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서관 기행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①편 / ②편에 이어...
작은 도서관은 큰 도서관을 짓기 어려울 때 선택하는 전략이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곳에 둥지를 틀곤 한다. 이 ‘끼어든 공간’은 기존 공간의 습성을 잘 변용해서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식 도서관이야 충분히 예산을 들이고 준비해서 만들지만, 그 모든 혜택을 기다릴 수 없는 작은 도서관에게는 공간적인 변형이 필수이다.
달리 도서관에 주어진 공간적 조건은 ‘중학생을 위한 보습학원’이었다. 건물주 부부는 달리 도서관과 뜻에 동참하여, 근린상가의 2층 보습학원으로 사용되던 곳을 도서관에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었다.
여러 사람의 서재가 조립되어서 도서관의 장서체계를 이뤄낸 방식은, 이 도서관의 물리적인 틀이 만들어진 방식과도 같다. 도서관은 서서히 완성되었다.
보습학원이라는 공간은 교습을 받을 수 있는 칸을 최대한 나누는 것이 특징이다. 열람실 위주의 큰 공간을 만들려면 공사가 커졌을 것이니 애초의 공간 기획에서 큰 공간은 제외되었다. 대신 쪼개진 공간을 최대한으로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그 공간에 맞는 단위들로 채워갔다.
정문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쪽에 도서관을 두고, 제일 안쪽은 게스트 룸을 두어서 공적인 영역에서 사적인 영역으로 점차적으로 바뀌도록 배치했다.
휴식 공간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열람실은 이곳과 거실 사이에 있던 창문을 제거해서 시각적으로 열려있도록 만들었다. 이 열람실은 도서관에서 가장 자랑하는 공간인데, 모기장만 놔두고 열어둔 창문으로 담쟁이가 기어 올라와서, 완벽한 벽지를 이루고 있다.
자연이 선사한 밝은 공간으로 인해, 아이들이 이 공간에 와서 책을 읽기를 좋아한단다. 그래서 이 곳에는 아이들 용 그림책이나 청소년 도서들을 주로 배치했다. 공간을 조직하는 세련된 언어는 없지만, 조건에 응대한 공간이 이뤄낸 균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서투른 손길이지만, 슬슬 쌓아 올린 공간이 아니라 단단하게 다진 공간이다.
④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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