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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추천 받은 반비 책들

EBS라디오 <북카페>, 유은혜 국회의원이 읽어주는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EBS라디오 <북카페>

유은혜 국회의원이 읽어주는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7월 25일 토요일에 EBS 라디오 북카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은혜 국회의원이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을 추천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서 7분 20초 이후부터 '낭독책 읽어주는 국회의원'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EBS 라디오 북카페 [다시듣기]


유은혜 의원은 이 책을 추천하는 자신의 생각을 책 속 문장에 곁들어서 얘기했는데요. 방송에서 어떤 부분을 낭독했는지 궁금한 분들이 계실 거 같아 아래에 올려놓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안드레센의 동화에 빚진 게 더 많습니다. 최초의 아름다움, 최초의 윤리 같은 거죠. 엄지 공주가 누워 자던 호두 껍질 침대, 장미 이불, 제비꽃 담요, 그리고 또 벌거벗은 임금님이 입었던 거미줄로 짠 옷감. 이런 것은 제 누추한 머리로는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어죠. 『인어 공주』를 읽지 않았다면 목숨 거는 사랑에 대해 몰랐을 테고 『미운 오리 새끼』를 읽지 않았다면 고생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기쁨에 대해서 한참 뒤에 알았겠지요.


어쨌든 저는 인어 공주도 아니고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인어 공주』를 계속 읽겠습니다. 뭔가를 얻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니까요. 저는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는 아니지만 『빨간 망토』를 계속 읽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친절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내는 늑대가 우글거리니까요. 저는 아기 돼지는 아니지만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겠습니다. 내 집을 부서뜨리거나 나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늑대가 우글거리니까요. 제가 드라큘라는 아니지만 『드라큘라』를 읽겠습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혼이 없으면 남들의 피나 빨아먹고 살 수 박에 없단 걸 알려주니까요.


─ 정혜윤,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프롤로그를 대신하여', 8~15pp.



정혜윤 CBS 프로듀서가 쓴 프롤로그 중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겁니다. 누구든 '동화'를 단 한 편도 읽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그러나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고 감상에 젖는 책이 아니라, 어렸을 때 보지 못한 동화 속 이면들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려냅니다.


성인이 된 지금의 '동화' 읽기의 의미와 동화를 통한 색다른 성찰을 끌어내는 책으로 16명의 전문가들의 감상평에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해보게 해주는 즐거운 책입니다.





유은혜 의원이 EBS 라디오 북카페에서 낭독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지금도 많은 성인들의 감성을 건들고 마음을 울리는 명작, 『어린 왕자』에 대해서 황경신 소설가가 쓴 글의 일부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랑이 있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어린 왕자가 있다. 사랑의 얼굴이 수천, 수억 가지이듯 어린 왕자의 모습도 우주의 별처럼 무한하다. 사랑에 대한 모든 책을 읽고, 인문학적으로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심리학적으로 정리한다 해도, 심지어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수백 번의 실전을 거듭하여 경험을 쌓는다해도, 규정지을 수도 없고 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사랑이다. 그것은 개념인 동시에 형체이며, 고유명사인 동시에 끝없이 움직이는 동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상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모하고 무의미하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의미를 찾지 않는다. 세계는 오직 사랑 안에서 생성되며, 오직 사랑의 법칙만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 세계 안에서는 꽃이 말을 걸고 두레박이 노래를 부르고 사막이 그리움으로 출렁인다. 단 한 사람에 의해 밤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울다가 한꺼번에 웃는다. 우리 모두, 한때 그런 세계에서 살았다. "불과 삼사 년 만에 거장처럼 그리는 법을 배웠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기까지 일생이 걸렸다."고 피카소가 말했다. 일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 그날 그 풍경 속으로 우연히 걸어 들어온 어린 왕자를, 그 모습 그대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그토록 무모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 황경신,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의미를 찾지 않는다', 105~107pp. 



동화는 쉽게 읽히기 때문에 누구든 부담 없이 읽기에 좋죠. 이번에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을 읽고 워밍업을 한 뒤, 어렸을 때 읽고 덮어둔 동화책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떤가요? 어렸을 때의 기억도 회상하고 동화 속에서 전에는 못 봤던 부분이나 어렸을 때 의문을 품었던 부분도 해결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