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산책자



반비 블로그의 인기 연재글 '한국 도서관 기행'이 곧 책으로 출간됩니다. 


책 제목은 「도서관 산책자」


빵빵한 원고 보강은 물론 화려한 도판 추가! 그리고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도서관들 외에도 더 많은 도서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연 추가되는 도서관은 어느 곳일까요? 주말이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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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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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달리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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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디지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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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도서관 (시(詩) 도서관, SF & 판타지 도서관, 사진책 도서관)

정독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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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어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장르 도서관'입니다.  '장르 도서관'편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②편 /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③편 에 이어서...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편의 마지막 편인 ④편입니다. 



사진책 도서관 


by 강예린 & 이치훈


‘사진책 도서관’은 헌책-방과 사진-책을 사랑하는 개인이 1992년부터 모은 책들을 인천의 배다리에 열면서 시작되었다. 다른 책들도 있지만, 사진책을 도서관의 한복판에 둔 사연은 사람들이 사진책을 가장 안 읽는다고 느껴서란다.

시골살림을 하고 싶은 도서관장님 내외는 배다리 살림을 접고, 잠깐 충주를 거쳐서 다시 더 남쪽 전남 고흥으로 도서관을 연달아 이사했다. 시골이라도 곧 도시가 될 시골 혹은 도시가 되고픈 시골이 있는 반면, 꽤 오래 시골답게 남아줄 것 같은 장소를 원했다고 한다. 바로 오는 기차도 없고, 고속도로를 통해 연결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고속의 시간’에 포섭되지 않는 몇 안 되는 장소이다. 여기 오는데 내가 쓴 시간도 무려 4시간 반이다.

골목안의 독자들을 떠나서, 멀고 한적한 곳으로 온 까닭은 무엇일까? 

“저는 사진책을 읽어줄 사람들은, 이곳까지 시간을 내어서 찾아와 줄 것 같아요.” 바꿔 말하면, 이 긴 시간을 감당하고 오는 사람들은 사진책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준비를 하며 올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서두를 필요 없다.   

새로운 사진책 도서관의 터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이다. 사진책 도서관은 이제 막 짐을 풀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있어요. 이사를 두 번이나 와서 책이 엉망이 되었어요. 볕 나면 책 관리하고, 아이 키우며 빨래하며 틈틈이 사진책 도서관을 다듬습니다.” 사진책 도서관의 최종규 관장님은 서두는 기색 없이 느긋하게 짐을 풀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서두를 필요가 있냐면서.




사진_사진책_시간 

 

“여기에는 시간이 머무는 것 같아, 도시에는 시간이 다 도망가 버렸는데.” 폐교에 들어가니,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 정기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어른 따라 도시로 도망간 교실에는, 도망갈 수 없는 시간들이 대신 앉아있다. 아이들의 노는 자리만 찾아 이 곳 저 곳의 시간을 담아둔 편해문씨의 「소꿉」, 태어날 때부터 딸아이의 결혼식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평범한 아빠 전몽각씨의 「윤미네 집」, 권투선수가 출정을 앞두고 혹은 경기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투지에 찬 모습을 짓는 순간을 담은 히데키 사토의 「Korean Boxer」 등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 이곳에 가득하다. 시간을 담아둔 폐교처럼 사진책에는 나름의 시간이 담아 있다

사진이 등장과 함께 그림을 대체해버릴 것이라는 과거의 예측도, 특정한 순간의 이미지를 복제해서 가두는데 있어서 사진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잔 손탁(Susan Sontag)의 말처럼 ‘사진의 가장 웅대한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다.’ 사진은 자기만의 기재로 세상을 차곡차곡 꾸릴 수 있다. 앨범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가족의 범위와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청주사진관의 사진들은 이제는 청주사진관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은 점차 시간과 장면의 수집을 넘어서 다른 방식으로 말을 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과거 사진이 액자에 담겨져서 전시에 걸리거나 집안의 인테리어로 남아있었다면, 지금은 책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와 있다. 세상을 어떤 크기로도 줄였다 늘렸다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사진은 책으로 묶어 둘 수 있다.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이미지화해서 담아 두는 것인데 사진을 오래 보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처럼 말할 수 있다. 크기에서 주는 감동 보다는 같이 묶여져서 나오는 사진 이미지와 부딪히면서 내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선택되고 걸러지는 것이다. 사진이 바라보는 방식은 이 선택과 걸러짐을 더욱 강조할 수도 있고 여짓껏 주목하지 않은 정보를 더 두드러지게 드러내서 다른 피사체와 동일선상에서 바라 볼 수도 있게 해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진은 ‘본다는 것’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액자 앞에서 지켜보는 사진이 아닌 책으로 엮여져 읽는 대상으로서의 사진은, 더 많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있다. 손으로 한 장씩 넘겨서 읽는 사진책을 우리는 순서대로 읽지 않고 손 가는대로 읽어내어 새로운 이야기로 몽타주 해내기도 한다. 

책으로 묶이면서 사진은 보다 ‘이야기’에 가까운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 갔던 전시를 다시 가게 되는 일은 별로 없으나 책으로 두고두고 읽고 새기는 일은 가능해졌다.

「윤미네 집」은 ‘사진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아기 윤미가 태어난 순간부터 결혼하는 날까지의 사진을 윤미네 집 거실에서 앨범으로 보는 것과, 책을 통해서 읽는 것은 명백히 다르니 말이다.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다.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다. 조금 더 올바르게 고쳐 말하자면, 모든 사진책은 헌책이기 쉽다.  사진을 책으로 엮어서 내는 일은 우리 출판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홀대 받는 출판 시장인데다가, 사진책은 글 책보다는 비싸기 때문이다. 찍어봐야 1000부 정도를 찍어내는 것이 보통이니, 때를 놓치게 된 사진 책은 헌책방에서야 만날 수 있다. 인문 사회과학 문학책들은 더러 다시 출판되기도 하지만, 「윤미네 집」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진책은 단 한 번 세상에 드러난다.

