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도서관
도서관 사상가인 랑가나단(Shiyali Ramamrita Ranganathan 1892-1972)은 도서관 5법칙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중 마지막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The library is a growing organization).”이다. 이 문장을 조금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부산시민도서관이 지역 대표 도서관으로 선정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도서관이 시작한 이래 부산시민도서관은 계속 부산의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 즉 부산을 설명하는 자료들을 기록해왔다. 1945년 2만 2413권이었던 책은 거의 그대로 남아 고문헌자료실에 있다. 여기에는 2만 4397점의 해방 전 자료들과, 근대한일외교관계 관련 자료, 한국국회 비소장 자료 등 이곳 아니면 알 수 없는 이 땅의 역사가 기록되었다. 이런 자료 들은 지역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이용되기 쉬운 자료로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민도서관을 중심으로 부산 전체의 도서관이 하나의 아카이브처럼 움직인다. 부산의 모든 시간을 기록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지혜로운 노인들의 원로회인 셈이다. 대표도서관 체계는 시간과 공간이 다툴 수밖에 없는 도서관에게는 하나의 활로처럼 보인다. 아카이브는 공간을 계속 소비하고, 기록은 중단되어서도 안 되니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 되지 않는 한 개별 도서관으로는 별 도리가 없다. 나이 먹는 도서관에 대한 고민 아닌 걱정은 결국 이 많은 지식을 어떻게 다 담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매년 이 나라 전체에는 약 4만권의 도서가 출판된다. 만약 1㎡의 공간이 100권을 수용한다고 가정하면, 이 모든 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400㎡의 공간이 증식되어야 한다. 이 모든 책을 모으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공간은 20년마다 그 2배로 증가한다는 어림셈이 있다.
400년을 살아온 옥스퍼드 내의 보들리언 도서관은, 장서가 1100만권에 해마다 3.2km 씩 자라온 서가가 현재 190km에 이른다는데, 이것은 보들리언 도서관의 자랑이자 극복해야할 과제로 보인다. 속도의 차이는 있다 해도 부산시민도서관도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 공동서고라는 아카이브 체계를 통해서 앞으로 올 시간을 더 지혜롭게 살아낼 것 같다.
다음 편은 부산시민도서관 마지막 편으로 "고문헌실 정세영 선생님 인터뷰"입니다. :-)
'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 > [연재] 도서관 기행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도서관 기행 (5) ~ 국립 디지털도서관 ① (0) | 2011.12.16 |
---|---|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⑥ (0) | 2011.11.22 |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④ (0) | 2011.11.20 |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③ (0) | 2011.11.19 |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② (0) | 201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