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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도서관 기행 (完)

한국 도서관 기행 (5) ~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

(0)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1) 이진아 도서관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국립 디지털도서관'입니다. 국립 디지털도서관 편은 4회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

by 강예린 & 이치훈 

깊은 미로에서 길 잃기

태어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도서관은 대학시절 학교의 중앙 도서관이었다. 양장본의 두꺼운 고서들이 줄지어 꽃힌 거대한 책장을 연상시키는 외관이었다. 그 속에는 층마다 오래된 책 냄새를 가득 머금은 깊은 미로와도 같은 서고들이 있었다. 개가식 열람실의 입구에서 검색을 마치고 쪽지에 적은 책제목과 분류번호를 들고 그 미로에서 길을 잃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쪽지에 적힌 번호를 찾아가기만 하면 될 것을, 나는 늘 목적지에 가던 와중에 마구리를 내밀고 나를 좀 꺼내달라 외치는 다른 책들에 한눈이 팔리고 말았다. 겨우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정작 대출해야할 책을 먼저 찾기보다 책장 전체를 쭉 훑어보고는 이것저것 뽑아 옆구리에 끼고 그 자리에 앉곤 했다. 한참을 복도에 앉아 이책 저책 뒤지다가 다음 수업시간이 다가오면 대출한도 만큼의 책을 추려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빌려나온 책은 원래 찾으려고 했던 열권의 책 중 한두 권과, 그 주변 길목에 있었던 다른 책 여덟 권이 되어버리고 만다.

산만하기 그지없는 관심사와 책욕심 때문에 항상 서고의 미로에서 효율적인 책찾기를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유사한 주제로 서고에 꽃힌 책들을 이리저리 꺼내보고 들춰보는 노동을 통해서 깊고 넓은 책의 세상을 감지하게 되었던 것도 같다.

책을 읽는 재미는 그렇게 서고에서 길을 잃는 재미와 같다. 이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주석에 끌려서 다른 책으로 손을 옮기고, 그 책이 열어주는 또 다른 길로 들어가 보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나는 수십, 수백년의 시간차를 두고 얘기를 걸어오는 다른 저자들과 동시에 만나고 있다. 그렇게 도서관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나의 도서목록은 확실히 넓게, 길게 확장된다. 에코의 말처럼 “도서관의 이상적인 역할은 센 강변의 헌책방 진열대, 즉 우연히 기막힌 보물을 찾아내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서고 없는 도서관?

2004년부터 구글은 미국의 연구 도서관과 파트너쉽을 맺고 도서관이 소장한 책을 스캔하기 시작하였다. 2005년에 저작권 문제로 약간 지연되기는 했지만 이미 1500만권가량의 책을 스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대인 중앙도서관의 장서량이 800만권정도이니 두 배나 많은 양이다. 구글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중앙 도서관의 깊고 넓은 서고에서 길을 잃거나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 같다. 책을 신청하고 대출계 앞에 앉아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검색과 동시에 책의 본문을 PC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서고 없는 도서관이 가능해질 것 같다.

게다가 구글의 스캔 방식은 광학 문자인식 OCR(Optical Character Reader)기술로 지면의 활자를 그림이 아닌 텍스트 정보로 저장하기 때문에 스캔한 책의 본문을 검색할 수 있다. 어떤 책에 어떤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 그 키워드와 연관된 다른 책은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가 수천년 동안 지면과 서고의 공간에 켜켜이 쌓아온 지식이 구글 빌딩 어딘가에 위치한 조그만 방안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 아마 책은 단순히 비물질화된 것이 아닐 것이다. 구글의 서버에서 계열화 되고 재구성되어 새로운 지식으로 탄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구글 디지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전세계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아마 우리는 세상의 모든 책을 서고에서 헤멜필요 없이 우리집 거실의 키보드 자판을 두드려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서고 없는 도서관이 가능할까? 또 도서관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PC로 모든 책을 다운 받아 볼 수 있을까? IT 강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도 1982년부터 자체 소장자료에 대한 전산화 작업을 시작하였고 2008년에 이르러 국립디지털도서관을 개관하였다. 디지털 도서관에는 정말 서고가 없긴 하다. 중앙도서관보다 천여 평이나 더 넓은 공간이(연면적 38,014m2(11,499, 지상3층 지하 5) 각종 디지털 미디어를 열람할 수 있는 PC와 모니터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국립 디지털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는 전자도서는 20만여권 정도이다. 여전히 800만권의 종이책이 디지털 도서관과 연결된 국립 중앙도서관의 서고에 소장되어 있고 그 책을 읽기 위해서는 직접 서고를 뒤지거나 열람신청을 하고 기다려야 한다


지식은 여전히 공간에 축적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도서관은 구글처럼 이미 출판된 종이책을 스캔하여 제공하지는 않는다. 일부 국립 중앙도서관의 도서를 디지털화하여 구축한 원문 DB 2009년 도서관법 개정 시행을 통해 수집한 전자책, 전자 잡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매체가 오래된 매체를 완전히 대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 프로젝트로 인해서 모든 책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 받아볼 수 있다는 꿈은 좀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만, 책을 스캔하는 데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저작권문제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참고로 미국의 연구 도서관에는 약 5 4300만권의 책이 있는데, 구글이 하버드 도서관으로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대형 도서관 다섯 곳으로부터 디지털화하려고 했던 도서 수는 약 1500만권. 이는 미국 연구 도서관 소장 도서의 약 2.7% 수준이다. 매체와 관련된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식은 공간에 축적되고 우리에겐 책을 모아둘 도서관이 필요하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도서관 기행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관 산책자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인터넷 서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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