더욱이 인터넷 서점이 오프라인 서점을 대신하면서 사진책은 더더욱 팔리는 편차가 더 크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팔리는 책종은 실제 서점에 비해 60%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 면에 노출되는 것의 숫자가 적다 보니, 뒤적이면서 판단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책과 같이 잘 노출이 되지 않는 책들은 찍어내는 부수가 적은채로 유지되고 많아야 2쇄가 찍힌다. 

“한국은 사진기 보급이 아주 높고, 손 전화라든지 디지털사진기라든지 온갖 사진기를 참으로 많이 쓰지만, 정작 사진을 어떻게 찍으며 내 삶을 즐겁게 누릴 수 있는가 하는 길은 거의 모르거나 살피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DSLR의 보급이 높은 나라, 사- 진을 많이 찍는 나라에서 남이 찍은 사진을 찬찬히 뜯어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기의 렌즈가 세상이 아닌 자신에게로 주로 향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떤 배경에서도 다른 오브제를 다 제치고 본인의 얼굴이 제일 앞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건 간에 그 모습에서 자 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이 순간을 남기고 변화해 가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속성인 것처럼, 헌책방에는 이미 책 목숨이 다한 책들이 그 가치를 연장하고 있다. 사진책 도서관에서도 그런 책들이 눈에 곧잘 걸린다.     

내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뿌리 깊은 나무’의 전권이다. 어느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시 복간하면 좋을 잡지로 순위에 꼽힐 만큼 좋은 기획으로 이뤄진 책인데, 왠만한 도서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 만나기 힘들다. 

굴피집이나 한국의 건축, 사실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기에 사진책 도서관은 이 희박한 통계치가 몰려 있는, 극도로 가치있는 공간일 듯싶다. 


한국 도서관 기행 7번째 이야기 '장르 도서관'편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달의 8번째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일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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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 이어 일곱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장르 도서관'입니다.  '장르 도서관'편은 프롤로그를 포함해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7) ~ 장르 도서관 ①편에 이어서...


관악산 시(詩) 도서관 


by 강예린 & 이치훈 





등산복 차림의 도서관


‘시도서관’은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관악산 ‘만남의 광장’의 뒤편에 있는 관악구도서관에서 2009년부터 분관하여 운영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관악도서관까지 10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등산을 앞에 둔 혹은 마치고 나온 등산객들이 굳이 찾아가기에는 충분히 먼 거리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관악산이 불러 모은 등산인구에게 최대한 노출될 수 있는 도서관, 만남의 광장에서 서있는 짧은 시간에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다.  

그 결과 주말 아침에 시도서관에 들어가면,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매일 몇 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슬쩍하니 도서관을 기웃거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 시집이다. 시는 짧은 순간을 길게 우려낼 수 있으며, 책 전체를 읽어야 할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들면 시집을 들고 산에 오르면 된다. 시 도서관에서는 회원가입 없이도 일일 대출이 가능하며, 시집 정도는 들고 산에 올라도 부담스러운 무게가 아니다. 어찌 보면 ‘시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장소를 택했다기 보다는, 이 장소가 원하는 장르가 ‘시’였던 것도 같다. 

시 도서관에는 도종환시인의 기증 서고는 물론, 각종 시 선집들, 외국시, 한시 등 그 분류가 시 아래로 빼곡하다. 도서관 안의 '시'가 코너 보다 하위분류가 훨씬 다양해졌다. 같은 수량의 시집이 있다고 해도 따로 분류해서 보니, 그 결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한시와 같은 동양의 고전 시들, 잘 접할 수 없는 나라들의 시집들도 눈에 확 들어온다.


시를 새기다 : 아직 청춘이 낭만이었을 때의 문화1)


시도서관을 등산 전후의 정류장으로 삼는 많은 분들은 시를 암송하던 학창시절을 가진 중·노년층이다. 지금이야 생활에 밀려서 시를 멀리 한다 해도, 한 때는 문학소년 문학소녀를 꿈꾸었음직한 우리 부모님 또래의 분들이다. 엄마의 학창시절 이야기 중 제일 낯설었던 것이 친구들끼리 색종이에 시구를 적고 그 여백에 말린 낙엽을 장식해서 나누거나, 돌아가며 시를 읽어줬다는 경험담이다. 낭독은 하얀색 옷을 입고 백합을 꽂은 빨간 머리 앤만의 것이 아니라, 교복을 입은 엄마 때론 아빠들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시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시낭독회’에 대한 중장년층들의 반응이 좋다. 

중·노년층 분들에게 시낭독회는 세월에 밀려났던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요즘처럼 88만원에 아픈 청춘이 아닌, 아직 청춘이 낭만인 시절을 거친 분들에게 시도서관은 자신의 젊음을 환기해준다.  


시 낭독회와 더불어서 시도서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봄 날 좋을 때 옥상에서 펼치는 시화전이 있다. 예전에는 미술시간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시화그리기’였지만, 요즘에는 지하철 전시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정도로 잘 시도지 않는 것 같다. 시화란 것이 감상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시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하나의 창의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시화가 몇 개 붙어 있다. 등산에 피곤한 몸을 쉬는 분들이 도서관을 들어가지 않고도 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배려가 엿보인다.

 

시도서관은 시를 읽고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제안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시를 쓰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시도서관의 사서분의 말에 따르면, 지난 해 도서관이 생겨난 후 숨어있던 지역 시인들이 자신들의 시집을 기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를 유통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자비로 출판하는 아마추어 시인들을 의도치 않게 북돋은 격이다. 시도서관에서는 한 코너를 이 지역 시인들의 코너로 엮어두고 있다.



