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과 리바이어던
협력은 어떻게 이기심을 이기는가
시장주의와 관료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 구상!
‘협력의 시스템’만이 미래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
요차이 벤클러는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크고 더 느슨하고 더 자유로운 협력이 일과 가치의 개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클레이 셔키(『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이 책의 미덕은 남을 도우려는 본성의 역할을 가장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우리의 세계를 지배해왔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리바이어던’이라는 해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제3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를 넘어
이타심과 선의에 기반한 ‘협력의 시스템’을 위한 그랜드 디자인!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며,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고 생각해왔다. ‘리바이어던’으로 상징되는 가혹한 통제와 억압,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개인의 이기심은 오랫동안 모든 사회 조직의 전제가 되었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법률 제도, 교육 제도까지 사회의 모든 조직은 인센티브나 보상, 처벌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범죄를 줄이려면, 법을 더 가혹하게 만들어라! 이윤을 높이려면, 인센티브를 강화해라! 목표를 이루려면, 사람들을 감시하고 처벌하고 보상해라!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진 수백 건의 연구 결과들은 이 통념을 산산조각 내고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협력적이고 이타적이다.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지성으로 각광 받아온 요차이 벤클러는 신경과학, 경제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 통념이 어떻게 틀렸는지 입증해 보인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이타심과 선의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시민운동을 키우고,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1. ‘협력 연구의 대가’ 하버드 석학 요차이 벤클러!
돈 한 푼 받지 않는 자발적인 기고만으로, 브리태니커의 명성에 도전한 위키피디아의 사례는 협업의 위력을 보여주는 가장 고전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신의 창작물을 무료로 대중에 배포하는 오픈소스 경제 또한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협업의 사례이다. 책을 쓴 하버드대학교의 요차이 벤클러는 바로 이 위키피디아와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협력 현상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석학이다. 벤클러는 산업 시대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오픈소스 경제에 대해 1990년대 이후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왔다. 오픈소스의 대가답게 전작인『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는 비영리 목적으로 제한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하에 출간했는데, 이 책은 인터넷과 네트워크 정보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을 제시하여 ‘미래를 다룬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되었다.
벤클러의 연구가 학계뿐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계기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니콜라스 카와 벌인 ‘점심 내기’를 통해서이다. 카와 벤클러는 돈을 지불하는 시스템과 자발성에 의존하는 시스템 중 어느 것이 인터넷에서 더욱 효과적인가를 두고 세기의 논쟁을 벌였다. 《가디언》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킨 이 내기는, 2006년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데, 이 내기에서 벤클러는 자신의 승리를 장담한다. 단순히 금전적 대가만 지급하는 시스템은,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에 기반한 본질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벤클러의 확고한 입장이다.
벤클러는 TED 강의를 통해 오픈소스 경제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널리 알린바 있다. 탄탄한 이론과 사례로 중무장한 이 강의는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경영인이 꼭 보아야 할 TED 베스트 20’에 들어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서 벤클러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주목하던 그간의 연구에서 협력 시스템을 구상하는 방법 자체의 문제로 관심을 확장한다. 대규모 협업은 온라인상에서나 목격되는 예외적이고 별난 사건이 아니라 온, 오프를 막론하고 향후 개인과 사회가 거쳐야 하는 핵심 경로임을 확신했다. 협력의 시스템은 단순한 낙관적인 기대나 유토피아적인 몽상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직과 개인이 살아남는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완전히 색다르고 자애로운 세상을 상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실제 사람들이 어떠한지 미묘한 부분까지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편협한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진 시스템에 속박받지 않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이런 현실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세우려 한다.(160쪽)
협력에 관한 한, 실천이 완벽을 만든다는 생각, 즉 협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협력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157쪽)
2. 인간의 다양한 동기를 이끌어내는 ‘협력의 시스템’은 미래의 유일한 대안!
근대 서양의 역사는 ‘리바이어던’ 성향을 띄는 시스템과 ‘보이지 않는 손’을 기초로 한 시스템 사이를 반복해왔다. 17, 18세기에 유럽의 절대왕정은 강력한 철권통치로 ‘리바이어던’의 성향에 가까웠다. 19세기에 산업혁명이 부흥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압승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파시즘의 탈을 쓴 ‘리바이어던’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늘어나면서 진자는 다시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울었으며 실제로 빌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정부는 시장 기반 민영화에 앞장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센티브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리바이어던’도, ‘보이지 않는 손’도 사회를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면서, 사람들은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고자 협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협력 연구에 골몰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흐름에 앞장서왔으며, 이번 책을 통해 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종합해낸 벤클러는 협력이야말로 우리가 탄탄한 사회 경제 시스템을 만들 기초라고 확신한다.
