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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에디터김의 워킹데이즈

위대한 탄생 Top5에게 주선하는 책 소개팅 (2) ~ 데이비드 오 편

참 오래 버텼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지나면 최후의 1인이 결정된다.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만큼 버텨낸 이들에게 축하의 뜻을 담아 이쯤에서 책 선물을 해야겠다. 책? 책이라고? 생방이 낼모렌데 책 읽을 정신이 어디 있나? 차라리 ‘샾 버튼 누르고’ 문자를 보내라! 라고 외치고 싶은 그 심정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은 위탄보다 길다. 위탄이 끝나도 멘토는 쭉 필요하다. 이 재주 많은 청춘들이 위탄 이후의 삶에 불현듯 찾아올 공허감을 메우고 새로운 멘토로 삼을 수 있도록 각자에게 적절한 책을 찾아보았다. 물론 반비의 책 소개팅은 언제나 일대일 맞춤 서비스다.


첫 책이 나왔는데, 첫 책보다 어째 블로그 글 올리는데 열심인 반비입니다...^^;

위대한 탄생 Top5에게 주선하는 책 소개팅 (1) 백청강 편에 이어서...


데이비드 오

‘하얀 백지 같다’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들어맞는 남자가 또 있을까? 데이비드 오는 정말 백지 같고 스펀지 같다. 마음속에 아무런 편견도, 선입견도 없어서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있는 그대로, 곡해 없이 받아들일 것만 같다.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해서 뭐든 일단 가르쳐주면 열심히 배우려고 든다. 이 해맑은 청년을 대하면 누구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정치적으로 비유하자면 왼쪽 끝에 있는 사람도, 오른쪽 끝에 있는 사람도 동시에 탐낼 만한 인재인 것이다. 이런 인재, 흔치 않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데이비드 오는 ‘원스에서 튀어나온 듯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면서도 하드트레이닝으로 유명한 방시혁을 멘토로 선택했다. 물론 방시혁도 그를 선택했다. 비주류적인 감성을 갖고 있지만 그래서 더 주류의 마음에 팍팍 꽂힐 것 같은 가수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 하얀 백지도 언제까지나 백지일 수만은 없다. 무엇이든 그 위에 쓰이게 마련이다. 백지 위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 만한 책을 고르는 것, 정말 쉽지 않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보통의 존재>. 방시혁의 주류적(?)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훈련받고는 있지만 팬들은 데이비드 오가 그 ‘원스적’인 감성을 끝내 잃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보통의 존재>는 방시혁의 반대편에서 그 감성을 유지시켜 주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이 보통의 일상에서 마치 핀셋으로 비늘을 들어올리듯 섬세하게 건져올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원스적’인 감성의 한국 버전, 책 버전이라 해도 좋겠다. 칙칙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샛노란 표지가 대변하듯 그 감성은 밝고 환하다. 제 발로 걸어들어간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에 피로를 느낄 즈음, 한번쯤 뒤적거려 이석원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잠시 접어두었던 원스적 감성이 되살아나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다음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석원 다음으로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은 가네시로 가즈키이다. 재일 교포 출신의 작가로 경계에 선 정체성을 작품 안에 녹인 것으로 유명하면서 동시에 뛰어난 개그 감각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오의 재미교포라는 경계적 정체성은 재중 조선족인 백청강과 닮았지만 경계라고 다 같은 경계는 아닐 터이다. 미국과 중국의 차이랄까, 혹은 데이비드의 함박웃음과 백청강의 엷은 미소와의 차이랄까. 데이비드 오에게는 어쩐지 가네시로 가즈키가 더 어울린다. 소설인데도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미친 듯이 웃긴 그의 개그감각을 데이비드 오에게 전해주고 싶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은 다 웃기지만, 그중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GO>를 가장 권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연애 이야기이다.’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내내 연애 이야기를 하는 동안 경계에 선 정체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책이다. 이렇게 소개하면 심각한 소설 책 같지만 제발 믿어달라. 가네시로 가즈키는 정말이지 웃긴 작가다. 그의 소설에 늘 등장하는, 대책 없기로는 지구에서 따라올 자가 없을 것 같은 고삐리 주인공들을 한 번 만나면 그대로 빠져들어 버린다. 만화책을 읽듯 유쾌하게 웃으며 읽는 동안, 데이비드 오는 어느새 재미교포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무심코 긍정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심코’이다. 그것이 가네시로 가즈키의 유머만이 가진 위대한 힘이다.


마지막 책으로는 조금 심각한 책을 권하고 싶다. 뭐든지 쓸 수 있는 데이비드 오의 백지에사회적 책임감, 신념, 전쟁, 역사...와 같은 것들을 한번쯤 쓰고 싶다.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균형 감각은 데이비드 오의 감성을 오히려 더 청아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글이 아직 서툰 점을 고려하여 글자가 별로 없는 사진집을 골랐다. 브레히트의 <전쟁 교본>. 제목은 조금 무시무시하지만 브레히트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아름다운 서정시로 유명하다는 점을 떠올리며 용기를 잃지 말고 책장을 넘겨봐 주기 바란다. 서정적이면서도 명징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과 시들이 가득하다. 사진과 시를 결합한 이 시집만큼 전쟁에 대해서,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 강한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예술가의 섬세한 감수성이 역사적 책임감, 사회의식과 만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브레히트의 소망대로, 데이비드 오가 이 책에 담긴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진실’을 보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데이비드 오의 백지에 이런 거장들의 이야기를 미리미리 채워주고 싶다. 그러면 다른 혼탁한 것들이 함부로 들어와 어지럽히지 않을 테니. 


여러분이라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어요? :-)

다음 편은 이태권 편입니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책들을 추천할 것인지...

* 데이비드 오 사진 출처 : 데이비드 오 미투데이 http://me2day.net/david5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