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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도서관 기행 (完)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①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1) 이진아 도서관 /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편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입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편은 여섯 편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이 10월을 건너 뛰고 돌아왔습니다. :-) 연재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이 그래도 조금은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 3편의 제주도에 이어 이번엔 부산! 전국의 도서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by 강예린 & 이치훈

노인 도서관

 

움베르트 에코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그 마을의 노인이 죽었을 때, “도서관에 불이 났다.”라고 표현한다. 일리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마을의 순간과 상황을 저마다 기억하니까, 노인의 삶은 마을사의 제법 긴 구간을 기록하고 있는 살아있는 아카이브다.

지혜의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서 노인을 도서관에 비유한 것이지만, 도서관을 의인화해서 상상했을 때, 나이 많은 노인이 그려지지 젊은이나 어린이가 떠오르진 않는다. 적어도 내게 도서관은 늙고 (그래서) 지혜로운 장소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도서관의 본분이 아카이브라는 점이 떠오른다. 아카이브는 시간을 상대하니까, 도서관은 늙어야만 원숙해 진다는 결론에 이른다. 책을 담는 도서관은 시간에 대응하는 물리적인 용기이다. 도서관은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을 보완해서 근원을 기록한다. 인간의 기억이 끊기는 순간에 도서관이 시작된다. 그래서 아카이브(arhive)의 어원은 근원을 기록하다(archivium)이다.

실제로 ‘기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서들은 과거가 지금의 근원임을 깨닫고, 과거에 기록된 것들 혹은 기록할 수 있는 것들을 모으려 애썼다.1) 한 사람이 과거의 기록(책)을 읽는 것은 동시에 새로운 책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다. 새로운 시간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기억과 역사의 중간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반복된 도서관 파괴는 기억을 지우려던 움직임이다. 선사 시대 진시황의 붕서, 20세기 초 나치의 루뱅 도서관 파괴, 19세기 초 영국군의 미국의회도서관 방화, 20세기 티벳을 침공한 중국의 티벳 도서관 파괴는 모두 기억을 지우고 대체하려 했던 폭력이었다.

한반도의 ‘도서관’ 역시 역사와 민족 정체성을 둘러싼 싸움터였다. 대한제국 말기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지어진 ‘1906년 평양의 ‘대동서관’, 서울의 ‘한국도서관’은 민족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계몽을 통해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운동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대한제국의 국권을 침탈하면서 일본은 이곳으로부터 장서도 몰수해갔다. 책이 있는 한, 조선과 대한제국에 대한 정체성이 환기되기 때문이다.

이 땅에 도서관이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3.1 운동 이후 일본의 문화통치가 진행되고 나서였다. 교육과 문화활동이 허용되면서 도서관이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이때의 도서관은 한반도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게 되고 난 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옳다. 경성도서관, 부산 부립 도서관 등이 서울의 명동, 부산의 용두산과 같은 일본인 거류지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이 물러나고 난 후 이들 도서관은 계속 자라고 늙어왔고 부산광역시립도서관은 1세기를 막 넘겼다. 유럽의 도서관보다는 짧은 역사이지만, 한 세기 쯤 지난 도서관은 제법 나이를 먹은 셈이다. 부산광역시립도서관의 나이든 얼굴을 통해 도서관은 어떻게 나이를 먹는지를 보고 싶었다. 



1)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36p




이번 편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편의 인트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기대해 주세요. :-) 

②편 : 도서관 입지의 지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