왜 우리는 인간에 대해 최악의 상황만을 추측할까? 나는 네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가정이 부분적으로 옳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이기심의 개념이 우리 문화에서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신과 세상을 단순 명료하고 우아하게 설명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고(비록 그 설명이 틀렸다고 해도), 네 번째는 습관의 힘이 대단하여 인간의 인식과 사고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22~23쪽)
하지만 실제로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균일 임금 체계가 회사의 공식 방침이었을 경우, 성과급 제도일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일을 잘했다. 하지만 회사가 말로는 임금으로 노력을 보상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균등 체계로 임금을 지급하면,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두 경우 모두 기대, 즉 규범적인 틀이 중요했다. 사람들은 실제 임금 지불 방식이 회사에서 널리 공유된 규범(균등한 지급이든 인센티브 지급이든)에 들어맞는 경우엔 일을 잘했다. 회사의 공인된 방침(혹은 규범)에 들어맞지 않거나 널리 합의된 공평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임금 체계, 이를테면 족벌주의나 다른 불공평한 이익이 관련된 체계는 성공하지 못했다.(136쪽)
3. 이론과 현실을 망라한, 협력 연구의 종합서!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 협력에 대한 연구는 그간,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벤클러는 최근 10여 년간 이루어진 이들 협력 관련 연구들을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 융합한다. 벤클러가 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사회 구성 모델로서의 ‘협력의 시스템’이며, 이에 대한 이론을 세우기 위해서는 개별 분과 학문에서 성취한 연구 성과들을 모두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가령 벤클러는 인간의 이타심과 선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토대가 된 실험경제학의 게임 이론들(최후 통첩 게임, 월가/공동체 게임, 죄수의 딜레마 게임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분석한다. 또 사람들이 협력할 때 유발되는 보상 회로가 존재함을 증명한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도 소개한다. 인맥과 평판, 그리고 사회적 전염이라는 현상을 소개함으로써 협력의 사회학적 근거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 또한 입증한다. 공감과 연대감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통해서는 협력의 심리학적 근거를 밝혀낸다. 표준이 되는 규범을 찾으려는 친사회적 행동과, 인간의 도덕적 충동과 금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는 협력의 도덕적 기반을 확보한다.
또한 벤클러는 협력의 시스템이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실례들을 찾아 나섰다. 자신의 주요 연구 분야인 위키피디아 같은 온라인 조직은 물론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사 같은 전통적인 산업 조직, 오바마 선거운동 같은 시민 사회 조직, 라디오헤드의 마케팅 같은 문화 산업 조직, 스페인 바닷가재 어부 모임 같은 자발적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온, 오프에 두루 존재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종횡무진 누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협력의 시스템’이 이론적으로는 물론 실질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때로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증명해낸다.
협력에 관한 한, 이론과 현실 모두를 두루 종합하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협력에 기반한 조직 구성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히 협력 연구의 종합서라 부를 만하다.
