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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저자와 함께!

『펭귄과 리바이어던』, 요차이 벤클러 인터뷰 (1/3)


<하우저 홀>, 벤클러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하버드 로스쿨 중 하나


지난 10월 19일(토) 중앙일보에 게재됐던 요차이 벤클러의 인터뷰는 지면의 제약으로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만, 반비 블로그에서는 인터뷰 전문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인터뷰이 : 이효석

이효석 박사는 KAIST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를 받았다. ETRI 에서 근무했으며 2008년부터 하버드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고 있다.

2권의 공저 『엑소더스 코리아(2006)』, 『하버드는 공부벌레 원하지 않는다』(2011) 가 있으며 외신번역 사이트 www.newspeppermint.com 을 운영하고 있다.



1.

질문: 당신의 새 책, 「펭귄과 리바이어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책에서 ‘펭귄’은 협력 시스템의 대표적인 기업인 레드햇(Red Hat)의 상징으로 협력적인 인간을 의미하고 리바이어던은 토마스 홉스의 책으로, 통제하는 정부를 의미하며 이기적인 인간을 상징한다. 한편 1장에서 중세 이후의 역사를 이기적인 인간에 바탕을 둔 두 개념인 ‘리바이어던’과 ‘보이지 않는 손’의 순환으로 설명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러한 설명이 학계에서 일반적인 것인가?


벤클러: 이 설명이 순수한 나의 아이디어는 아니다. 1장에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나는 이 설명, 곧 정부에 의한 통제와 시장에 의한 통제의 순환이 17세기 이후의 근대사회를 잘 묘사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모두 이기심이 인간의 기본적인 동기라는 가정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이타심과 협력과 같은 사회적 동기 역시 인간을 움직여왔고, 우리는 이것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질문: 이기적 인간형을 나타내는 두 단어인 ‘보이지 않는 손’과 ‘리바이어던’ 중 제목에 ‘리바이어던’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벤클러: 리바이어던은 토마스 홉스의 책으로, 서양의 정치 이론서 중 가장 중요한 책 중의 하나이다. 그는 정부의 등장을 일종의 사회적 계약으로 설명했다. 그는 구조화된 사회가 없다면, 이 세상은 자연 그대로의 야만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언급한, 정부가 시민들의 계약이라는 개념은, 신이 왕에게 권력을 주었다는 생각을 뛰어넘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이었다. 그를 뒤따르는 후 세대의 학자들은 그가 제시한 배경하에서, 예를 들어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자유를 정부에 양보할 것인가 등의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 내가 제목에 리바이어던을 넣은 것은, 이 책이 서구의 정치사상에 가장 중요한 책이기 때문이고, 또 이 생각의 배경이 된, 중앙의 통제가 없을 때 사회는 혼란스럽게 된다는 믿음이, 정확히 펭귄으로 대변되는, 중앙의 통제 없이도 인간의 사회적 동기에 의해 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나의 주장에 대응되기 때문이다.


질문: 펭귄으로 대변되는 협력적인 인간이 왜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했다고 보는가? 전통적 협력 시스템과 21세기의 협력 시스템의 차이는 무엇인가?


벤클러: 왜 21세기에 협력의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는가가 바로 나의 전작인 「The Wealth of Networks」의 주제이다. 산업혁명 이후 부는 자본과 노동 그리고 시장과 정부에 속한 산업들 사이에서 생산되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은 과거에 우리가 늘 해왔지만, 생산과 부의 핵심이라 여기지 않던 부수적인 활동인 친구와의 대화, 사진 교환과 같은 행동들을 경제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만들었다.


나의 전작은, 어떻게 물질적 조건의 변화가 우리 사회를 경쟁 시스템에서 협력 시스템으로 바꾸었는가를 말했다. 이번 책은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조직이론 등의 측면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상태에서도 협력 시스템을 원하며, 또 만들 수 있는지를 말했다. 물론 우리가 언제나, 그리고 모든 사람이 협력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존의 이론들이 사용했던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가정과는 전혀 다르게,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협력적이다.


질문: 어쩌면 오늘날, 진보는 커다란 정부를 원하고 보수는 정부의 간섭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리바이어던’은 진보와, ‘보이지 않는 손’은 보수와 관련을 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된다.


벤클러: 나는 이들 ‘리바이어던’, ‘보이지 않는 손’, ‘펭귄’과 같은 개념이 정치적 진보/보수와 연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진보는 복지와 같은 측면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원하지만, 개인의 권리와 같은 측면에서는 중앙의 통제에 반대한다. 보수 역시, 시장에서는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지만, 더 강한 공권력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리바이어던을 원하기도 한다.


질문: 당신의 책에서 이기적(selfish)과 이타적(altruistic)은 핵심적인 개념이지만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당신도 이 개념이 진화생물학에서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책 중에 언급했다. 당신은 이 두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벤클러: 먼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기적이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곧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형이다.

이타적이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나는 이런 의미의 이타적이라는 개념이 이기적이라는 개념의 반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타적’은 ‘이기적’에 반대되는 수많은 행동들 중 일부일 뿐이다. 이타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우리는 도덕적 의무에 의해서도 같은 일을 한다. 그런 경우를 이타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우리는 은혜를 갚기 위해 상대방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선의를 베푼다.

나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이기적 인간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실제 사회에서는 하고 있으며, 그 이유를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설명했다. 이타적이라는 개념은 그런 행동 중 일부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다음 편 - 『펭귄과 리바이어던』, 요차이 벤클러 인터뷰 (2/3) 보기(클릭)





펭귄과 리바이어던

  : 협력은 어떻게 이기심을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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