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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연재] 도서관 기행 (完)

한국 도서관 기행 (4)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⑥

한국 도서관 기행 연재 예고 / (1) 이진아 도서관 / (2) 광진구 정보화 도서관 / (3) 여행자의 도서관 - 제주도 달리 도서관 편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하는 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입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편은 여섯 편에 걸쳐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 도서관 그리고 나이 먹기 (aging) ①편 / ②편 / ③편 / ④편 / ⑤편에  이어서 드디어 마지막편입니다.

by 강예린 & 이치훈
 

부산을 기억한다. 기억하게 한다 : 고문헌실 정세영 선생님 인터뷰  

대부분의 도서관이 새로 나온 책을 중심으로 소개하지만, 부산시민도서관은 도서관 초기의 기록까지 성실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작업의 중심에는 고문헌실이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은 부산대학교와 함께 고문헌을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해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일본어를 가르치신 정세영 선생님이 당시의 자료들을 해제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근 10년 동안 부산시민도서관의 광복전후 일서자료를 요약 해제하시고, 도서관은 그 책을 펴내서 필요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책을 엮어 보내고 있다.  


- 원래는 무엇을 하셨나요?

시민고등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일본어를 잊지 않고 계속 공부했거든요. 국가기록원에서 불러서 일제시대 재판기록, 그 중 일제 광주학생사건 재판기록이 있어서 그것을 번역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그게 언제쯤이지요?

10년 정도 되었나. 여기 왔더니 오래된 식으로 색인카드로 정리되고 그라더라고요. 2년쯤 시간 내서 이 책을 ‘저자, 간단내용’으로 정리해서 컴퓨터에 옮겼지요. (검색이 쉽게). 그리고 책이 헤지는 것 때문에, 조선관계서적만 사본을 만들어 놓았지요.


- 보관된 책 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한 1/3은 조선 총독부의 소위 조선시정관계 자료입니다. 부산도 있고 조선 전체도 있고. 나머지는 일본인을 위한 일본 책들이지요. 총독부의 정치, 행정에 관한 보고서, 통계표, 각 지역의 특수, 시설, 위생관계, 조선인 관련 통계 등이 있습니다.


- 이런 책들은 여기만 있나요?

다 있었겠지만 6.25를 거치면서 많이 없어졌죠. 부산은 피난민이 내려오긴 했어도 전쟁을 빗겨갔으니까. 대구도 일부가 있다고 해요.

출발은 그래요. 이 도서관 역사가 115년은 됩니다. 한일 합방 전에도 일본 사람들이 무역을 위해 많이 왔어요. 대마도를 중심으로 항구를 다 막았습니다. 초량에다가 총영사관을 짓고, 거류인단을 만듭니다. 일본인들도 많이 모이면 단체를 만듭니다. 뭘 만드나 봤더니 교육사업을 하덥디다. 중학교 이상은 본토로 보낸다 해도 초등학교는 바로 만듭니다. 일본인들이 다니는 학교. 그리고 도서관을 만듭니다. 그게 시작이죠.


- 100년사를 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100년 쯤 되면, 같은 언어를 썼다 해도 점차 변화되었을 거고, 일본에 강점된 역사가 있었으니 당시의 일본어로 된 기록도 많겠습니다.     

합방 후에는 반일 감정 때문에 이 곳에 1900년 초부터 해방 전까지 모아두었던 3만권의 책을 그냥 내버려 두었어요. 일제 말기 서적의 목록을 보니, 합방 후 일본이 발간한 많은 책들이 다 없어졌어요. 6.25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무사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1964년 부산대학교 김의환 교수님께 당시의 부산시민도서관 관장님이 해제를 부탁했죠. 일본관련 문서 말고도 포은시고니 구운몽이니 고래의 자료도 이미 작업이 되어 있습니다. 1~4권은 김의환 교수님이 해제하시고 근 30년간 안하다가 (고문화특성화도서관으로 1998년 선정되면서) 내가 5권부터 참여했지요. 부산대 교수님이 내가 한일관계 외교에 대한 문서를 해제하는 것 보시고는, 자네가 일제시대를 살았으니 더 이해를 잘하니 계속 이어해라 했어요.


- 그렇게 부산시민도서관과 인연이 되신거군요. 그러면 김의환 선생님이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한반도의 자료를 주로 해제하시고, 정선생님은 한일관계 자료를 주로 맞고 계신 것 인가요 

합방 전 일본과 구한국하고의 여러 가지 외교 문서가 있어요. 이 도서관에. 그때 일본과의 외교를 동래부가 위임받았거든요. 이 왔다 갔다 한 교섭문서 보면 합방 이전에 일본이 우리 외교 관계 장악을 하려고 하는 게 보여요. 일본의 야심이 있어요. 여기서 오고 간 문서 보면 참 기가 찹니다. 부산이 일본에 가장 가까우니까 조·일 외교 관련한 일의 일부가 아예 동래부로 오기도 했어요. 일본총영사관은 일본어로 작성하고 동래부사는 한문으로 작성했어요. 

(예컨대) 이런 게 있어요. 일본인이 갑자기 많이 느니까. “지금의 부산교대 그 근처에 선을 긋고 여기 넘어오지 말라 처벌 하겠다”는 그런 문서도 있어요. 이런 것들 위주로 해제를 시작했습니다.