분명, 사람들이 전적으로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추정하는 경제 모델은 매우 부분적으로만 작동한다. 심리학과 사회학의 모델들은 더 미묘한 차이를 담고 있지만, 덜 정확하다. 그리고 사례 연구가 항상 다른 사례에 적용 가능하거나 일반화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협력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이 모든 방식을 합해야 한다.(67~68쪽)
스위스 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Ernst Fehr)와 동료들인 클라우스 슈미트(Klaus Schmidt), 우르스 피슈바허(Urs Fischbacher), 아르민 포크(Armin Falk) 등은 최후 통첩 게임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통제된 실험 상황에서는 자신이 갖고 떠날 돈과 상관없이 결과의 공평성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을 증명했다. 때때로 사람들은 불공평한 거래에 동의하느니 한 푼도 없이 떠나는 쪽을 선택할 정도이다.(119~120)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최근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헌혈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자 여성의 헌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헌혈로 받은 돈을 아동 보건 관련 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 여성 헌혈자 수가 원래의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169쪽)
본문 속으로
즉 비만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친구가 뚱뚱해질 경우 본인이 뚱뚱해질 위험이 57퍼센트가 증가했고, 형제자매가 뚱뚱해질 경우에는 40퍼센트가 증가했다. 배우자가 뚱뚱해질 경우 그 위험은 37퍼센트가 커졌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기 주변 사람들의 먹는 행동에 ‘전염되고’ 있었다.(80쪽)
이런 방향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는 여러 면에서 ‘이타주의’와 ‘이기심’의 차이를 무너뜨렸다. 인간에게 타인을 도와주려는 내면의 ‘이기적인’ 동기가 있든 없든,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 공감 능력이든 아니든, 인간의 행동에서 그리고 흥미롭게도 인간의 뇌에서 결과는 동일했다.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보상을 받는다면, 그로 인해 우리는 이타주의자가 되는가 아니면 이기주의자가 되는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사람에게 그 답은 ‘무슨 상관이람?’이다. 우리가 남을 도움으로써 도파민을 얻으려고 애쓰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러나 인간이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즉 남을 돕고 기쁨을 얻도록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은 정말로 중요하다.(89쪽)
먼저 시카고 경찰은 일명 ‘지역 전문가’라고 불리는 일부 순찰 경찰관들에게 신속 대응 임무(911)를 면제해줌으로써 관할 구역을 차가 아니라 걸어서 다닐 시간을 주었다. 이 조치 덕분에 그들은 주민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 다음 그 지역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매달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회의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일단 주민들이 초기에 갖고 있던 불신을 없애자, 회의는 규모가 더 커지고 개방적인 토론회가 되었다. 대면 의사소통과 월례 회의를 통해 형성된 친밀감 덕분에 경찰은 더 이상 지역사회의 ‘딴 사람들’로 취급받지 않았다. 그 결과, 양쪽 집단(하나가 된 클린턴, 오바마 지지자들과 마찬가지로)은 거리를 위협하는 범죄자들이라는 공통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97쪽)
이에 대한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 가장 유명하게는 199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 데이비드 샐리(David Sally)의 연구를 들 수 있는데, 수십 년에 걸쳐 수천 명을 상대로 실시한 100건이 넘는 사회적 딜레마 실험에서 다음과 같은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돈의 주인이 바뀌거나 약속을 맺지 않았는데도 피험자들은 단순히 얼굴을 보고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자 협력 수준이 45퍼센트나 높아졌다. 얼굴을 맞댄 의사소통만으로도 협력 수준을 거의 2배로 올리기에 충분했다.(102쪽)
인간이 상대적인 필요에 신경 쓴다는, 심리와 행동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은 미국 정치에 커다란 과제이다.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는 누진세와 복지 수급권 증여를 통해 상대적인 필요에 대처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기회의 균등으로 강조점이 옮겨간다. 즉 미국 정치 문화는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 위에 세워져 있다.(실전에서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론에서는 그렇다.) 비슷하게, 기업가 정신이나 개인의 업적, 부의 추구를 강력하게 강조하는 미국 분위기는 엄밀히 말해 동일한 결과보다 노력과 재능, 기여에 근거한 공평성의 논리를 강화한다. 부분적으로 이는 의료 서비스와 복지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결과의 공평성보다 과정이나 기회의 공평성에 무게를 두는 미국의 핵심 개념을 뒤집지 않으면서 이익의 재분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동이나 노년층, 불우한 사람들을 특별 보호가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하여 논쟁의 틀을 다시 잡아나가려는 이유이다.(127~128쪽)
공평하고 호의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것이 어쩌면 공권력과 법률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암시하는 증거는 많다.(141쪽)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부터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를 거쳐 현대의 존 조스트(John Jost), 매저린 바나지, 에런 케이(Aaron Kay) 등까지 다수의 심리학자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특정 사회 관습과 규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지 꾸준히 증명해왔다.(155~156쪽)
지금까지 신경과학은 뇌에서 도덕성과 관련된 단일 영역을 구분해내지 못했고 이후에도 못하겠지만(인간의 정신은 너무 복잡하다.) 이런 연구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도덕적 결정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161쪽)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준수 여부를 결정할 때 물질적인 동기, 즉 시 당국이 벌금을 부과하는지 여부(이 요인은 준수보다 불법적인 쓰레기 투기로 더 많이 이어지는 듯하다.)보다는 편리한지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이다. (166쪽)
수백 건의 실험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과반수의 사람들이 협력적이고 관대하게 행동하고 1/3 정도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기적인 동기가 사회적인 동기를 몰아내는 상황을 피하는 동시에 이 두 동기를 모두 이용하는 시스템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달리 말하면, 본질적으로 협력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이기심에 의해 움직이기 쉬운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173쪽)
