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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책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유브 갓 메일」의 노라 에프런이 쓴 

일과 사랑, 우정, 그리고 나이 듦에 관한, 뼈저리지만 뒤집어지게 웃긴 통찰들!

나는 구글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장점도 있다. 뭔가를 잊어버리면 아이폰을 채찍질해서 구글로 검색해보면 된다. 시니어 모먼트는 구글 모먼트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더 행복하고 그럴싸하고 젊고 현대적으로 들린다. 안 그런가? 검색을 자유자재로 함으로써 당신은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사람임을 입증할 수 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내가 뒷방 늙은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리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다. 시니어 모먼트라는 끔찍한 순간은 사라진 것이다. 잃어버린 말을 찾기 위한 길고 긴 탐색의 순간, 수수께끼 풀이의 순간, 머리를 툭툭 치면 생각날 듯한 그 순간, 손가락만 튕기는 짜증스런 그 순간 말이다. 그냥 구글로 가서 찾아오면 끝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찾아올 수는 없다. (위키피디아에 나올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당신 삶의 뭔가 왜곡된 버전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 《뉴욕 타임스》편집장부터 「유브 갓 메일」의 감독까지

     노라 에프런의 독특한 유머와 세련된 감성, 남다른 통찰을 만난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 연출가인 노라 에프런이 독특한 유머 감각과 노골적이리만큼 솔직한 태도, 세련된 감성으로 무장한 에세이를 냈다. 신문사에서 여성은 기자가 아닌 우편 담당 아가씨로만 고용되던 시절부터, 두 번의 이혼 경력보다 나이가 더욱 중요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를 반추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통찰들을 명료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노라 에프런은 1950년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였던 헨리 에프런과 피비 에프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집에서 할리우드의 슈퍼스타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일 만큼 성공한 작가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결심한 노라 에프런은 웰즐리 대학을 졸업한 후《뉴욕 포스트》 기자를 거쳐 《뉴욕 타임스》 편집장을 지냈으며 이후 다수의 소설과 에세이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명성 또한 쌓아나갔다.

  노라 에프런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털이 주연한 이 영화를 통해 에프런은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지명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 후 남들이 자신의 작품을 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직접 연출을 시작한 에프런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모범을 만들어냈으며 최근까지 「지금은 통화 중」, 「그녀는 요술쟁이」, 「줄리&줄리아」를 연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 에세이스트 노라 에프런의 이름을 따로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녀의 글은 그녀의 영화, 그녀의 삶만큼이나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세련되고 유쾌하다. 그녀의 에세이에는 젊은 여성 에세이스트나 남성 에세이스트들이 따라올 수 없는 품격과 취향, 재치와 자유로움이 있다.

  에세이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따뜻한 유머감각이다. 뒤집어질 정도로 웃기지만 단순한 냉소나 자기비하가 아니다. 그녀의 유머와 재치에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생을 살아낸 이의 전리품이라 할 날카로운 통찰이 가득하다.

  에프런의 화려했지만 굴곡 많았던 삶을 함께 되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슈퍼우먼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부터 살림부터 육아, 일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던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서 순식간에 애증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또 출간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져다준 작품 『제2의 연인(Heartburn)』은 두 번째 남편의 외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 두 번째 남편은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것으로 유명한 기자 칼 번스타인이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에프런은 자신과 아이들을 죽음 직전의 고통까지 몰아갔던 그 사건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내 생각에, 젊은 사람들이 정절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2. ‘나이 듦’에 대해 쓴다는 것

  어떤 시점에 이르면 나는 그냥 늙었거나, 나이를 좀 더 먹었거나, 늙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노인이 될 것이다. 나이 때문에 실제로 제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읽거나, 말하거나,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동네를 한 바퀴 걷지도 못할 것이다. 여전이 내가 농담거리로 삼고 있는 나의 기억력도 돌이킬 수 없이 희미해져서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저 아는 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앞에 좋은 시절이 단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심오한 힘에 기대고도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내가 매일매일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날이라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문해보았다. 나는 목표를 낮췄다. 셰이크셰크에서 나온 얼린 커스터드와 공원 산책이면 나의 완벽한 오후로 충분하다.(소화제를 지참해야겠지만.) 좋은 연극 한 편과 오르소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면 완벽한 저녁으로 충분하다.(마늘은 빼달라. 안 그러면 잠을 못 잔다.) (176~177쪽)

