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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의 책

섬을 탈출하는 방법 : 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각자도생의 경제에서 협력과 연대의 경제로

섬을 탈출하는 방법 ┃조형근·김종배 지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도성장에 근거한 경제와 삶의 모델이 불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 사회, 그리고 삶을 바꾸어야 할까?



‘뉴 노멀’의 시대에 모색하는 협력과 연대의 경제

『섬을 탈출하는 방법』은 성장은 멈추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져 모두가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게 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하는 책입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와 삶과 사회의 모델을 모색하자고 제안합니다. 사회학자 조형근은 경제 행위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을 떠받치는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고, 협력하는 경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할 대안을 상상하자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소련의 계획경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등 이미 시도된 국가 단위 모델부터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화폐 등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 시도되고 있는 흐름들, 기본소득과 참여계획경제 등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대안까지 차례차례 다룹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그저 경제 체제의 내적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 사회적 ․ 정치적 선택과 떼려야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유, 취미생활 등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불행한 사람이 나머지 시간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 긴 시간 동안 겪는 긴장, 좌절, 모욕감 같은 것이 우리의 삶과 세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물론 노동이 전쟁이고 일터가 전쟁터이길 원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는 체제의 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바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기한다는 말 자체가 이미 그런 꿈이 있었다는 걸 의미하죠. 본래 없던 걸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26쪽)



경제와 사회와 삶을 바꾸려는 이들을 위한 친절하고 균형 잡힌 가이드북

이 책은 ‘대안’을 찾자, 꿈을 꾸자는, 지금의 냉혹한 현실과는 멀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막연하거나 이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 모델의 장단점과 한계를 균형 잡힌 관점에서 냉철하고 엄밀하게 짚어냅니다.


가령 과거 소련에서 계획경제가 실패한 까닭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적 이기심을 거슬렀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 낙후와 민주주의의 부재 탓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밝히고, 성장과 분배의 대립 구도에 대한 반증으로 스웨덴을 내세우면서도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이 처한 난점을 빼놓지 않고 추적합니다. 또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맥락, 지역화폐가 소규모 지역 공동체 내부의 자족적 흐름에 그치지 않고 더욱 폭넓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꼼꼼하게 다룹니다. 냉소에 빠지지 않는 한편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을 조목조목 따지는 따뜻하고도 세밀한 시선이 돋보입니다.


다양한 대안 경제 모델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 흐름, 사상적 원천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도록 이끕니다. 독일 우파가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펴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 데는 어떠한 역사적 맥락이 있었는지, 신자유주의의 기수 하이에크는 어떻게 참여계획경제의 사상적 토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안 경제를 먼저 시도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지향점이 큰 줄기로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대안 경제를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원칙들을 아주 구체적인 상황과 제도 속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자율성이 개별 기업 안에 갇혀버린 탓에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만 유고슬라비아의 자주관리 제도나 여러 사회적 경제 부문들이 협력해 종잣돈을 마련해낸 캐나다 퀘벡 주의 성공 사례 등은 자연스럽게 호혜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생각하도록 이끌어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하던 시절, 지금 글로벌 기업이 된 사기업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지금은 이윤을 못 내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정부는 정책금융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통해 이들의 적자를 보전해주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며 먹여 살린 겁니다. 반대급부로 기업의 존재 이유도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윤 창출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여와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믿었죠.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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