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서동욱의 프랑스 철학 강연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04. 이성을 문제시하는 프랑스 철학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연재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BK21+ 사업팀과 반비가 함께하는 [2015 서강 철학 아카데미] 서동욱 교수의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 강연에서 녹취한 내용을 텍스트로 옮긴 글입니다. 연재 내용은 제1강 <현대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세분화하여 구성하였으며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반비 블로그에 연재됩니다.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04. 이성을 문제시하는 프랑스 철학




  '현대'와 '프랑스' 사이의 관계는 단지 현대 시기의 프랑스 철학이 아닌, 바로 싸우는 관계입니다. 현대성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이 현대 프랑스 철학의 핵심입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모든 장점들을 알았을 때 나는 그것들을 이전에 읽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좀더 일찍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만약 내가 그 저작들을 읽었더라면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으며, 그토록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며, 많은 작업들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저하면서도 고백할 수밖에 없다.


 미셸 푸코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대한 푸코의 회고입니다. <계몽의 변증법>에서 근대적 이성에 대한 비판을 수행했던 그 목소리가 여전히 프랑스 철학, 가령 푸코 같은 철학자의 목소리 안에 뒤섞이고 있습니다.



Michel Foucault ⓒ wikipedia



Jurgen Habermas ⓒ wikipedia



  푸코와의 논쟁적 구도로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 하버마스 입니다. 푸코를 비롯한 프랑스 철학자들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논쟁적 구도는 사실 하버마스와의 구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근대적 이성은 유지할 만한 것이냐, 비판해야 하는 것이냐에 대한 입장에서 오는 구도이죠. 이 이성이 어떤 방식으로 관철되는지를 규범을 세워야 한다고 본 것이 하버마스였고요.


  '우리가 이성을 버리면 우리는 감정적 무질서 상태로 돌아간다. 그게 바로 나치즘 같은 것이 아니었겠는가. 이성을 버릴 게 아니라 이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규범을 세우는 일이 우리의 절실한 과제다.' 이런 생각 아래 하버마스가 내놓은 표현이 “모더니티, 미완의 프로젝트”로 모더니티란 종료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비판의 대상으로 던져두고 마치 새 별로 이주하듯 이주할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전히 미완의 프로젝트로서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별은 가꿔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Max Horkheimer ⓒ wikipedia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다른 대안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자기극복적 이데올로기 비판에 내재하는 수행적 모순을 불러일으켜, 열어놓으려고 할 뿐 더 이상 이론적으로 극복하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성취한 반성의 수준 위에서 어떤 이론을 세우려는 모든 시도는 토대 없는 곳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론을 포기하고 특별한 부정을 실행하면서, 모든 균열을 봉합하는 이성과 권력의 결합에 대항합니다.


  '수행적 모순'. 그 비판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이성 자신이라는 점. 그것을 망각한 채 비판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성이 자기 기능을 다하고 있는데도 그 기능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수행한다는 점에서 모순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확고한 이론의 정신’으로부터 남겨진 것이라고는 반박정신의 실행뿐이다. 그리고 이 실천은 가차 없는 진보의 부정적 정신을 다시 목표로 전환시키려는 마법과 같은 것이다.


─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



  '이성을 비판하는 것이 부정적 정신인데, 이것은 이성비판 뒤에 무언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 자체가 계속 목표가 되는 데에 그친다. 계속 비판할 뿐 그 뒤에는 공허함만 남는다.' 이러한 내용이 하버마스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에 대해 한 비판입니다. 모더니티를 종결된 것이 아니라 미완의 것으로 보고 다시 계발할 여지가 있다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막스 베버 이래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건 깡길렘과 같은 과학사가들이건 문제가 된 것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유일한 이성의 지위를 부여받은 합리성의 형식을 분리해 냄으로써 그것이 단지 여러 형식 중 가능한 하나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경유한 푸코의 하버마스 비판



  <계몽의 변증법> 저자들은 이성의 효율성과 통제 가능성을 비판했습니다. ‘유일무이한 것, 지배적인 것’으로서 지위를 부여받은 이성이 단지 사유의 여러 형식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 이들의 비판의 성과였습니다.



ⓒ pixabay



  ‘현대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현대와 철학 사이의 관계에 있습니다. 현대철학이란 여전히 모던에 대한 철학, 모던을 계승하는 철학, 모더니티를 사유하는 철학이냐, 아니면 양자 사이에 불화가 생겨 모더니티와 철학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생겼고, 이제 철학은 현대와 결별해야 하는가? 이것이 ‘현대철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서 우리가 위치하게 된 새로운 질문의 지점입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여러분이 답변하고 선택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동욱의 현대 프랑스 철학 강연]

끝.




[참고도서]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 바로가기

 『철학 연습』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