다음 편은 'SF & 판타지 도서관' 편입니다. 



1) 박해천, 2012. 5. ‘청춘없는 시대의 수많은 보아’ G.Q. (201205)

http://www.style.co.kr/gq/feature/ft_view.asp?c_idx=010902010000137&menu_id=040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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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1) 이진아 도서관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5) 국립 디지털 도서관

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자연과 도서관'입니다.  '자연과 도서관'편은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②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④


by 강예린 & 이치훈

농부네 텃밭 도서관

 

농사는 살림이기에, 존중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문명비평가이자 농부인 웬델 베리는 이렇게 답한다. ‘농사는 살림이다. 살림은 이어져있음'을 의미하며, 살림은 우리와 우리가 사는 장소와 세계를 보존 관계로 이어줌으로써 생명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동이다. 즉 농사짓는 사람은 자연과 인간 공동체에 닿은 연과 의무로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농사를 생산량이나 이윤과 같이 산업일반의 용어를 통해 보지 않고, 자연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일부를 차지하게 만드는 일로 보는 순간 농사/농촌공간에 관해 신비의 빛이 비추인다. 아무래도 농사는 측정하기 힘든 인간, 하나의 단순한 과학으로 환원될 수 없는 땅, 변동하기 쉬운 기후, 그리고 시간을 다루는 예사롭지 못한 부분이다. 

텃밭도서관 관장님의 자부심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우리 집은 6대 째 농사를 지어왔다.” 텃밭 도서관 관장님의 첫마디이자, 텃밭 도서관이 태어난 이유이다. '농부'의 자존감과 농촌공간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고민이 텃밭도서관을 일구게 되었다. 80년대 초반은 6-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이 근대화 되지 않은 공간, 개량되어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의 세례가 거쳐 간 이후이다. 무언가 해야 될 것만 같은 기운과 일 벌리면 다 될 것 같은 들썩들썩함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이 마을에는 몰려다니면서 궁리작당 할 동네 청년이 10명은 족히 넘었다. ‘우리 마을 장서면에 마을문고를 만들자, 지역신문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였다. 이곳 뿐 아니라 전국의 농사짓던 청년들이 다 이런 분위기였다. 보다 나은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기반이 넓어져야 하는데,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제격이었다.   

농촌과 도서관. 이 둘의 관계 만들기는 그 역사가 길다. 요즘처럼 '생활밀착형작은도서관' 만들기처럼 자생적인 흐름도 있었고, 새마을문고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엄대섭 선생님은 한국에 도서관이 정착되지 않은 1960년대 작은 문고의 형식으로 '농촌마을문고보급회'라는 이름으로 농촌에 도서관을 보급해왔다. 하지만 이 자생적인 흐름은 10년 후 비슷한 이름이라며 새마을운동에 편입 되었다. 결과적으로 '새'마을문고로 슬쩍 이름이 갈아 끼워지고, 새마을운동 조직망의 일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로서 마을회관에서 울려퍼지는 '잘살아보세'의 노래에 맞춰서 문고의 흥망이 같이 하게 되었다. 많은 문고들이 80년대 중반 잘나가던 새마을 운동이 흔들리면서, 농촌의 문고 사업에도 타격이 심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텃밭도서관의 모체가 되는 장서면 마을문고는 정부 지원이 아니라 이 마을출신 사람들과 지역민들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한 책 당 30명 빌려주고 한명이 가져가면, 그래도 200X30은 6천원 대략 책 값 만큼은 빌려준 셈이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무료로 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도 자유스럽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대출을 무료로 한 것이죠. 애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2-300명씩 왔어요."

그러나 학교에도 학생 수가 점점 줄고,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멀리서 학교를 이용하는 친구들을 위한 스쿨버스가 나오고, 입시과열로 학원차가 방과후에 데리러오고, 수업 외 자율학습이 생기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농촌마을문고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힘들어지고, 아예 다른 모색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이 아닌 주말에만 오는 '텃밭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다.  

 

 

농촌이 아닌 전원 그리고 매일의 도서관이 아닌 주말 도서관


큰 그림에서 마을문고가 텃밭도서관으로 자리 잡아 온 과정은 농촌이라는 공간의 위치가 어떻게 재편되어왔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농촌은 매일의 공간이 아닌 주말의 공간, 경험이 아닌 체험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주 이용자인 아이들과 청년이 없으니 농촌의 일상에 도서관이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졌다. 텃밭도서관은 이에 맞추어 매일이 아닌 주말에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와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결과이다. 도서관만으로는 팍팍하기에,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연못을 파고 나무 사이에 해먹을 달아매고, 원두막을 짓고 그곳에 책꽂이를 달아매고, 평상에도 널 부러 질수 있게 하고 이것저것 농촌의 모습을 재미있고 수선스럽게 느끼게 하려 했다.

아이들은 주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놀러 와서, 책도 읽고 감물 들이는 자연염색도 배운다. 또한 못에서 배도 타보고,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주로 오는 친구들은 이웃 읍과 군 소재지의 친구들이다.

부모님과도 오고, 선생님의 지도하에 대규모로 오기도 한다. 책, tv, 인터넷과 같은 간접체험에만 크게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2천 평이 되는 텃밭과 집,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체험의 장이다.

목마. 쪽배. 굴렁쇠. 당나귀. 불 뗀 방. 염색체험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중간 중간 5천 8백여 권의 책도 읽고 잠도 들 수 있다. 주말에 쉽게 오게 하기 위해서 텃밭도서관까지 오는 길도 넓게 닦았고, 인터넷으로 카페를 만들어서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저 먼 과거도 아닌 단 30-40년밖에 지나지 않은 농촌의 모습과 생활환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텃밭도서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편은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과연 어떤 도서관일까요?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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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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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5) ~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편 / ②편 / ③편에 이어서 국립 디지털도서관 마지막 편입니다.