  책의 원제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I remember nothing)’인 데서 알 수 있듯, 가장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가 바로 ‘나이 듦’이다. 두 번의 이혼 경력보다 더 중요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나이 들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70을 넘긴 나이의 저자에게 당연한 사실일 수도 있지만, 그녀가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그에 대해 쓰는 방식은 역시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신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기억이 점점 옅어져가는 것, 가까운 친구의 죽음,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환호와 불만, 이혼의 상처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의 발견, 영화를 보는 일이 아주 낭만적인 경험이었던 시절에 대한 반추……. 일과 사랑, 우정, 국제 관계, 요리 같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근본적으로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생생한 진실, 그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이 젊은 시절의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도 이렇게 다정하고 여유롭게 소멸에 대해 사고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정도이다.

  가령 책에는 젊은 시절 작가 릴리언 헬먼에 열광했던 저자가 여러 사건을 거치며 그녀에 대해 실망했다는 일화가 실려 있다.(「펜티멘토」)

나는 수정헌법 1조에 반대하는 사람을 존경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은 릴리언과의 우정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그랬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이런 종류의 로맨스가 끝장날 때에는 어떤 변명이든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세부사항들만 조금 다를 뿐 이런 이야기는 항상 똑같이 진행된다. 젊은 여성이 나이 든 여성을 우상화한다. 젊은 여성이 나이 든 여성을 따라다닌다. 나이 든 여성이 젊은 여성을 받아들여준다.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여성이 그저 인간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 끝.(124쪽)

 하지만 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젊은 여성이 작가라면, 언젠가 그 나이 든 여성에 대해 글을 쓰게 된다.

세월이 흐른다. 젊은 여성이 나이가 든다.

그리고 로맨스가 그렇게 끝장난 것에 대해서만큼은 사과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맞는다. 지금 쓰는 글은 바로 그런 종류의 사과문이다.(124~125쪽)

  나이 든다는 것이 삶의 또 다른 단면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 중 하나는 「그립지 않을 목록」과 「그리워할 목록」이다. 자기연민이나 과장 없이 이 사소하고도 그럴듯한 목록을 통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3. 여성들을 향한 멘토링

  이 책은 여성들, 특히 일과 사랑, 열정과 감성이 조화된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강력한 멘토링을 제공한다. 일을 하고 가족을 만들고 우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들이 다양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자기계발서 식의 해법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고민거리들에 대한 유쾌하고 편안한 에프런 식 해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녀차별이 공고하여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하려면 ‘예외’가 될 수밖에 없던 시절부터 통상적인 은퇴시기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 활발하게 일을 하면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에프런의 삶 자체가 여성들에게 참조점을 제공한다.



본문 속으로

이런 모든 일들은 나를 슬프게 하고, 애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일은 내가 정말 늙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변화의 징후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종종 농담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바로 알아들은 척한다.) 영화나 연극을 두 번째로 보러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로 얼마 전에 처음 봤는데도 말이다. 《피플》 잡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 두뇌 용량이 다 찬 게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반대가 사실임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머리는 텅텅 비어가는 중이다. 내가 노화의 최악의 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옛 일화들로 가득 찬, 그 끔찍한 세상 말이다. 하지만 서서히 그곳에 다가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어야 한다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연애편지들을 모두 보관했어야 한다. 롱아일랜드시티 어딘가에 창고를 하나 마련해서, 다시는 뒤적일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모든 글들을 다 보관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14쪽)

어떤 점에서는 내 삶이 나 때문에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기억을 못한다면 누가 기억을 해 줄 것인가?(18쪽)

나는 남편 팔 위쪽을 아주 세게 꼬집으며 모종의 비밀 신호를 보낸다. “이 사람한테 당신 이름을 직접 말해. 나랑 대화하는 이 사람이 누군지 나는 정말 기억이 안 나니까.” 그러나 남편은 나의 꼬집기 신호에 응답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존재다. 이 비밀 신호의 의미를 항상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하도 세게 꼬집어 멍이 드는데도 그렇다. 그 순간 남편의 건망증에 대해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일단 나부터 상대의 이름을 (만약 알고 있었다면)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다.(25~26쪽)

