 받곤 한다.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충 비슷한 인사치레를 받을 것 같다.

새 음반이 발표될 때 제일 기쁘시겠어요, 영화가 상영될 때 제일 기쁘시겠어요.

이런 인사치레를 받을 때마다, 나는 항상 어정쩡하게 답한다. , , 그렇죠.

내심을 말하자면, 그 순간이 제일기쁜 순간인지 잘 모르겠다.

따끈따끈한 책을 받을 때의 심정은 , 신 난다!’보다

나올 것이 나왔군이 더 정확하다.

이게 편집자의 자질과 관계있는가 싶어 한동안은 살짝 걱정되었는데,

알고 보니 비슷한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심을 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들도 막상 정상에 올라 거기 머무는 시간은

몇 분 되지 않는단다. 어느 밴드의 리더도, 앨범 만들 때는 신경을 곤두세워도,

막상 앨범이 나온 뒤에는 한쪽에 밀쳐둔단다.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고

목적지는 열심히 가다보면 우여곡절 끝에 다다르게 되는 곳이다.

(, 가끔 못 다다르기도 한다.)

 

이 말을 조금 근사하게 포장해서,

저는 책이 나올 때보다, 책 만드는 과정이 더 재미나요.”

라고 얘기했더니, 어느 저자는

그럼 우리 지금 재미나게 작업하고 있으니 원고는 좀 천천히 쓸게?”

라고 허를 찔렀다.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루에 한 권씩 만들든, 일 년에 한권씩 만들든,

과정이 중요하든 결과가 중요하든, 어찌됐든,

책이 나올 때에는 뭔가 일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책이 한 권 나왔다.

썩 괜찮은 책이다.




 

0829.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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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는 들어줘야 편집의 완성?


출판사에 취직하고 월급을 따박따박 받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커피를 원 없이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다.

학생 시절에는 2천 원짜리 로즈버드 커피도 학생 신분에 ‘된장질’이 아닌가 하고

자체 검열을 하곤 했는데, 돈을 벌게 되면서 그 검열의 기준이 아주 느슨해진 것이다.

한창 카페라떼에 심취해 있을 때는,

‘커피만큼은 아낌없이 마시리라! 그것이 된장질이라면 기꺼이 된장녀가 되리라!’

라며 다짐하기도 했다.


유독 카페인에 예민한 덕분에, 커피 한 컵만 마셔도

정신이 또랑또랑해지는 것은 커피를 사는 데에

그럴듯한 근거도 되었다. 커피를 마시면, 일의 능률도 오르잖아? 


매일같이 습관처럼 마시다 보니,

점점 카페인 수용량이 늘어나 하루에 두세 잔쯤 마셔도

밤잠을 자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는 몸으로 거듭났다.


그러다 마침내, 올 여름에 1리터 커피에 도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 앞에 있는 수많은 커피숍 중에서, 무려 1리터짜리

특별 제작 커피를 파는 가게가 생겨난 거다.

‘1리터는 들어줘야 패션의 완성!’이라는 유머 넘치는 카피를 달고 있는

이 커피에는 무려 4샷의 에스프레소가 들어간다.


하루 종일 마셔도 다 먹기 힘든 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제아무리 카페인에 단련된 몸이라도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역시 ‘1리터는 들어줘야 편집의 완성’이 아니겠는가!


그 덕분에 6월부터 한여름 같은 요즘,

아침마다 1리터의 유혹에 시달리는 중이다.

  

2013.6.13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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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마치고 오니, 활자들이 달려든다!



십여 년 전 장국영의 부고 기사를 무척 슬프게 읽었더랬다. 우연히 인터넷을 열었다가 장국영이 홍콩의 한 호텔에서 몸을 던졌다는 기사를 <씨네21>에서 읽고는 종일 울적했다. 아, 잘생긴 장국영이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


얼마 전에 나온 주성철의 책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보고 또 그날의 기분이 떠올라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내가 장국영을 좋아해서 그 부고 기사가 그토록 슬픈 여운을 남긴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장국영의 부고 기사는 당시 시드니에 머물며 영어와 씨름하던 내가 아주 오랜만에 읽은 한글 원고였던 거다. 오랜만에 마주한 한글의 신선함 때문에 장국영의 죽음이 그토록 애잔했던 거다.




