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책을 추천하는 반비 편집자! 이번엔 과연 어떤 책들을 추천할 것인지?
위대한 탄생 Top5에게 주선하는 책 소개팅 (1) 백청강 편 / (2) 데이비드 오 편 / (3) 이태권 편에 이어서...
셰인 편
저 집안의 족보를 한번 뒤져봐야겠다. 셰인의 조상 중에는 분명 그 옛날, 일찍부터 세계화를 몸소 실천하며 캐나다까지 건너간 어느 동양인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파란 눈의 청년이 어떻게 이렇게 아시아적일 수가 있는가?
셰인은 한국 노래가 참 잘 어울린다. 위탄 초반에 영어 노래를 안 부른 것도 아닌데, 한국 노래를 부르는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아시아적 ‘삘’이 셰인의 노래에 묻어 있다. 심사위원들은 음정 이탈이 거슬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는데, 나는 어색한 한국어 발음이 거슬리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하다. 된소리를 내지 못해 시종일관 부드러운 소리만 내는 그 발음이 셰인의 미성과 묘하게 어우러져 한국어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그 족보가 의심되는 청년이다.
기왕 한국에서 조상의 피(?)를 발견한 김에 셰인에게 동양의 감성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청화백자나 사군자를 들이댈 수는 없는 법. 좀 더 세련된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불현듯 사석원이란 이름 석 자를 떠올렸다.
지미도, 이 책도, 셰인의 개인사와 닮은 점이 있다. 지미는 셰인처럼 한때 암을 앓았더랬다. 혈액암의 투병 경험은 뛰어난 예술가들이 흔히 그렇듯, 지미의 예술 세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 그 유려한 작품 중에서도 독보적인 <지하철>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하철을 나올 때마다 이 눈 먼 소녀 앞에 펼쳐지는 멋진, 따뜻한 황홀경! <지하철>에서 어쩌면 셰인은 병을 앓지 않은 다른 독자들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 지미가 셰인 같은 특별한 친구들을 위해 따로 숨겨 놓은 어떤 고독과 인내, 삶에 대한 애착과 위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비밀리에 맺어지는 아시아적(?)인 위로와 공감대가 노래하는 셰인을 감성을 더욱 촉촉하게 적셔 주리라 믿는다.
한국과 대만을 찍었으니 마지막에는 일본으로 가야겠다. 사실 맞춤으로 책을 고르다 보면 대략 남자에겐 남자 작가의 책을, 여자에겐 여자 작가의 책을 권하게 되는데 셰인에게는 수많은 일본 작가 중에서도 유독 한 여자 작가의 이름이 매칭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
셰인을 처음 봤을 땐 어린왕자가 떠오르지만 계속 보다보면 나라 요시토모의 대표 캐릭터인 이 아이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이 무표정하면서도 어딘가 엽기적인 장난질을 궁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하얀 얼굴이 어쩐지 셰인과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데이지의 인생>에는 셰인을 닮은 이 아이가 열 몇 번쯤 등장한다. 나라 요시토모의 팬에게는 그의 작품을 ‘싼값에’ 소장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고 소설이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알고 보면 꽤나 유명한 이 아이, 아무데나 쉽게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자기 마음에 드는 괜찮은 작품, 예를 들면 <데이지의 인생> 같은 작품에만 출연하신다. 이 소설은 <키친>만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소설이랄까?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물 다섯 데이지의 추억이 시냇물처럼 맑게 흐른다. 상처와 이별, 죽음이 차례로 등장하는 추억인데도 참 맑다. 그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짐짓 철학자인 양 세상에 대해서 그럴 듯한 깨달음 한 조각을 선물하는 어른스러운 데이지를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이 스무살이 넘은 소설에도 성장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다면, 셰인 같은 청년에게 어울리는 성장 소설은 <데이지의 인생> 같은 소설일 것이다. 언젠가 셰인도 새싹처럼 땅위로 솟아올라 ‘셰인의 인생’이란 제목을 단, 맑디맑은 노래를 불러주기를.
어떠셨나요? 셰인에게 어울리는 책 추천인 것 같나요? ^^ 이제 다음 손진영 편으로 '위대한 탄생' TOP5에게 추천하는 책 소개팅은 마무리를 짓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 셰인 사진 출처 : 셰인 미투데이 http://me2day.net/Shayne_o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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