국립 디지털도서관 ④

by 강예린 & 이치훈 


국립 중앙 도서관과 디지털 도서관의 만남
 

욕심 많고 시간 없는 사람들은 한번에 세 개의 영상을 띄워놓고 볼만큼 디지털 도서관에는 볼거리가 많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면 하루가 금새 가버린다. 머리라도 식힐 겸 잠시 외출인증을 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반포대로와 만난다. 등을 돌려 중앙 도서관으로 향하는 계단 한쪽에는 북카페가 있어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커피한잔을 손에 쥐고 디지털 도서관의 지붕에 오르면 푸른 잔디밭 끝에 풍채 당당한 중앙 도서관을 마주하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은 국립 중앙도서관,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과 더불어 국가 도서관 3관 중 하나이다. 서울 중심에 위치하던 중앙도서관을 1988년 지금 위치인 반포로 신축 이전하였고, 20년 뒤인 2009 5월 그 앞의 대지에 디지털 도서관이 개관하였다. 20년 차이를 두고 개관한 비슷한 덩치의 두 건물을 보면 그 동안 건축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온 나라가 한창 앞만 보고 내달릴 시절 국가도서관의 신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인 사업이었을 것이고, 건축이 국가지식의 보고라는 엄숙한 의미를 전달해야 함에도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좌우 대칭인 입면에 기단 위에 높여진 몸통과 그 몸통이 떠받치는 지붕. 권위의 전형을 모두 다 담고 있다. 거기에 사서연수관과 자료보존관의 부속건물을 옆에 두고 있어 그 규모는 더 크게 느껴진다. 디지털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전면 도로로부터 5층높이의 계단을 올라야 할 만큼 높고 넓은 부지에 당당하게 서있었다.

반면 불과 2년 전에 개관한 디지털 도서관은 국립 중앙 도서관 앞에 서면 건물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국립 중앙도서관에 자신의 지붕을 앞마당으로 내주고 머리에 푸른 잔디밭까지 이고 있다. 경사진 지형 때문에 반포대로를 따라 법원이 자리한 남쪽 방향으로 길을 오르다 보면 건물의 꼭대기 층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실 이 꼭대기 층이 건물의 1층이다) 그곳에서 한번 더 계단을 오르면 디지털 도서관의 지붕 마당에 이르고 국립 중앙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마치 훌쩍 커버린 아우가 형님을 무등 태운 것처럼, 디지털 도서관은 자연스럽게 지형에 묻혀 중앙 도서관의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비켜나 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걷다가 만나게 되는 높고 반짝이는 도서관의 파사드는 건물이 지형에 묻히지 않은 채 드러난 부분이고, 3층 높이의 공간을 통째로 메인 로비로 내어주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다소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입구 옆에 지형을 따라 놓여진 오솔길 같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하던 도서관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1층의 입구와 만나게 된다.
 


대칭과 비대칭, 육중한 돌과 가볍고 투명한 유리, 땅의 중심을 차지하며 권위적으로 서있는 모습과 대지 한 켠에 지형을 따라 비켜선 자세 등 건축의 모든 언어들이 대조를 이루며 종이책 도서관과 디지털 도서관은 조우하고 있다.

 

아카이브의 아카이브

디지털 도서관은 그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 어느 도서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수준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종이책이나 건축물과는 다르게 손에 잡히지 않고 형태가 없는 정보는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기 쉽상이다. 디지털 도서관이 소장한 전자책이나 시청각 자료는 사실 도서관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디지털 도서관의 정보는 국내외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서비스는 디지털 도서관의 핵심기능이고, 공공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디지털 도서관 내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중요한 연구 도서관이나, 국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 각 단체들이 기관회원으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도서관 안에서는 하바드 도서관의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디지털 도서관이 국가 도서관으로서 전국 도서관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국 공공도서관의 소장자료에 대한 검색 및 목록, 목차, 초록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관을 연구하는 도서관이면서 아카이브의 아카이브다.

디지털 도서관의 홈페이지인 디브러리(http://www.dibrary.net)에 들어가보면 디지털 도서관을 통해서 드나들 수 있는 아카이브 네트워크의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서고에서 길을 잃는 것은 비할 바 아니다. 시간을 내서 디지털 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를 시간과 지역별로 분석해보려고 했으나 부질 없는 짓이었다. 탐색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디지털 라이브러리 안에서 어떤 정보도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꼭 특정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그 가상의 세계 어디로든 문을 한번 열고 들어가 보자. 아마 매 휴일 아침마다 디지털 도서관의 문을 두드리게 될 지도 모른다.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

2011 3 22일 미국 법원에서는 책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미국 지방법원의 대니 친 판사가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구축작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구글은 2004년 하버드 도서관과 함께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18개 연구기관과 파트너쉽을 맺고 장서를 스캔해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05년 미국 작가협회와 출판협회로부터 저작권 위반소송에 휘말렸고, 2008년 구글이 두 단체에 12500만 달러를 주되 별도 기관을 통해 향후 저작권 문제와 수익 배분을 해결하라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그러나 이 합의안에 대해서도 방대한 도서데이터의 독점을 우려해 재조정 권고가 이루어졌고, 2010 11 13일 구글 도서검색 2.0으로 불리는 개정 협의안이 발표되었다. 2011 3 22일 대니 친 판사는 이 개정합의안 마저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 없이 "모든 책을 이용할 수 있는 막대한 권리를 구글에 주는 것"이라며, 5년간 끌어왔던 미국 저자협회와 출판인 협회와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구글의 책 디지털 작업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구글의 디지털 프로젝트는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책(Orphan book)이나저작권이 소멸된 책(Public Domain) 혹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을 공공의 기관을 통해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공적 가치와 저작권이 살아있는 수백만 권의 책에 대한 독점의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이 양날의 칼을 놓고 미국 법원의 친판사는 독점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드러냈지만 구글이 이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2007년 하버드 도서관의 관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단턴[1]은 당시 구글이 하버드 도서관과 스캔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둘러 싼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출판업자작가구글 삼자를 둘러싼 소송과 그 과정에서의 합의안 등을 세세하게 들여다 본 단턴 역시 ‘책의 미래라는 최근의 저서를 통해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만인에게 이상적인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과 함께 정보 독점으로 인한 출판 산업독서문화의 위기라는 우려를 함께 말한다책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구글 프로젝트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책의 미래도서관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단턴을 들춰볼 만 하다. 

