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김종배 지음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50년 동안 면적은 2배, 인구는 10배로 늘어난 서울.
그사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더 행복하거나 불행해졌을까
일제 시대부터 박원순 시장 재임기까지,
서울을 둘러싼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왔을까?
인구통계가 확립된 1965년 이후 지난 50년간 서울(수도권)의 인구는 10배로 늘어났습니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간 매년 50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주했습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적자원인 동시에 물, 전기, 가스, 교통, 주거,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했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관리하기 위해 행정, 교육, 치안, 경제, 병원, 도로 등의 다양한 시설들을 배치하는 통치의 전략들은 서울(수도권)이라는 독특한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어냈고, 또 그만큼 독특한 ‘서울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독특한 통치술, 독특한 선택들을 하나 하나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며 그 효과와 부작용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봅니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의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집니다.
당시 신문 연재 소설 등을 보면 일반 회사원들의 집에 대한 욕망이 이때부터 만들어집니다. 가령 1966년 출간된 이호철 작가의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봐도 서울에 집 한 채, 땅 한 뙈기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들이 나오는데 이런 열망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지금이랑 비슷해요. 청담동 쪽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전원주택의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 서울 시내 아파트 소유를 꿈꾸는 거랑 비슷합니다. 그러니 관련된 사기도 많았고요. 그때 나온 소설들에는 ‘서울 내기’ ‘서울 사람’ 같은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본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어떻게 정치와 연결되는가?
서식, 식생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지리학은 베트남전쟁 이후 문화와 권력을 중요한 변수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이 땅을 통해 어떤 효과들을 만들어내는지 주의 깊게 보는 학문이 바로 정치지리학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국가의 부, 세계의 부가 빠르게 움직이고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도시 권력이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시 안에서 의사결정 방법, 권력의 미세한 결을 읽어내는 정치지리학의 중요성도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정치지리학의 관점을 도입해 서울을 분석하는 최초의 책입니다. 정치지리학은 도시, 공간, 주거의 문제를 통치성이라는 틀을 통해 더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치를 미시적이고 일상적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권력의 작동 원리와 금력의 동원 기제, 여기에 말단 행정력의 집행방식까지 총망라하는 탐구법을 따라가기가벅찼다. 내 머리의 단순성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지리학의 ‘잡스러움’을 탓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정치지리학의 탐구법은 ‘잡스러움’이 아니라 ‘종합’ 그 자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상호작용하기에 종합적으로 봐야 하고, 인과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제 모습을 감추기에 여러 경로로 탐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지리학은 그런 학문이었다.-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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