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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서동욱의 프랑스 철학 강연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03. 이성에 대한 비판으로서 철학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연재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BK21+ 사업팀과 반비가 함께하는 [2015 서강 철학 아카데미] 서동욱 교수의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 강연에서 녹취한 내용을 텍스트로 옮긴 글입니다. 연재 내용은 제1강 <현대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세분화하여 구성하였으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반비 블로그에 연재됩니다.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03. 이성에 대한 비판으로서 철학




  승리를 구가하던 인간 이성에 대한 비판이 출현했습니다. 현대성과 관련해 철학을 공부하자고 했을 때는 이 근대성의 핵심인 인간 이성에 대한 비판을 누구보다도 근본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프랑스 철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철학 이전에 이것과 관련해 중요한 성과가 있었는데요. 바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철학입니다.


  푸코와 하버마스 사이의 논쟁적 구도 때문에 다소 이들은 프랑스 철학자들과 거리가 먼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회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1923년에 설립된 연구소가 그 산실이 되었습니다. 호르크하이머가 1931년에 소장으로 취임하며 오늘날과 같은 색깔이 갖춰졌습니다.



Max Horkheimer ⓒ wikipedia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미국에 망명하던 1947년에 펴낸 책이 계몽의 변증법입니다.



도구적 차원의 유용성의 관점에서 사물을 규정하는 것이 계몽주의의 이성이다.


─ 계몽의 변증법(1947)



  합리적 이성이란 기계기술문명의 꽃입니다. 계산 가능한 것, 유용한 것으로 자연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몽의 변증법은 이 점, 세계에 대한 효율성과 통제가능성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이 이성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도구로서 다루는 이성을 말합니다. 여러분의 본성이라는 자연 역시 효율성과 통제가능성의 대상이 됩니다. 그것은 내 밖에 있는 들판, 가축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자연, 인간이라는 자연 역시 해당되는 것이지요. 직장에서, 학교에서, 기타 등등 사회 어느 맥락에서건 여러분에게 요구되는 것은 극한으로 끌어올려진 효율성입니다. 여러분들은 늘 통제되는 범위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근대적인 이성이 자연을 그렇게 가두어버렸을 때는 인간들도 갇혀버렸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근대적 이성을 비판하는 <계몽의 변증법>의 핵심적인 목소리입니다.



서동욱 교수 ⓒ banbi



  영화 <모던 타임즈>는 자연이 생산을 위해 제공되는 것처럼 인간도 재료에 불과해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술작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성의 아주 어두운 면을 발견했고 그 현대적인 이성에 대한 비판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이 보여준 비판의 논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합리성이 순수한 도구주의적 사유 방식으로 축소되었다.

'-해서 뭐 해? 밥먹여주냐?' 도구적 합리성 안에 삶의 모든 것이 융해되었다는 것.

2) 문화가 시장화되었다.

3) 경제적 우선성 아래 모든 것이 경제 질서에 종속되었다.



  즉 현대적 이성은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우리 모두가 행복을 잃은 삶을 살게 되었다, 그 원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계몽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성에 대한 반성이 고조되었고 이성을 둘러싼 논쟁들이 출현했습니다. 이전에 우리는 모던을 근대라고 번역해야 할지, 현대라고 번역할지는 철학적 입장에 달려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입장들에 균열이 생기는 지점에 우리는 도달한 것입니다.


  '근대적 이성이란 우리가 보호하고 계발해야 하는 인류의 성과물이다' 아니면 '<계몽의 변증법>처럼 근대적 이성은 수많은 피폐함을 우리 삶에 가져왔으며 이제는 그런 식의 근대적 이성과 결별할 시기가 왔다', '새로운 방식의 사유 양식과 더불어 살아갈 연습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라는 상이한 입장들이 오늘날 우리 시대 철학의 싸움터에서 논쟁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 pixabay



  이 질문에 대해 여전히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어 헤겔이 강조한 이성처럼 이성은 낙관적이며 힘을 가진 것이며 유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한 '현대'라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게 아니라 그런 이상은 비판에 부쳐져야 하며 그런 이성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고안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모던이라는 시대는 '근대'가 되는 것, 우리는 '포스트모던', 근대를 넘어선 시기로서 현대를 살고있는 자들이 되는 것입니다.


  모던을 근대/현대 어느 쪽으로 번역할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할 우리의 태도 문제입니다.




04. 이성을 문제시하는 프랑스 철학

에서 계속…




[참고도서]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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