‘책 읽는 휴가’를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고 멋지게 이름 붙여준 김경의 책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읽은 뒤 나는 휴가를 맞아 여행을 떠날 때면 내 여행의 특징을 항상 저 콘셉트로 포장해왔다. 여행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는 게으름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에 이만큼 근사한 이름도 없다. 어쨌든 그 게으름 때문에 생기는 공백을 메워보겠다고, 주섬주섬 책 몇 권은 챙겨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디를 가든 배낭 속에 책이 있는 한 나의 휴가는 그 이름도 거창한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인 셈이다. 물론 그걸 남들에게 대놓고 뽐낼 만큼 뻔뻔하진 않아서 맘속으로만 몰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휴가에는 왠지 이도 저도 내키지 않아 책 따위 챙겨가지 않기로 했다. 책은커녕 가이드북을 읽는 것조차 귀찮아서 활자라곤 한 톨도 읽지 않은 채로 일주일쯤 보냈다. 다행히 게으름의 공백은 책 말고 위스키로도 잘 메워졌다.

그러고 돌아와 무심코 책을 읽는데 ‘장국영 부고 기사’를 읽을 때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거다! 활자들이 엄청나게 신선하게 달려든다!

사실 평소에 그렇게 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아니지만, 직업 때문에 활자들이 온 사방에서 읽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책상 앞에 늘 앉아 있는 탓에 그렇게 신선한 감각은 잊고 산 지 오래이다.

‘정서적 환기’라는 면에서, 이번 휴가는 그래서 퍽 성공적인 것 같다. 새삼 활자들이 신선해졌으니까.

그래서 당분간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떠나지 않기로 했다!


2013.5.14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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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봄기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날씨 탓에

기침 감기로 콜록콜록거리고 있는데,

카톡으로 꽃 사진 하나가 팔랑 날아왔다.

일본에 사는 우리 번역가가 학교 마당에 꽃이 피었다며

친히 사진을 찍어 보내온 것이다.

일본에는 벌써 봄이 왔나 보다!

억지로 먹은 감기약 기운으로 몽롱하던 차에,

화사하게 핀 꽃 사진을 보고 나니,

봄이 저만치 오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 꽃 사진을 보내온 역자로 말할 것 같으면,

1월 내내 번역 작업에 매달리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해서,

작업을 마치자마자 한국으로 날아와,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더랬다.

일주일이라는, 귀한 고향 방문 시간 대부분을

한의원에서 보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라,

무사히 번역을 마치고 맞이한 봄꽃이 더욱 반가웠나 보다.

봄꽃을 보면서, 겨우내 함께 고생한 편집자를 떠올려준

그 마음이 봄처럼 따뜻하다.

우리 다음에는, 일정도 넉넉하고 번역료도 아주 후한 책으로 다시 만나요!




2013.3.28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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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이벤트란 무엇일까?"란 포스팅에서 공개했던 두 종의 표지 시안 중, 


「X 이벤트」의 표지는 이렇게 결정되었습니다. :-)


이번 주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는 이 「X 이벤트」가 나오기까지 과정 중 하나를 에디터 김의 워킹데이즈 0.5회분 정도(?)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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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청난 경쟁도서라니!

(진지함을 드러내는 궁서체 볼드)



인류를 한순간에 절멸의 위기에 빠뜨리는 극단적인 사건, 즉 X이벤트를 연구한 책「X 이벤트」라는 책을 준비하면서 이 책의 경쟁 도서, 유사 도서를 찾느라 인터넷 서점을 뒤적뒤적하던 어느 날, 정말이지 엄청난 경쟁 도서를 발견하고 말았다. 제목부터 콘셉트부터 표지까지,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경쟁 도서가 아닐 수 없다!

 






『X이벤트』의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전 세계 구석구석 오만 군데 다 뒤져, X를 막으라는 것인데!


아닛, 대체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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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조화를 내게 돌려줘.