 


[1] 고양이 대학살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 교수는 책이라는 미디어와 인쇄술 그리고 그 기술을 둘러싼 사회를 분석하면서 독서문화의 변화를 추적하는 역사이론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2007년부터는 하버드 도서관의 관장을 지내면서 오늘날 책이 처한 현실과 독서문화에 관련한 여러 가지 고민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책의 미래'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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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국립 디지털도서관'입니다. 국립 디지털도서관 편은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5) ~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편 / ②편 에 이어서...

국립 디지털도서관 ③

by 강예린 & 이치훈 


책을 볼 수 없는 도서관에 적응하기 

디지털 도서관에 서고가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심지어 이곳에서는 독서 행위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그러니까 엄밀히 얘기하면종이책을 들고 독서하는 것이 금지되어있다아무리 디지털 도서관이라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러니처음에는 다소 낯설다가방 보관소에서 소지품을 옮겨 담을 때 혹시나 해서 투명한 가방 안에 책이라도 한 권 넣어가다 보면“여기서는 책을 보시면 안됩니다” 하고 사서의 제지를 받게 된다어느 도서관이든 개인적인 서적을 반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만 디지털 열람실에서는 아예 종이책을 볼 수 없다열람실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사석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그래도 찾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해서 참고로 책을 필요로 할 때도 있을 법한데 약간 융통성 없어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디지털 도서관에서 새로운 독서의 방식에 내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일단 도서관에 로그인을 하고 나면 종이책을 읽던 몸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검색인디지털 시대의 독서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종이책 읽기의 습관은 집에 두고 오라그 습관을 버리기만 하면 종이책은 절대 만족시켜줄 수 없는 오감 미디어의 세례를 받게 된다국립 디지털 도서관이 소장한 33만 건의 디지털 자료는 일반도서잡지신문학위논문을 비롯해서 각종 영상자료와 녹음자료마이크로자료를 포함한다이외에 국립 중앙도서관이 제작한 웹콘텐츠와 도서관 연구소의 도서관 연구자료국립중앙도서관 전시자료 등을 검색 열람할 수 있다. 
 




디지털 열림실멀티미디어 시대의 신종 관람인을 발견하다.

가장 중심 공간이기도 한 디지털 열람실은 도서관에서 소장하거나 도서관이 기관회원으로 등록되어있는 온라인 컨텐츠를 열람할 수 있고 문서그림 파일 등을 편집할 수 있는 곳이다열람한 자료 중에 필요한 것들은 근처에 비치된 프린터로 출력해서 볼 수도 있다이곳에는 일반 모니터대형 모니터, 3화면 모니터가 구비 되어 있어 작업 성격에 따라 원하는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인터넷 접속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컨텐츠 뿐 아니라 자유롭게 웹서핑도 가능하다.

열람실을 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모니터에 어떤 자료들이 띄워져 있는지 보게 되는데대단한 사람을 발견했다. 3화면 모니터 앞에 앉아 각각의 모니터에 드라마와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액션 장르의 영화를 동시에 띄워놓고 시청하고 있다헤드폰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음악감상이나 영화 관람이 주변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세 편의 영상을 동시에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니 내 머릿속마저 어질어질하다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신종 관람인답다더욱이 다른 도서관이라면 눈살을 찌푸릴만하지만 이곳에서는 전혀 잘못되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멀티미디어 열람실디지털 열람실 등이 자료를 열람하고 소비하는 공간이라면 디지털 도서관에는 영상이나 음향, UCC 등의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생산의 공간도 있다각각의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어양질의 디지털 컨텐츠를 직접 제작 할 수 있고미디어 센터에서는 제작된 자료를 편집하고 감상할 수 있다이외에도 세미나실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회의나 화상세미나 등이 가능하다.
 
사실 다른 여타의 공공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서비스라고 한다면 이러한 컨텐츠 제작의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하지만 생산영역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일인 미디어 시대에 이런 고정적인 시설들이 벌써 시대에 뒤쳐지기라도 한 것일까도서관이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생산의 영역이 활성화되지 못한 점은 디지털 도서관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국립 디지털 도서관은 총 4편입니다. ④편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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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5) ~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편에 이어서...


국립 디지털도서관 ②

by 강예린 & 이치훈 

독서문화의 진화와 도서관 형식의 변화.

온라인으로 책을 다운 받아볼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책거래가 온라인 북샾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거나 모든 도서관이 서고를 없애고 서버를 확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 북스프로젝트나 디지털 도서관의 등장은 변화된 독서문화에 따라서 도서관의 형식도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줄 뿐이다.

