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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저자와 함께!

"문화로 먹고살기 출간 기념 좌담회 - 영화 분야" 후기


<문화로 먹고살기> 출간 기념 좌담회 ~ 영화 분야
 
에 이어 영화 분야 좌담회 후기입니다. 
 

방송, 출판, 영화, 3회에 걸친 <문화로 먹고살기> 출간 기념 좌담회의 마지막 날. 2011년 10월 11일(화) 저녁 7시 30분부터 정독도서관에서 저자 우석훈 선생님과 초대 손님으로 변영주 감독님과 이해영 감독님을 모시고 영화 분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나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워주셨네요. 

 





이전 좌담회와 마찬가지로 우선 우석훈 선생님이 <문화로 먹고살기>를 통해 문화 경제학을 다루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 주제인 영화 분야에 관해 간단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문화 산업의 하락세는 (명목 소득이 아닌) 실질적으로는 가계가 가난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실제로 2002년부터 순저축률 수치가 줄었다. 저축 수치가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계의 저축 대신 기업의 저축이 늘어서이다."


"<문화로 먹고살기>에서 다루는 분야들이 사실 2002년, 2003년부터 실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반면, 영화계는 2007년까지 버텼다."

"작년에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늘었다고 하지만, 사실 제작비 20~30억 규모의 영화가 줄고 2억 정도의 소규모 영화가 늘어난 것이다."

"홈씨어터 구입한 가구는 1백만 가구나 되는데, 영화 DVD는 그렇게 안 팔린다. 초판 1천장을 팔기가 어렵다."



우석훈 선생님에 이어 변영주 감독님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발표 내용과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같이 소개해 봅니다. 

"(한국 영화 산업이 망해가고 있다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성인 1인당 극장 관람 편수는 다른 나라보다 높다. 문제는 부가판권이다. 한국은 극장수입 외에 부가판권 시장이 없다. 부가판권이 없는 이런 산업 구조 때문에 극장의 권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 현재 구조에서는 한국 영화가 흥행했을 때, 대부분의 수익은 창작 주체들 - 스텝들이 아닌 대기업의 극장 체인 확충에 돌아갈 것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에 나섰던 배우들 보고 언론들은 비싼 외제차 몰고 고액을 받는 배우들이 자기 밥그릇 때문에 그런다는 식의 비난을 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스타 배우의 권력이 오히려 더 커진다. (스크린쿼터로)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  힘들어지는 것은 스텝들이다. 배우들이 그렇게 나섰던 것은 자신들이 아닌 스텝들을 위한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 '비싼 외제차 모는' 이런 계급의 사람(배우)들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데 나서겠는가?"

"아트필름 전용관 만들어 달라고 하는 말은 '독립영화, 아트필름 봐 주세요.'로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 독립 영화가 잘 살아 남아 있는 것은 지역 시민운동하는 곳에서 그런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이다." 

"영화 쪽에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직접 제작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영화학과에서 1천만원, 2천만원씩 들여서 졸업 작품 찍는데, 빚지는 첫걸음이다. 가정 형편과 관계 없이 찍을 수 있게 일정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낭만적으로 현장에 와서는 안 된다. 영화는 고강도의 노동이 필요한 곳이다. 공동 작업(노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어떤 사람은 하루종일 전선을 깔고 발전기 돌린다. 길거리 가로막고 경광봉을 돌리며 하루 종일 시민들의 욕을 먹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해영 감독님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해영 감독님은 자신의 실제 작품을 가지고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금액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니까 아주 실감나더군요...^^; (블로그에는 금액 얘기는 노출하지 않겠습니다.)

"99년 막 작가 시절을 시작했을 땐 한국 영화계의 상황이 그 이전보단 시스템적으로 많이 나아졌을 때였다. 요즘이라고 더 나아진 것 같진 않지만, 그 전까지의 비합리적인 문제들은 많이 바뀐 상태였다. 99년부터 내가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로 감독 입봉했을 때까지가 한국 영화 산업의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을 보이던 때였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사실 소재로 보나 시나리오로 보나 상업적 영화가 아니었는데, 2006년에는 한국 영화가 호황이었던 덕분에, 상업적으로 아주 흥행할 것 같은 작품과 함께 '패키지'로 제작될 수 있었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비로 할 수 있었다. 만약 <천하장사 마돈나>를 지금 찍는다고 하면 당시보다 1/2 ~ 1/4 정도 수준에서 제작해야 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대부분 한국 영화의 평균제작비가 낮아지고 있다."

"<페스티발>같은 경우, **의 제작비로 영화를 찍어야 했는데, 줄어든 제작비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기간'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배우와 스텝들에게 정확한 일의 범위와 기간을 제시하고 그것을 엄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작 현장에는 소수의 스텝들만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40시간 연속 촬영이라는 무리한 스케줄도 진행해야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선 작품 퀄리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극장 가서 보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CJ, 쇼박스, 롯데의 영화일 것이다. <페스티발>은 시너지에서 배급을 했는데, 전국 200개 개봉관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개 관으로는 어떻게 해도 첫 주에 예매율이 5위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발표를 들으며, 요즘 제작비 100억이 넘는 한국 영화들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허리 역할을 할 규모의 영화들의 제작비가 무척 낮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변영주 감독님과 이해영 감독이 두 분이 워낙 친하시다 보니 두 분 발표 때 재미있는 리액션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이해영 감독님이 제작비 축소에 관해 얘기하시면서 감독 개런티 부분을 말씀하실 때였네요. :-)

한국 영화계의 현실과 어떤 제도적 보완들이 필요할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강연 내용을 두서없이 잘라 내어서 소개했습니다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컷 더! 좌담회가 끝나고 사인회...^^ 우석훈 선생님의 사인 외에 오늘 같이 해 주셨던 두 감독님 사인도 열심히 받아가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