- 요약문이라 해도 이렇게 해제되지 않으면, 어떤 자료가 있는지 알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해석된 자료는 어떻게 이용 되는가요?

도서관에서 ‘부산시민도서관 소장 귀중본’ 도서해제집을 계속 냅니다. 부산대학교에 감수를 받고 출판합니다. 정식으로. ISBN도 있지요. 그리고 필요할 만한 이들에게 보냅니다. 그 리스트가 있어요. 그거 안받아도 개인적으로는 가끔 대학생들이 논문 때문에 오거나, 일본 사람들 일본의 유명대학교수들이 옵디다. 


- 아 일본 분들은 왜 오시나요? 한국 연구 때문에 그러시나요?

내 물어봤죠. 100년 가까이 되어서 고물이 된 책을 왜 보십니까? 혹시 아직도 한국에 대한 그릇된 야망을 펴려는 것 아닙니까 라고 소리를 했더니. 웃덥디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부산에 산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답합니다.

그 사람 놀라워요. 한국말을 일상어 정도는 합디다. 난 이런 게 무섭습니다. 

합방 전 신문이 3층에 있는데 순 한문투성이라. 학자들을 위한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신문인데. 일본인들 그 어떻게 알고 그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번역해 달라 해서 번역해서 보내기도 합니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 개인적인 외교관이시기도 하네요. 무슨 자료들을 주로 번역해달라고 하시나요?

합방 전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 고아원에 관심을 가진 것, 부산의 하수구 연구. 왜 일본인이 이런 것에 관심이 있는 가 도통 모르겠어요.


- 한 권에 못해도 60-100권의 책을 요약해서 설명하시는데요. 작업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서문은 꼭 읽고, 목록을 보고 어느 정도는 읽습니다. 주요한 것은 추리고. 그러나 그 몇 백 페이지를 어찌 다 읽습니까. 그래도 내용을 좍 훑지요. 1년이 걸려요. 한 달에 13일을 근무합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집에서도 합니다. A4 400페이지의 간단한 해제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1년 안에 전문가도 못해요. 일단 처음에는 손으로 정리해두고, 컴퓨터로 옮깁니다. 이게 힘이 달려서 옮기는 게 힘들어요. 


- 저는 이런 자료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역사지리공부하시는 분, 근대건축 공부하시는 분, 역사 공부하시는 분들 모두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여기 이 ‘마적의 진상’(해제집 8권) 같은 것들은 참 재미있네요. 읽어줬으면 하는 그런 글들 몇 개만 이야기해주세요.

(해제집 8권을 드시고 그 중 몇 권을 소개해주시며) 

소화30년의 조선이 재미있습니다. 일본이 소화20년(1945년)에 망했거든요. 이것은 그니까 망할 줄 모르고 조선의 미래를 바라본 거에요.


- 일본의 조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인가 보군요. 경부간을 5시간으로 달리는 특급열차와, 금강산국립공원 등에 대한 계획이 보이네요. 흥미롭네요.

이것도 봐야해요. ‘인삼사’ 이건 놀라워요. 이마무라 도모라는 사람이 조선의 인삼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전매청이 책을 써보라 이런 거야. 인삼 편년기, 인삼 경제편, 인삼정치편. 글쎄 인삼에도 정치가 있을 거 아닙니까. 이런 것을 7권에 걸쳐서 쓴 거야. 

일본에서는 인삼인 줄 알고 캐냈는데 무였더라, 중국에서 인삼인 줄 알고 캐낸 것은 모양이 조선 것처럼 사람같지 안생겼더라. 이런이야기가 있어요. 인삼이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거든. 그니까 (약삭빠른) 일본인이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여기 전문 다 복사해 놓았는데. 누가 와서 봐줬으면 좋겠어. 시간이 있으면 나라도 전편을 번역하고 싶어요.


- 너무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렇게 요약소개를 넘어서 전문 번역해야 할만한 글들도 많네요. 

특히 소위 한일 합방 전후해서 한일관계의 외교문서를 김의환 선생님이 요약해서 해제했는데 이 내용을 더 붙여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근데 나 이후에 이것을 할 사람이 없어어요. 

누군가 뒤를 이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도 오래된 단어는 모르니까 안되고. 그렇다고 일본 사람을 고용하겠어요? 그것도 안 될 일이지.


- 다음에 나올 책이 9권인가요? 다음에는 어떤 책을 번역해 주실건가요

지금 벌써 9권의 감수를 기다리고 있어요. 부산대학교에서 감수를 받고 오면 교정에만 3일을 소요해요. 그래도 모자라지. 그게 참 희한해요. 번역에서 수정까지 혼자 하니 틀린 글자가 안보이대요. 그래서 (요약 해제본을 보고) 관심 있는 것은 원서를 봐줬으면 해요. 번역을 읽는 것은 오류가 날 수 있어요. 


인터뷰 동안 본인의 모습을 찍지 못하게 하셔서 자료를 읽어주시는 손만 사진을 동의를 얻어 찍었는데, 나는 이 모습처럼 이 분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게 없는 것 같다. 고문헌실의 여러 책들을 손으로 훑으면서 정선생님은 부산을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기억해내시는 것 같다.   



한국 도서관 기행 -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편 재미있게 보셨나요? 다음에는 어떤 도서관 이야기가 펼쳐질 지 벌써 기대됩니다. ^^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도서관 기행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관 산책자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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