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완결, 쉬고 있는 이야기

이메일에 매달려오는 ‘인간미’ 한 조각 이메일에 매달려오는 ‘인간미’ 한 조각 편집자 일의 3할쯤은 이메일 쓰기와 이메일 받기다. 특히 나처럼 전화 통화를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편집자는 이메일 활용도를 업무의 5할까지 끌어 올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할 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이메일 끝에 매달려오는, 간단한 메시지들을 보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대개는 온라인 명함을 디폴트로 정해 두지만, 때로 시 한 구절이나, 멋진 책 속 인용구들을 적어두어, 기계를 매개로 연결된 건조한 인간관계에 ‘인간미’ 한 조각을 보내오는 다정한 사람도 있다. 오늘도 그런 이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인간미에, ‘광대한 스케일’까지 겸비한, 한마디로 멋진 인용구가 매달려 있었다. 첫째, 남에게 친절하고 도움 주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라. 둘째, 연.. 더보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4-1) 우치동물원 코끼리우리에 코끼리가 없었던 사정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4부 코끼리, 빛고을 광주로 이사 가다 1장 우치동물원 코끼리우리에 코끼리가 없었던 사정 이전 글 목차 보기 빛고을 어린이들의 1순위 놀이터 어린이대공원이 ‘코끼리 방 빼기’ 문제로 법정 소송까지 치르는 사이, 한편에서는 반대로 코끼리를 들이지 못해 수십 년째 애태우던 동물원이 있었으니 바로 빛고을 광주의 우치동물원이었다. 우치동물원은 광주시 북구 생용동에 자리 잡은 우치 공원 안에 위치한 동물원이다. 우치동물원의 시작을 거슬러 오르고 오르다 보면 태종 3년인 1403년 광주에 설치된 사직단까지 닿는다. 광주와 서울을 비롯해 전국 10여 군데에 설치된 사직단에서는 해마다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나라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사직단.. 더보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3-3) 방 빼! 못 빼! 어린이대공원과의 줄다리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3부 서울 도심을 질주한 코끼리 3장 방 빼! 못 빼! 어린이대공원과의 줄다리기 이전 글 목차 보기 코끼리 공연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자리를 잡아 갔다. 평일에는 유치원 어린이들의 단체 관람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이 꾸준히 이어졌다.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긴 지 첫 해에는 새로 공연장을 짓느라 비용이 들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성공했고 그다음 해부터는 흑자를 이룰 수 있었다. 3년째를 맞는 2008년에도 무난히 흑자가 예상되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제동이 걸렸다.2008년 초 어린이대공원은 코끼리 월드에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키즈센터라는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자리가 필요하니 코끼리 공연장을 철수시키기로 .. 더보기
달리에 가시면 입구에서 반비를 찾아주세요! 달리에 가시면 입구에서 반비를 찾아주세요! 제주도 달리도서관에 ‘반비’ 책장이 생겼다.「도서관 산책자」를 편집하다가, 제주도 ‘달리도서관’ 편에서 이 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자기 책장 한 칸을 뚝 떼내어, ‘조립하여 도서관으로 이뤄낸 경우다.’라는 것을 발견하고, 불현듯이 그렇다면 반비 서재도? 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했더랬다. 이 도서관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책을 알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특한 생각인가! 게다가 도서관에 책장을 보낸 사람들은 도서관과 함께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무료 숙박권도 생긴다. 제주도 숙박권이라닛! 엄청난 사내 복지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책이 나오고 나서, 달리에 메일을 보냈다. 관장님, 반비의 서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저희 책, 나름 괜찮은 책들이 있답니다... 더보기