주식을 근거로 엄청난 연봉을 지불하는 기업에는 금전적인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경영자들이 몰려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 외에 다른 일을 하려는 본질적인 동기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세 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이 보상 모델이 기업 내의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돈이 가치 면에서 노력이나 기여, 재능을 훨씬 능가하는 주요한 평가 기준임을 알린다는 점이다. 회사가 얼마나 직원을 차별하지 않고 협력적인지에 대해 장황하게 말하더라도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 직원들은 분개하고 의욕을 잃어버릴 것이다. 월가 게임에서 상황을 규정하는 틀이 게임에서 용인되는 태도와 행동에 대한 참가자의 기대를 형성했듯, 지나치게 높은 경영자 연봉은 조직 문화를 탐욕스럽고 자기 잇속만 차리고 비협력적이어도 무방한 문화로 규정한다.(181쪽)
‘예전에 수용자로 알려졌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창조적이고, 본질적으로 자신의 작업과 지식, 통찰력 등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마음먹는다면, 그들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전문적인 작가나 기자, 사진가 같은 ‘엘리트’ 창작자들에게 이는 삼키기 힘든 알약이었다. 하지만 무급의 ‘아마추어’들이 만든 콘텐츠가 가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210쪽)
하지만 그 전략은 문화적인 역풍을 만났다. 업계는 음악을 통제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음악에서 모든 가치를 뽑아내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었다. 결국 음악 팬들을 무임승차자나 도둑으로 취급하면 천상의 주크박스 시대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음악을 돈 주고 들으려는 마음이 더 없어졌다.(213쪽)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에 대해 모험을 한다. 남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이에게,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상호작용을 냉소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따른 예측보다는 훨씬 더 자주 그렇게 행동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인간이 번창한다. 적어도 아무도 믿지 못할 때보다는 더 풍요롭게 산다. 나는 이 책에서 바로 이 중대한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 나는 광범위한 관찰을 통한,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를 파헤쳐가며 남을 믿고 신뢰를 주고받는 사람이 잘 속는 사람이나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협력이 이기심을 어떻게 이기는지도 증명하고자 했다.(236쪽)
추천의 말
요차이 벤클러는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더 크고 더 느슨하고 더 자유로운 협력이 일과 가치의 개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클레이 셔키(『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요차이 벤클러는 모든 페이지에서 진실을 이야기한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우리가 계속 부인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해 더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팀 우(『마스터 스위치』)
이 책의 미덕은 남을 도우려는 본성의 역할을 가장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우리의 세계를 지배해왔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리바이어던’이라는 해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제3의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최정규(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은 게으른 토끼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비열한 거북이의 승리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다. 주류경제학은 거북이의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사회’는 비효율적이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협력과 이기심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아니 이미 움직이고 있음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류동민(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차례
1장.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2장. 본성 대 양육, 협력의 진화론
3장. 협력의 심리학적, 사회학적 근거들
4장. 공감과 연대감은 강력하다
5장. 의사소통이 핵심이다
6장. 공평성의 다양한 기준
7장. 도덕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
8장. 보상과 처벌의 효과와 한계
9장. 협동을 기반으로 성공한 모델들
10장. 펭귄을 기르는 법
감사의 글
저자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
예일대학교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버크만 센터 교수로 있으면서 기업 법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와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협력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1990년대 이래로 정보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주요 연구 내용들이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등의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포드 재단의 비저너리스 상(Visionaries Award)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면서 협력 연구에 관한 한 가장 신뢰할 만한 학자이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로 손꼽히고 있다.
니콜라스 카와 벌인, 오픈소스 경제와 협력 플랫폼에 대한 수년간의 논쟁은 《가디언》에 보도되면서 학계는 물론 대중적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협력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발시키는 데에 공헌했다.
국내에서는 TED 강연이 소개되면서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지성’으로 각광받았다. ‘위키피디아·리눅스 사례로 보는 오픈소스 경제’라는 주제로 진행한 TED 강연은《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경영인이 꼭 봐야 할 TED 베스트 20’에 올랐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정보 경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을 제시한 전작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는 《스트래티지+비즈니스》에 의해 ‘미래를 다룬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이현주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 편집부에서 근무했다. 현재 인트랜스 번역원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X이벤트』, 『대중의 직관』, 『증오의 세기』, 『넥스트 컨버전스』, 『위대한 연설 100』, 『유혹과 조종의 기술』, 『뉴미디어의 제왕들』, 『위닝 포인트』 등이 있다.
인터넷 서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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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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