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진아 도서관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국립 디지털도서관'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 디지털도서관 ④
국립 중앙 도서관과 디지털 도서관의 만남
욕심 많고 시간 없는 사람들은 한번에 세 개의 영상을 띄워놓고 볼만큼 디지털 도서관에는 볼거리가 많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면 하루가 금새 가버린다. 머리라도 식힐 겸 잠시 외출인증을 하고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반포대로와 만난다. 등을 돌려 중앙 도서관으로 향하는 계단 한쪽에는 북카페가 있어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커피한잔을 손에 쥐고 디지털 도서관의 지붕에 오르면 푸른 잔디밭 끝에 풍채 당당한 중앙 도서관을 마주하게 된다.
디지털 도서관은 국립 중앙도서관,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과 더불어 국가 도서관 3관 중 하나이다. 서울 중심에 위치하던 중앙도서관을 1988년 지금 위치인 반포로 신축 이전하였고, 약 20년 뒤인 2009년 5월 그 앞의 대지에 디지털 도서관이 개관하였다. 20년 차이를 두고 개관한 비슷한 덩치의 두 건물을 보면 그 동안 건축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느낄 수 있다.
온 나라가 한창 앞만 보고 내달릴 시절 국가도서관의 신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인 사업이었을 것이고, 건축이 국가지식의 보고라는 엄숙한 의미를 전달해야 함에도 이견이 없었을 것이다. 좌우 대칭인 입면에 기단 위에 높여진 몸통과 그 몸통이 떠받치는 지붕. 권위의 전형을 모두 다 담고 있다. 거기에 사서연수관과 자료보존관의 부속건물을 옆에 두고 있어 그 규모는 더 크게 느껴진다. 디지털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전면 도로로부터 5층높이의 계단을 올라야 할 만큼 높고 넓은 부지에 당당하게 서있었다.
반면 불과 2년 전에 개관한 디지털 도서관은 국립 중앙 도서관 앞에 서면 건물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국립 중앙도서관에 자신의 지붕을 앞마당으로 내주고 머리에 푸른 잔디밭까지 이고 있다. 경사진 지형 때문에 반포대로를 따라 법원이 자리한 남쪽 방향으로 길을 오르다 보면 건물의 꼭대기 층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실 이 꼭대기 층이 건물의 1층이다) 그곳에서 한번 더 계단을 오르면 디지털 도서관의 지붕 마당에 이르고 국립 중앙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마치 훌쩍 커버린 아우가 형님을 무등 태운 것처럼, 디지털 도서관은
자연스럽게 지형에 묻혀 중앙 도서관의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비켜나 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걷다가 만나게
되는 높고 반짝이는 도서관의 파사드는 건물이 지형에 묻히지 않은 채 드러난 부분이고, 3층 높이의 공간을
통째로 메인 로비로 내어주고 있기 때문에 규모가 다소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입구 옆에 지형을 따라
놓여진 오솔길 같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거대하던 도서관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1층의 입구와
만나게 된다.
대칭과 비대칭, 육중한 돌과 가볍고 투명한 유리, 땅의 중심을 차지하며 권위적으로 서있는 모습과 대지 한 켠에 지형을 따라 비켜선 자세 등 건축의 모든 언어들이 대조를 이루며 종이책 도서관과 디지털 도서관은 조우하고 있다.
아카이브의 아카이브
디지털 도서관은 그 규모와 시설 면에서 세계 어느 도서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수준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종이책이나 건축물과는 다르게 손에 잡히지 않고 형태가 없는 정보는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기 쉽상이다. 디지털 도서관이 소장한 전자책이나 시청각 자료는 사실 도서관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디지털 도서관의 정보는 국내외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 서비스는 디지털 도서관의 핵심기능이고, 공공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디지털 도서관 내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중요한 연구 도서관이나, 국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 각 단체들이 기관회원으로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도서관 안에서는 하바드 도서관의 디지털 라이브러리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디지털 도서관이 국가 도서관으로서 전국 도서관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국 공공도서관의 소장자료에 대한 검색 및 목록, 목차, 초록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관을 연구하는 도서관이면서 아카이브의 아카이브다.
디지털 도서관의 홈페이지인 디브러리(http://www.dibrary.net)에 들어가보면 디지털 도서관을
통해서 드나들 수 있는 아카이브 네트워크의 양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서고에서 길을 잃는 것은
비할 바 아니다. 시간을 내서 디지털 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를
시간과 지역별로 분석해보려고 했으나 부질 없는 짓이었다. 탐색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디지털 라이브러리 안에서 어떤 정보도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꼭 특정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그 가상의 세계 어디로든 문을 한번
열고 들어가 보자. 아마 매 휴일 아침마다 디지털 도서관의 문을 두드리게 될 지도 모른다.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
2011년 3월 22일 미국 법원에서는 책의 미래와 관련한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미국 지방법원의 대니 친 판사가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구축작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구글은 2004년 하버드 도서관과 함께 구글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의 18개 연구기관과 파트너쉽을 맺고 장서를 스캔해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2005년 미국 작가협회와 출판협회로부터 저작권 위반소송에 휘말렸고, 2008년 구글이 두 단체에 1억2500만 달러를 주되 별도 기관을 통해 향후 저작권 문제와 수익 배분을 해결하라는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에 대해서도 방대한 도서데이터의 독점을 우려해 재조정 권고가 이루어졌고, 2010년 11월 13일 구글 도서검색 2.0으로 불리는 개정 협의안이 발표되었다. 2011년 3월 22일 대니 친 판사는 이 개정합의안 마저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 없이 "모든 책을 이용할 수 있는 막대한 권리를 구글에 주는 것"이라며, 5년간 끌어왔던 미국 저자협회와 출판인 협회와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구글의 책 디지털 작업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구글의 디지털 프로젝트는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책(Orphan book)이나, 저작권이 소멸된 책(Public Domain) 혹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을 공공의 기관을 통해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공적 가치와 저작권이 살아있는 수백만 권의 책에 대한 독점의 위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양날의 칼을 놓고 미국 법원의 친판사는 독점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드러냈지만 구글이 이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2007년 하버드 도서관의 관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단턴[1]은 당시 구글이 하버드 도서관과 스캔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를 둘러 싼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알게 되었다.출판업자, 작가, 구글 삼자를 둘러싼 소송과 그 과정에서의 합의안 등을 세세하게 들여다 본 단턴 역시 ‘책의 미래’라는 최근의 저서를 통해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만인에게 이상적인 공공 도서관의 새로운 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과 함께 정보 독점으로 인한 출판 산업, 독서문화의 위기라는 우려를 함께 말한다. 책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구글 프로젝트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책의 미래, 도서관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단턴을 들춰볼 만 하다.'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 > [연재] 도서관 기행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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