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엘레지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늙은 책 수집가의 손목과 관자놀이에서
맥이 뛰는 게 보일 지경이었다.
그는 책을 또렷이 보려고 눈 가까이 가져가더니
더욱 장중한 목소리로 읽었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훌륭한 책이군요."
코르소가 담배를 빨아들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 정도가 아니오. 종이를 만져보시오."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뒤마 클럽』(1993)
반비의 9월 신간, 『페이퍼 엘레지』가 곧 출간됩니다.
종이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종이노트에 필기를 하며, 종이로 된 영화 포스터를 보고, 편의점에서 종이 지폐를 내서 계산을 합니다. 우리가 지내온 종이의 시대, 그리고 종이책이 사라짐으로서 종이의 시대는 조만간 막이 내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종이의 시대는 무엇인가요? 정말 머지 않은 미래에 종이는 우리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요?
우리가 책을 집어 들거나 종이 한 장을 잡을 때, 손 안에 든 것은 자연 제품도 아니고, 정신의 소산도 아니다. 2000년 동안 끝없이 두들기고 담그고 말린 결과물이다. 인간의 노동과 창의력의 증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기적이다.
─본문(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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