 

책과 독서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쇄술이 발명되고 책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전에는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책을 `듣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낭독하면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책을 읽는 행위였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책을 소유할 권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소위개인적인 독서는 인쇄술 이후에 책이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근대적인 독서의 형식이다. 그래서 책을 문이 달린 서고에 사슬로 묶어 두고 제한된 계층만이 열어볼 수 있게 하기도 하였다. 책과 지식의 보급은 매체 발전의 역사와 맞물려있고 종교 혹은 정치적인 계급사회의 해체와 같이 대중이 모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변화의 모습 그 자체이다. 그런 만큼 디지털 세상에서 변화된 매체환경으로부터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마 디지털 도서관의 가장 큰 존재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꼭 디지털 도서관이 세상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소장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변화된 매체환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베이스 캠프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도서관과 나는 하나다.

변화된 매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형식에 맞게 우리의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우선세계최고의 IT 강국답게 압도적인 시설과 규모 앞에 긴장해야 한다. 도서관의 입구는 지상 오층 정도의 높이로 날아갈 듯한 지붕아래 주변의 모든 환경을 거울처럼 비추는 커튼월로 싸여있다. 건축이 유치한 상징이나 용도를 암시하는 직설적인 언어로만 포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 첨단의 외양은 오히려 약간의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곳이 새로운 미디어의 아카이브임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무인 발급기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일일 이용증을 받는다발급받은 이용증을 가방 보관소에 비치된 모니터에 가져다 대고 원하는 번호를 지정하면 “라커를 꼭 닫아달라”는 안내 목소리와 함께 지정된 라커가 자동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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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가방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담는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책을 끼워 넣는다. 또 좌석예약 터치 스크린 앞에서 디지털 열람실 자리를 예약하고 지하철 개찰구 같은 보안대를 통과한다. 예약된 번호의 책상에 앉아 도서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용증을 발급받았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하면 PC가 활성화된다. 잠시 외출을 할 때는 사용하던 PC를 자리비움으로 설정하고 외출승인 데스크에 이용증을 인식시킨 후 다시 보안대를 나가면 된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내가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로그인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로그인발급인식예약통과다시 로그인

서고에서 책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길을 헤메는 즐거움은 없지만,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포인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것이 공간을 경험하는 이색적인 재미가 있다. 모두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녹색의 투명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롤플레잉 게임의 캐릭터 같기도 하다.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오가는 사람들의 이동은 한결 가볍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내 몸의 이동경로를 열고 닫고 하면서 공간을 누비는 재미가 소소하다.


③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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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1) 이진아 도서관 /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편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입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편은 여섯 편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①편 / ②편 / ③편 / ④편 / ⑤편에  이어서 드디어 마지막편입니다.

by 강예린 & 이치훈
 

부산을 기억한다. 기억하게 한다 : 고문헌실 정세영 선생님 인터뷰  

대부분의 도서관이 새로 나온 책을 중심으로 소개하지만, 부산시민도서관은 도서관 초기의 기록까지 성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작업의 중심에는 고문헌실이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대학교와 함께 고문헌을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일본어를 가르치신 정세영 선생님이 당시의 자료들을 해제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근 10년 동안 부산시민도서관의 광복전후 일서자료를 요약 해제하시고, 도서관은 그 책을 펴내서 필요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책을 엮어 보내고 있다.  


- 원래는 무엇을 하셨나요?

시민고등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일본어를 잊지 않고 계속 공부했거든요. 국가기록원에서 불러서 일제시대 재판기록, 그 중 일제 광주학생사건 재판기록이 있어서 그것을 번역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그게 언제쯤이지요?

10년 정도 되었나. 여기 왔더니 오래된 식으로 색인카드로 정리되고 그라더라고요. 2년쯤 시간 내서 이 책을 ‘저자, 간단내용’으로 정리해서 컴퓨터에 옮겼지요. (검색이 쉽게). 그리고 책이 헤지는 것 때문에, 조선관계서적만 사본을 만들어 놓았지요.


- 보관된 책 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 1/3은 조선 총독부의 소위 조선시정관계 자료입니다. 부산도 있고 조선 전체도 있고. 나머지는 일본인을 위한 일본 책들이지요. 총독부의 정치, 행정에 관한 보고서, 통계표, 각 지역의 특수, 시설, 위생관계, 조선인 관련 통계 등이 있습니다.


- 이런 책들은 여기만 있나요?

다 있었겠지만 6.25를 거치면서 많이 없어졌죠. 부산은 피난민이 내려오긴 했어도 전쟁을 빗겨갔으니까. 대구도 일부가 있다고 해요.

출발은 그래요. 이 도서관 역사가 115년은 됩니다. 한일 합방 전에도 일본 사람들이 무역을 위해 많이 왔어요. 대마도를 중심으로 항구를 다 막았습니다. 초량에다가 총영사관을 짓고, 거류인단을 만듭니다. 일본인들도 많이 모이면 단체를 만듭니다. 뭘 만드나 봤더니 교육사업을 하덥디다. 중학교 이상은 본토로 보낸다 해도 초등학교는 바로 만듭니다. 일본인들이 다니는 학교. 그리고 도서관을 만듭니다. 그게 시작이죠.


- 100년사를 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100년 쯤 되면, 같은 언어를 썼다 해도 점차 변화되었을 거고, 일본에 강점된 역사가 있었으니 당시의 일본어로 된 기록도 많겠습니다.     

합방 후에는 반일 감정 때문에 이 곳에 1900년 초부터 해방 전까지 모아두었던 3만권의 책을 그냥 내버려 두었어요. 일제 말기 서적의 목록을 보니, 합방 후 일본이 발간한 많은 책들이 다 없어졌어요. 6.25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무사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1964년 부산대학교 김의환 교수님께 당시의 부산시민도서관 관장님이 해제를 부탁했죠. 일본관련 문서 말고도 포은시고니 구운몽이니 고래의 자료도 이미 작업이 되어 있습니다. 1~4권은 김의환 교수님이 해제하시고 근 30년간 안하다가 (고문화특성화도서관으로 1998년 선정되면서) 내가 5권부터 참여했지요. 부산대 교수님이 내가 한일관계 외교에 대한 문서를 해제하는 것 보시고는, 자네가 일제시대를 살았으니 더 이해를 잘하니 계속 이어해라 했어요.