전에 어린이 책을 만들던 시절에는, 책에 들어갈 단어를 고르는 데에 훨씬 더 엄격했었다. 오죽하면 서로에게 농담으로 “사전에 없는 감탄사로는 감탄하지 말아라.”라는 농담까지 건네곤 했다. 꼭 농담만은 아니었던 것이, 정말로 우리는 책 속의 인물들이 사전에 없는 감탄사로 함부로 감탄하게 놓아두지 않았다. 어느 원고에선가, ‘으라차차!’라는 감탄사가 있었는데, 으라차차는 사전에 없는 감탄사여서 이 단어를 써도 될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비슷한 감탄사로는 ‘영차!’ 정도가 있었는데, ‘영차!’로는 으라차차!의 느낌이 잘 살지 않아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었다. 당시 고민 끝에 결국 책에 영차를 썼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으라차차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책을 만들던 시절이었다. 

어른 책을 만드는 요즘에는 감탄사에는 비교적 너그러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전에 없는 단어를 책에 넣을 수는 없다. ‘사전’에 없어서 쓸 수 없는 단어는 여전히 하고많지만, 그 많은 단어 중에 내가 항상 아쉬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ㅂ변칙형용사’의 모음조화다. 그러니까 지금은 사라진 ‘~와’로 끝나는 모음조화들. 예컨대, ‘아름다와’ 같은 단어들.

연원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ㅂ변칙형용사’에는 어법상 모음조화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와’와 ‘아름다워’는 어딘가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아름다와’는 어딘가 여성적이고, 감성적이고, 소박한 느낌이 배어나오는데, 그것은 도무지 ‘아름다워’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모음조화는 아니지만 일본어에서도 그런 비슷한 어감의 차이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일본어에서 ‘~와’로 끝나는 단어는 여성적인 뉘앙스가 담길 때가 많다. 예컨대 ‘아리가또와’라고 하면 여성적 느낌이 묻어나고, ‘아리가또네’라고 하면 남성적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일본 여성들의 하이톤 목소리를 대입해서 상상해보면, 어감 차이가 더 확실히 드러난다. 그러니까 ‘아름다와’에는 ‘아리가또와’라고 할 때의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런 ‘ㅂ변칙 형용사’를 볼 때마다, 이 아름다운 모음조화는 어쩌다 사전에서 방출되었을까, 하는 묘한 안타까움이 생긴다.


2013.1.24.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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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에 매달려오는 ‘인간미’ 한 조각



편집자 일의 3할쯤은 이메일 쓰기와 이메일 받기다.

특히 나처럼 전화 통화를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편집자는

이메일 활용도를 업무의 5할까지 끌어 올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이메일 끝에 매달려오는,

간단한 메시지들을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대개는 온라인 명함을 디폴트로 정해 두지만,

때로 시 한 구절이나, 멋진 책 속 인용구들을 적어두어,

기계를 매개로 연결된 건조한 인간관계에

‘인간미’ 한 조각을 보내오는 다정한 사람도 있다.

오늘도 그런 이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인간미에, ‘광대한 스케일’까지 겸비한,

한마디로 멋진 인용구가 매달려 있었다.


첫째, 남에게 친절하고 도움 주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라.

둘째, 연민과 사랑을 태양처럼 하라.

셋째, 남의 허물을 덮는 것을 밤처럼 하라.

넷째, 분노와 원망을 죽음처럼 하라.

다섯째,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처럼 하라.

여섯째, 너그러움과 용서를 바다처럼 하라.

일곱째, 있는 그대로 보고, 보는 대로 행하라.

-잘랄루딘 루미


밤처럼, 땅처럼, 바다처럼, 하는 단어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그 ‘장대한 스케일’이 한 평 남짓한 내 자리와 비교되면서,

잔잔한 감동이 ‘바다처럼’ 밀려온다.


2012.1.10. 에디터 김


p.s 사실 저 인용구에는, 원래 일곱째 문장에만 마침표가 있었다.

그걸 재인용하면서, 나머지 여섯 개 문장에도 모두 마침표를 찍었다. 아핳핳.

찍고 보니, 저 글을 모두 한 문장이라고 간주한다면,

마침표를 마지막에 한 번만 찍는 것도 옳다는 생각이 든다. 아핳핳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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