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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자연과 도서관'입니다. '자연과 도서관'편은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②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③
관악산 숲 도서관
산만큼 대한민국 서울의 일상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은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다. 어떤 대도시 보다 대중교통이 중심과 주변 산을 잘 엮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 안에 산으로 오르는 도시, 서울이다.
산의 도시 서울에서 산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곳이 관악구이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1,5334ha의 산림면적을 가진 관악구는 산림의 비율로 보자면 세 번째이다. 더욱이 자치구의 이름이 산의 이름을 쫓고 있기에, 관악산은 관악구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관악구의 주요 문화 시설은 관악산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1)
관악산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악'산이란 마른 내를 건너 살짝 들어간 안쪽에 오두막이 있다. 이곳이 ‘관악산 숲 도서관’이다. 앞의 작은 테라스와 차양이 있어 자연을 즐길 차비가 된 공간이다. 날 좋으면 이 앞에서 책 읽으면 좋겠다. 얼마 후 등산객 한 분이 산을 내려온 후 땀을 식히며 책을 읽는 모습이 보인다.
이 도서관은 4월에 개장해서 10월에 문을 닫는다는데, 내가 간 날이 마침 문 닫기 전날이다. 보다 잰 걸음으로 왔어야 했는데 아쉬운 자책만 한다. 그래도 하루라도 늦었으면 낭패였을 터. 앉아서 책 한 권을 뽑았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다.
얼마 전 '거의 모든 것의 사생활'을 읽고 빌 브라이슨의 재기에 반했다. 저자는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다며, 어느 날 애팔래치아를 횡단하겠다고 결심한다. 영국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미국에 살게 되면서 미국을 국토를 둘러본다는 취지로 저자가 섣부르게 저지른 애팔래치아 횡단계획. 산 숲을 대해본 적이 없는 저자가 겪게 되는 여러 파란만장이 그 줄거리다.
나 역시 등산에는 백치라서 산을 어디부터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장만해 두었던 등산화도 (건축)현장화로 신다 다 망가졌다. 이 참에 사야 하나 갈등이다. 빌 브라이슨이나 나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을 위해서 이 도서관에서는 관악산 숲 탐방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등산이 '자기 몸과 마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숲 탐방은 그 대상이 자신을 벗어난 숲과 그 생태계이다.
숲의 탐방은 숲을 들여다보고 그 문화를 느끼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등산은 자기 몸을 중심으로 자연을 향유하는 것이며, 숲 탐방은 숲을 그 중심에 두고 자기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사람들은 등산 대신 숲을 탐방을 하면서 자연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내 몸이 아닌 생태계의 건강을 체크한다. 나무를 둘러싸고 고사시키는 덩굴식물과 같은 피압 식물을 제거하기도 하고 다친 동식물을 기록하고 수의사에게 전달한.
아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숲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듣고 산 숲에 들어가 두 눈으로 확인을 한다. 나무와 동물의 삶도 배우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와 숲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계를 가르침 받는다. 숲에서 거둬드린 물건의 효용도 만들어간다. 각종 떨어진 피복과 솔방울류로 공작을 하는 것은 물론, 폐지로 새로 종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꽃잎으로 염색을 들이는 것도 해본다.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숲 가꾸기를 펼치는 장소로 기획이 된 것이지요." 박찬경 자원봉사자의 말이 핵심에 닿아있다. 도서관 보다는 관악산 숲이 더 우선이다.
부모 등쌀에 떠밀려 산까지는 왔으나 등산 앞에 볼 멘 친구들이 와서 책을 읽기도 하고, 숲 체험 프로그램 때문에 일부러 온 친구들까지 주로 엄마 손잡고 온 어린 친구들이 단골 이용자이다. 가끔 어른들이 등산 마치고 내려오면서 들러서 조금 읽다가 가시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은 드물어서 아쉽다.
그래서 2,300권이 되는 책에는 어린이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환경부에서 추천하는 도서라든지 환경관련 단체에서 추천하는 책이 많이 보인다. 식물도감이나 동물도감도 많이 보인다. 등산하고 내려올 때 막걸리 한잔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본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자연이나 환경 관련한 책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서, 자체적인 관악산의 숲 도감에 대한 야망도 가지고 계신다.
"거의 몇 년 동안 관악산의 동식물을 기록하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있어요. 사진을 찍은 장소가 어디인지 서식지와 시간을 빼곡하게 기록을 해주시는데, 이것만큼 관악산을 자세히 기록한 분은 없을 겁니다"
‘관악산의 바로 그곳에 가면 이런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큼 장소에 기반한 완벽한 도감이 있을 수 있을까? 관악산 숲 도서관이 휴식 공간을 넘어서 관악산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공간이길 희망하고 있다.
④편에 이어집니다.
1) 관악산 입구 뒤편에 병풍처럼 서있는 것이 관악구 문화관·도서관이고, 여기서 한 발 나와 등산로 입구에는 예전에 매표소 노릇을 했던 건물이 ‘관악산 시 도서관’으로 바뀌어 있다. 관악산의 다른 편 낙성대공원에는 역사와 여행을 테마로 한 컨테이너 도서관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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