- 그렇게 부산시민도서관과 인연이 되신거군요. 그러면 김의환 선생님이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한반도의 자료를 주로 해제하시고, 정선생님은 한일관계 자료를 주로 맞고 계신 것 인가요 

합방 전 일본과 구한국하고의 여러 가지 외교 문서가 있어요. 이 도서관에. 그때 일본과의 외교를 동래부가 위임받았거든요. 이 왔다 갔다 한 교섭문서 보면 합방 이전에 일본이 우리 외교 관계 장악을 하려고 하는 게 보여요. 일본의 야심이 있어요. 여기서 오고 간 문서 보면 참 기가 찹니다. 부산이 일본에 가장 가까우니까 조·일 외교 관련한 일의 일부가 아예 동래부로 오기도 했어요. 일본총영사관은 일본어로 작성하고 동래부사는 한문으로 작성했어요. 

(예컨대) 이런 게 있어요. 일본인이 갑자기 많이 느니까. “지금의 부산교대 그 근처에 선을 긋고 여기 넘어오지 말라 처벌 하겠다”는 그런 문서도 있어요. 이런 것들 위주로 해제를 시작했습니다.


- 요약문이라 해도 이렇게 해제되지 않으면, 어떤 자료가 있는지 알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해석된 자료는 어떻게 이용 되는가요?

도서관에서 ‘부산시민도서관 소장 귀중본’ 도서해제집을 계속 냅니다. 부산대학교에 감수를 받고 출판합니다. 정식으로. ISBN도 있지요. 그리고 필요할 만한 이들에게 보냅니다. 그 리스트가 있어요. 그거 안받아도 개인적으로는 가끔 대학생들이 논문 때문에 오거나, 일본 사람들 일본의 유명대학교수들이 옵디다. 


- 아 일본 분들은 왜 오시나요? 한국 연구 때문에 그러시나요?

내 물어봤죠. 100년 가까이 되어서 고물이 된 책을 왜 보십니까? 혹시 아직도 한국에 대한 그릇된 야망을 펴려는 것 아닙니까 라고 소리를 했더니. 웃덥디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부산에 산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답합니다.

그 사람 놀라워요. 한국말을 일상어 정도는 합디다. 난 이런 게 무섭습니다. 

합방 전 신문이 3층에 있는데 순 한문투성이라. 학자들을 위한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신문인데. 일본인들 그 어떻게 알고 그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번역해 달라 해서 번역해서 보내기도 합니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 개인적인 외교관이시기도 하네요. 무슨 자료들을 주로 번역해달라고 하시나요?

합방 전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 고아원에 관심을 가진 것, 부산의 하수구 연구. 왜 일본인이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 가 도통 모르겠어요.


- 한 권에 못해도 60-100권의 책을 요약해서 설명하시는데요. 작업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서문은 꼭 읽고, 목록을 보고 어느 정도는 읽습니다. 주요한 것은 추리고. 그러나 그 몇 백 페이지를 어찌 다 읽습니까. 그래도 내용을 좍 훑지요. 1년이 걸려요. 한 달에 13일을 근무합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집에서도 합니다. A4 400페이지의 간단한 해제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1년 안에 전문가도 못해요. 일단 처음에는 손으로 정리해두고, 컴퓨터로 옮깁니다. 이게 힘이 달려서 옮기는 게 힘들어요. 


- 저는 이런 자료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역사지리공부하시는 분, 근대건축 공부하시는 분, 역사 공부하시는 분들 모두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여기 이 ‘마적의 진상’(해제집 8권) 같은 것들은 참 재미있네요. 읽어줬으면 하는 그런 글들 몇 개만 이야기해주세요.

(해제집 8권을 드시고 그 중 몇 권을 소개해주시며) 

소화30년의 조선이 재미있습니다. 일본이 소화20년(1945년)에 망했거든요. 이것은 그니까 망할 줄 모르고 조선의 미래를 바라본 거에요.


- 일본의 조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인가 보군요. 경부간을 5시간으로 달리는 특급열차와, 금강산국립공원 등에 대한 계획이 보이네요. 흥미롭네요.

이것도 봐야해요. ‘인삼사’ 이건 놀라워요. 이마무라 도모라는 사람이 조선의 인삼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전매청이 책을 써보라 이런 거야. 인삼 편년기, 인삼 경제편, 인삼정치편. 글쎄 인삼에도 정치가 있을 거 아닙니까. 이런 것을 7권에 걸쳐서 쓴 거야. 

일본에서는 인삼인 줄 알고 캐냈는데 무였더라, 중국에서 인삼인 줄 알고 캐낸 것은 모양이 조선 것처럼 사람같지 안생겼더라. 이런이야기가 있어요. 인삼이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거든. 그니까 (약삭빠른) 일본인이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여기 전문 다 복사해 놓았는데. 누가 와서 봐줬으면 좋겠어. 시간이 있으면 나라도 전편을 번역하고 싶어요.


- 너무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렇게 요약소개를 넘어서 전문 번역해야 할만한 글들도 많네요. 

특히 소위 한일 합방 전후해서 한일관계의 외교문서를 김의환 선생님이 요약해서 해제했는데 이 내용을 더 붙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근데 나 이후에 이것을 할 사람이 없어어요. 

누군가 뒤를 이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도 오래된 단어는 모르니까 안되고. 그렇다고 일본 사람을 고용하겠어요? 그것도 안 될 일이지.


