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요즘에 단어의 뜻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멜론에서 노래 검색을 하다 우연히 휘성의 ‘불치병’이란 노래를 보고, 사랑 노래에 이런 제목 괜찮은 거야? 하는 고민을 3초간 했더랬다. 진짜 불치병인 사람이 이 노래 제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실제 불치병의 고통을 감안한다면, 불치병을 비유적인 의미로 ‘함부로’ 써도 될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 요즘 너무 감성에 물을 안 줬나 반성하고 있는 차에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며칠 전, 어느 ‘수인’이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왔다. 정확히는 출판사가 아니라, 「도서관 산책자」의 저자들에게 온 편지를 출판사에 대신 보낸 것이다.
‘저는 수인(囚人)입니다.’로 시작되는 그 편지는 정말 단어의 뜻 그대로 옥에 갇힌 수인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단어의 ‘액면가’ 그대로의 수인. 단어의 본래 뜻이 갖는 그 묵직함.
아날로그 편지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감옥에 온 덕분에 오랜만에 아날로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그는, 사회로 돌아가면 도서관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도서관 산책자」에 소개된 도서관 중에 정독도서관처럼, 푸르던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산책’에 대한 갈망이 그를 편지까지 쓰도록 이끈 것 같았다. 그러니까 책 제목에 산책이란 글자를 넣으면서, 나는 얼마간 비유적인 의미를 그 안에 담은 것이지만, 그는 오직 비유 안에서만 가능한 산책을 무척이나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옆 동네에 사는 저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편지 소식을 전했더니, 기꺼이 한달음에 출판사까지 달려왔다. 첫 책에 대한 깊은 감상이 담긴 편지를 건네받은 저자가 수줍게 말했다. “저자가 되고 나니, 정말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네요.” ‘저자의 삶’이란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럼 편집자의 삶은?
2012.12.12. 에디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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