이것이야말로 저널리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어떤 출판물을 만드는 사람이건 자신이 우주의 중심에 있고, 나머지 세계가 전부 초조하게 다음 호, 다음 출간물을 기다리고 있다고 정말로 믿게 된다.(32쪽)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그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기사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고 말하곤 했다.(48~49쪽)

2층으로 올라가 한창 쓰고 있던 시나리오를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이걸 쓸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돈 때문에 작업했고, 솔직히 인정하자면 영화화될 것 같지도 않던 시나리오다. 덧붙이자면, 시나리오 쓰는 건 너무 힘들었다. 나는 컴퓨터를 껐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할 삼촌의 돈을 또 어디에 쓰면 좋을지 이것저것 떠올렸다. 침대 머리판도 새로 사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딱 15분 만에, 나는 이미 부유한 상속인의 2단계를 재빨리 통과했다. 환희와 나태.(78쪽)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어디에나 벽이 세워져 있다. 벽이 없었다면,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라크에선 모두가 실패했다. 톰 프리드먼뿐만이 아니다.(110쪽)

얼마 전 내 친구 그레이든 카터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했다. 나는 그 계획에 대해 경고했다. 식당 경영이야말로 모두가 철들면서 버려야 하는 보편적인 판타지의 일종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식당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다. 식당 경영에는 많은 문제점이 따라붙는다. 주인 스스로 매일 거기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건 가장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식당을 열겠다는 판타지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의 최종 심급이다.(126쪽)

당신은 이 작품에 뭔가 희망적인 조짐이 보일 거라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가끔씩 이런 몽상을 한다. 내가 죽어갈 때, 그 작품을 부활시킬 만한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침상에 다가와 작별 인사를 던질 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그 사람은 동의한다. 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덧붙인다. “제 희곡을 다시 무대에 올려주시겠어요?”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152~153쪽)

기나긴 삶을 통틀어 나에 대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내가 이혼했다는 점이다. 이후 이혼한 상태로 계속 있지 않고 재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사실이다. 지금의 세 번째 남편과는 22년 이상 해로하고 있다. 하지만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이혼은 모든 것을 규정짓는다. 뇌라는 파이 속에 끼어 들어간 분노 한 조각처럼, 그렇게 잠복해 있다.(164쪽)

이혼의 여파는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이 성장하고 독립하고 자기의 삶을 꾸리면서, 가끔씩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말고는 전 남편과 어떤 접촉도 끊기는 순간이 온다. 이혼은 결혼보다 더 오래 지속되지만, 결국엔 끝나고 만다. 그걸로 충분하다. 요점을 말하자면, 아주 오랫동안 내가 이혼했다는 전력이 나에 대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거다. 그리고 이제는 아니다. 현재 나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늙었다는 사실이다.(172~173쪽)

노화 과정의 최악의 진실 중 하나는 죽은 친구들을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6킬로미터씩 뛰고 견과류와 딸기류만 먹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하루에 위스키를 4리터씩 들이키고 담배를 두 갑씩 피우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당신은 하루아침에 추첨 게임의 기로에 놓인다. 궁극적인 기회의 게임. 언젠가 당신의 운도 다할 것이다. 모두가 죽는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루에 아몬드를 6개씩 먹든 안 먹든, 신을 믿든 안 믿든.(175~176쪽)


지은이 노라 에프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 1950년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였던 헨리 에프런과 피비 에프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결심한 노라 에프런은 웰즐리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 포스트》 기자를 거쳐 《뉴욕 타임스》 편집장을 지냈으며 다수의 수필집과 소설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아나갔다.

노라 에프런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맥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털이 주연한 이 영화를 통해 에프런은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지명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 후 남들이 자신의 작품을 망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직접 연출을 시작한 에프런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유브 갓 메일」 등을 연출하며 여성 감독이 많지 않은 할리우드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으며 최근까지 「지금은 통화 중」, 「그녀는 요술쟁이」 , 「줄리&줄리아」를 연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에세이집『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로 미국에서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면서 에세이스트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노라 에프런을 수식하는 말은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등 다양하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에프런만의 매력은 특유의 유머와 풍자, 세련되고 지적인 취향,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에서 나오는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다.


옮긴이 김용언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대학원 비교문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 장르 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에서 10년간 기자로 일했다. 현재 각종 매체에 영화평과 서평을 기고하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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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10번째 책!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