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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도서관 기행 (完)

한국 도서관 기행 (2) ~ 광진구 정보화도서관 ③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한국 도서관 기행 (1) 이진아 도서관편 이후 두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광진구 정보화도서관 ①편 / 광진구 정보화도서관 ②

한국 도서관 기행 (2) ~ 광진구 정보화도서관 ③

by 강예린 & 이치훈
 
도서관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 도서관 친구들

 

가장 오래된 건축 유형이면서 시대마다 그 쓰임과 역할이 변해온도서관이라는 공간은 건축가인 나에게 꿈이자 숙제이자 연구대상이다. 하지만 현대의 도서관은 그 변화된 기능만큼 다양한 고민을 요구한다.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형식 외에 그 안에서 사람이 교류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생각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만남을 지원하는 유연한 형태의 플랫폼을 떠올린다. 책 읽기의 내밀하고 정신적인 체험이 독서 토론이나 재능기부와 같은 공동체적인 경험으로 확대되는 장소. 지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런 도서관의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오지은 관장님 말씀. “나는 사서가 되고 싶은 사람은 사람에 신경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저 책이 좋은 사람이라면 사서를 포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오늘날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을 교류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룹 독서와 토론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오래된 책을 기증하는 행사를 통해 결국은 사람들이 교류하게 되는 거죠.”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인지, 광진정보화도서관에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특별하게 만남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여 ‘도서관 친구들’. 이들은 도서관의 사회적인 역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친한 친구에게 간섭하듯, 편안하게 도서관의 운영에 관여한다. ‘친구’란 말처럼 두리뭉실하게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말도 없지 않은가. 원래 ‘도서관에 힘이 되는 사람들’로 활동하던 지역주민들이 오지은 관장님의 권유에 따라 ‘도서관 친구들’의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얼핏 도서관에 자원봉사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아닐까 하지만, 도서관 친구들은 구체적으로 도서관 재정과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에 홍보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독서토론을 통해 책을 같이 읽어나가는 문화를 만들고, 책에 관한 행사를 주관하면서 도서관을 통해 교류하는 주민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한달 한책읽기, 독서토론, 저자를 초대해서 특강듣기 등 독서문화활동을 향유한다. 바로 도서관에서 만남을 갖는 장본인들이다. 뒤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매주 월요일 광진도서관에서 열리는 도서관 친구들 정례회의에는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 수다떨 듯 도서관에 어떤 도움을 줄까를 고민한다. 

도서관친구들의 정례회의는 책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이 다시 도서관을 지원하며 운영에까지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참여는 당연히 독서활동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사람-책-도서관'이라는 단단한 문화고리가 만들어진다. 

 

도서관 도시로 나서다.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

여기에 한 술 더 떠 광진도서관은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도서관 밖으로 나서기까지 한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 지역 아동센터, 광진학교, 몽골학교, 다문화가정 지원 등 도서관의 이름으로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하고 실천한다. 이런 정도라면 도서관은 가히 평생 교육기관이며 복지기관이라 할 수 있겠다. 도서관이 도서관 밖에서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해서 일하는 방식은 마치 도서관에서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리는 느낌일 듯하다. 실제로 이런 활동들은 다문화가정이나 노인 등 독서가 힘든 조건의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새삼 환기되는 사실이지만,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빌려주는 장소이다.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게 되기 이전에 도서관에서는 사서들이 독자가 원하는 책과 정보를 찾아가는 경로를 안내하고 조언했다. 도서관에서 독자가 사서와 만나는 일은, 좋은 책을 만나는 길의 시작이었다. 그런 면에서 광진도서관은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서의 역할을 넘어서 지역사회의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새로운 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가꾸어가는 모습은 도시의 모든 환경들이 소비를 위해 재편되고 공공성을 띤 공간들이 축소되어 가는 변화 속에서 일종의치유과정처럼 보인다. 사람들 사이의 끊어진 고리를 잇고 더불어 사는 의미를 회복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생활의 울타리가 너무 넓어져서 공동체라곤 직장밖에 모르는 도시민의 삶 속에서, 지역 도서관은 공동체를 다시 일상의 삶이 속한 근린으로 귀속시킨다.

그래서 한번 도서관 방문에서 떠올린 책은 존 버거, 장 모르의 <행운아>였다. 의사로서 누리기 어려운 공동체적인 삶을 살았던 영국의 시골의사 사샬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너무 엉뚱한가? 한번 직접 읽어보시라!


광진구 정보화도서관 ④편은 이번 편에서 언급된 '도서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도서관 기행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관 산책자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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