- 다음에 나올 책이 9권인가요? 다음에는 어떤 책을 번역해 주실건가요

지금 벌써 9권의 감수를 기다리고 있어요. 부산대학교에서 감수를 받고 오면 교정에만 3일을 소요해요. 그래도 모자라지. 그게 참 희한해요. 번역에서 수정까지 혼자 하니 틀린 글자가 안보이대요. 그래서 (요약 해제본을 보고) 관심 있는 것은 원서를 봐줬으면 해요. 번역을 읽는 것은 오류가 날 수 있어요. 


인터뷰 동안 본인의 모습을 찍지 못하게 하셔서 자료를 읽어주시는 손만 사진을 동의를 얻어 찍었는데, 나는 이 모습처럼 이 분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게 없는 것 같다. 고문헌실의 여러 책들을 손으로 훑으면서 정선생님은 부산을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기억해내시는 것 같다.   



한국 도서관 기행 -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편 재미있게 보셨나요? 다음에는 어떤 도서관 이야기가 펼쳐질 지 벌써 기대됩니다. ^^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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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1) 이진아 도서관 /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편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입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편은 여섯 편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①편 / ②편 / ③편 / ④편에 이어서...

by 강예린 & 이치훈


‘부산’시민도서관 

도서관 사상가인 랑가나단(Shiyali Ramamrita Ranganathan 1892-1972)은 도서관 5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중 마지막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The library is a growing organization).”이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부산시민도서관이 지역 대표 도서관으로 선정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도서관이 시작한 이래 부산시민도서관은 계속 부산의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 즉 부산을 설명하는 자료들을 기록해왔다. 1945년 2만 2413권이었던 책은 거의 그대로 남아 고문헌자료실에 있다. 여기에는 2만 4397점의 해방 전 자료들과, 근대한일외교관계 관련 자료, 한국국회 비소장 자료 등 이곳 아니면  알 수 없는 이 땅의 역사가 기록되었다. 이런 자료 들은 지역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이용되기 쉬운 자료로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민도서관을 중심으로 부산 전체의 도서관이 하나의 아카이브처럼 움직인다. 부산의 모든 시간을 기록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지혜로운 노인들의 원로회인 셈이다. 대표도서관 체계는 시간과 공간이 다툴 수밖에 없는 도서관에게는 하나의 활로처럼 보인다. 아카이브는 공간을 계속 소비하고, 기록은 중단되어서도 안 되니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 되지 않는 한 개별 도서관으로는 별 도리가 없다. 나이 먹는 도서관에 대한 고민 아닌 걱정은 결국 이 많은 지식을 어떻게 다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매년 이 나라 전체에는 약 4만권의 도서가 출판된다. 만약 1㎡의 공간이 100권을 수용한다고 가정하면, 이 모든 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400㎡의 공간이 증식되어야 한다. 이 모든 책을 모으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공간은 20년마다 그 2배로 증가한다는 어림셈이 있다.

400년을 살아온 옥스퍼드 내의 보들리언 도서관은, 장서가 1100만권에 해마다 3.2km 씩 자라온 서가가 현재 190km에 이른다는데, 이것은 보들리언 도서관의 자랑이자 극복해야할 과제로 보인다. 속도의 차이는 있다 해도 부산시민도서관도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 공동서고라는 아카이브 체계를 통해서 앞으로 올 시간을 더 지혜롭게 살아낼 것 같다. 



다음 편은 부산시민도서관 마지막 편으로 "고문헌실 정세영 선생님 인터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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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①편에 이어서...
 

by 강예린 & 이치훈


도서관 입지의 지정학


부산시민도서관1)은 몇몇 장소를 거쳐 왔으며, 그 경로는 크게 해안에서 내륙으로의 이동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식민통치의 경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또 한 편으로는 새로운 시민의 장소로 도시 안에 있는 산을 공원화하는 경향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식민통치를 경험한 나라들은 보통 해안을 지배의 공간으로 기억한다. 제국의 시대는 항해의 시대에 이루어진 발견이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고, 이 폭력적 수탈은 배가 선박할 수 있는 해안을 중심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브라질이 수도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륙의 브라질리아로 이전한 것도 식민지의 기억을 덮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부산시민도서관은 해안가인 일본의 조계지(租界地)에서 시작해서 해방 후 내륙의 중심 공간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장소와 기억을 만들고자 하였다.

부산시민도서관의 모체는 일본상인들의 모임인 홍도회 부산지부에 설립한 서재를 확장해서 용두산 공원에 새로 지은 ‘부산부립도서관’이다. 재한일본인을 주 대상으로 하고, 일본책과 약간의 외서만을 볼 수 있었다.

해방되자마자 부산부립도서관은 부산교육위원회에 넘겨져, 한국에 있는 도서관이 아닌 한국 사람을 위한 도서관으로 거듭나려 했다. 그 첫째로 한 일이 이사 가는 것이었다.

식민주의 경험을 상기시키는 장소와 거리를 두고 더 내륙인 동광동으로, 또 더 중심지인 부전동으로 계속 이전하였다. 

지금의 부산시민도서관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성지곡의 산자락에 있다. 서울의 남산도서관도, 상대적으로 중심에 가까운 남대문 도서관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산으로 올라간 역사가 있다. 이용자들의 동선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입지는 아니다. 아마도 일본의 지배를 상징하던 산이라는 공간을 시민 공원으로 만들어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리려 했던 경향이 반영된 게 아닐까? 일제시대 최초의 근대적인 상수 시설이었던 성지곡과, 신사가 지어졌던 남산에는 도서관, 식물원, 과학관, 놀이공원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안 좋았던 과거를 현재에 열심히 변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공원에 맞 닿아있는 새로운 도서관은 누구를 위한 도서관인지를 강조하기 위해 부산‘시민’도서관으로 부르고 있는 것만 같다.



1) 정식명칭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이지만, 줄여서 부산시민도서관으로 부른다.


③편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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