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3부 서울 도심을 질주한 코끼리


    3장 방 빼! 못 빼! 어린이대공원과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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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공연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자리를 잡아 갔다평일에는 유치원 어린이들의 단체 관람이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이 꾸준히 이어졌다어린이대공원으로 옮긴 지 첫 해에는 새로 공연장을 짓느라 비용이 들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성공했고 그다음 해부터는 흑자를 이룰 수 있었다. 3년째를 맞는 2008년에도 무난히 흑자가 예상되었다그런데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렸다.

2008년 초 어린이대공원은 코끼리 월드에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키즈센터라는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자리가 필요하니 코끼리 공연장을 철수시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사업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김회장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비록 계약서에 어린이 대공원 측이 원할 경우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내부 규정상의 문구일 뿐최소한 10년은 계약이 지속될 것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김회장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10년 생각하고 공연장 새로 짓는 데 7억 들인 거 아니겠어요. 7억 투자를 했는데 1, 2년 하고 말 줄은 몰랐지.”

어린이대공원은 김회장의 항의에 요지부동이었다키즈센터가 건설된다는 사실은 언론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코끼리 공연장 철수는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 어린이 대공원에 있던 코끼리 공연장의 모습. 현재 이 자리에는 키즈센터가 들어서 있다.


상도의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임을 눈치 챈 김회장은 철수 불가를 주장하는 대신 한 발 물러났다키즈센터는 건설 계획만 확정되었을 뿐기본 설계도조차 나와 있지 않았다실제 착공에 들어가려면 최소한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했다코끼리 공연장이 당장 없어진다면 그 자리를 1년 이상 빈 땅으로 놀려야 하니 어린이대공원으로서도 손해였다김회장은 착공 전까지만 코끼리 공연을 계속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은 코끼리 공연장을 당장 철수시켜야 한다는 처음 입장을 고수했다착공 시기에 관계없이 무조건 기존 시설을 먼저 철수하는 것이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였다계약서의 독소 조항도 내부 규정비효율적인 철수 시기도 내부 규정이었다.

김회장은 철수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갔다물론 코끼리 공연도 계속했다어린이대공원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당장 어린이대공원에서 나오면 아홉 마리나 되는 코끼리들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더구나 때는 아직 겨울이었다.

사태는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소송 포문은 어린이대공원 쪽에서 열었다이에 질세라 코끼리월드도 맞소송을 제기했다어린이대공원 내부 규정의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 조례에 규정된 내용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냈으니 그 차액을 돌려 달라는 소송이었다이제 와서 계약서의 부당함을 호소해 보았자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당장은 버틴다 해도 결국 철수를 피할 수는 없었다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장소를 확정해야 했다하지만 서울대공원이나 에버랜드에 또다시 타진하기는 여의치 않았고 그렇다고 송도 유원지로 돌아가는 것은 망하자고 작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회장과 정이사의 판단은 수도권이 힘들다면 차선은 반드시 충청권 또는 경남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충청권은 수도권의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경남권은 수도권은 포기한다 해도 부산과 울산의 인구라면 아쉬운 대로 수지를 맞출 수는 있을 듯했다정이사는 3년 전 사업 계획서를 들고 서울과 수도권을 다녔던 것처럼 이번에는 충청권과 경남권을 돌기 시작했다.


▲ 2005-2010년 전국 시군구별 인구 증감율. 인구가 몰린 수도권의 비대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빨아들인다사람도 돈도 서울로서울로 향한다우리나라 제2의 도시임을 자랑하는 부산 인구가 350만 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서울 인구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친다이렇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의 동물원이나 놀이공원 시설이 프로야구 1군급이라면 그 외 지역은 2군급이다정이사가 거의 매일 지방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코끼리들이 갈 만한 장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부지가 적당하다 싶으면 임대료가 너무 높거나임대료가 적당하다 싶으면 부지가 너무 협소했다.

충청권과 경남권에서 별 소득이 없자 정이사는 전라권으로 눈을 돌려 보았다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곳이 아닌 만큼 큰 기대는 없었다정이사 본인이 전라도 출신이기에 고향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동네는전라도는내가 미안한데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인구도 없고지역 경제도 다른 데보다 못하고 그래서 아예 배재를 하고 안 갔어요광주 인구가 한 140만 되고 전라남도전라북도 다 해 봤자 이건 뭐그러니까 거긴 타산이 안 맞는다적자다 이렇게 생각을 했죠근데 하도 답답하니까 한번 거기라도 가 보자 해서 간 겁니다.”

정이사가 찾은 곳은 광주의 우치동물원이었다이때만 해도 정이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코끼리를 향한 우치동물원의 애달픈 짝사랑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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