병아리 원고의 탄생 사진 : ⓒ Samdogs 병아리 원고의 탄생 아직 ‘번듯한’ 원고가 되지 못한 원고들, 그러니까 투고 받은 A4 한두 장짜리 원고, 1부만 있는 서른 장짜리 원고, 어딘가에 연재 중인 열 장짜리 원고 등등이 꽤 많이 모여서 이 원고들을 따로 모아둘 폴더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 폴더 이름을 뭐라고 하지? 출간 진행, 출간 완료 등으로 이름 붙인 다른 폴더와 어떻게 ‘격’을 맞춰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새 폴더 만들기’를 눌렀다. 그런데 어랍쇼? 새(鳥) 이름이 랜덤하게 나오는 새 폴더 이름이 우연히 ‘병아리’라고 뜬다. 병아리라니, 하긴 닭도 새였구나. 그런데 가만 보니, 잡다한 원고들을 모아 놓은 폴더 이름으로도 너무나 적절하다. 이렇게 절묘할 데가. 혼자서 이 ‘놀라운 우연’에 감탄하면서.. 더보기
[연말 휴재 공지]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매주 수요일 연재 중인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연말을 맞이해 저자분들에게 잠시 휴가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 이번 주(12/19)와 다음 주(12/26)는 쉬고, 2013년에 3부 3장부터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1부 1장부터 3부 2장까지의 목차를 보면서 예전 포스팅 복습이라도... 목차 [1부] 코끼리 인천 상륙 작전1장. 코끼리 6마리, 서울 시내를 질주하다!2장. 김 회장과 코끼리의 운명적 조우3장. 송도 코끼리 공연장엔 찬바람만 나부끼고4장. 서른 살 코끼리 쿤의 죽음5장. 서울로 가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2부] 한반도에 왔던 코끼리들1장.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코끼리2장. 조선 코끼리 수난사 3장. 디아스포라 코끼리, 사쿠라 [3부] 서울 도심을 질주한 코끼리1장. 두 번째 보금자리.. 더보기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요즘에 단어의 뜻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멜론에서 노래 검색을 하다 우연히 휘성의 ‘불치병’이란 노래를 보고, 사랑 노래에 이런 제목 괜찮은 거야? 하는 고민을 3초간 했더랬다. 진짜 불치병인 사람이 이 노래 제목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실제 불치병의 고통을 감안한다면, 불치병을 비유적인 의미로 ‘함부로’ 써도 될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 요즘 너무 감성에 물을 안 줬나 반성하고 있는 차에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며칠 전, 어느 ‘수인’이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왔다. 정확히는 출판사가 아니라, 「도서관 산책자」의 저자들에게 온 편지를 출판사에 대신 보낸 것이다. ‘저는 수인(囚人)입니다.’로 시작되는 그 편지는 정말 단어의 뜻 그대로 옥에 갇.. 더보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3-2) 난폭한 코끼리들이 도로에서 난동을 피운다고?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3부 서울 도심을 질주한 코끼리 2장 난폭한 코끼리들이 도로에서 난동을 피운다고? 이전 글 목차 보기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탈출 사건이 시작되던 순간을 요약해 보면, 코끼리들은 대공원 안에서 퍼레이드를 하던 중 바로 앞에서 비둘기 떼가 갑자기 날아오르자 괴성을 지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이때 코끼리의 괴성에 담긴 감정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이었다고 표현해야 더 정확하다. 코끼리는 거대한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천성이 순하고 겁이 많다. 평소에 사육장 주변에 개나 고양이만 어슬렁거려도 화들짝 놀라고, 어린이 관람객의 장난감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만 들어도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불안해하는 동물이 코끼리다. 앞서 송도유원지에서의 탈출 사건도 중학생들의 환호성.. 더보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3-1) 두 번째 보금자리, 서울어린이대공원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3부 서울 도심을 질주한 코끼리 1장 두 번째 보금자리, 서울어린이대공원 이전 글 목차 보기 조선 최후의 왕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한일합방조약을 앞두고 옥새를 치마 속에 감추었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순종에게는 순정효황후보다 앞서 또 다른 부인이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인 순명효황후는 순종이 즉위하기도 전인 1904년 서른두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녀의 능은 능동에 마련되었다. 지금 서울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자리다. ◀ 경성 골프 구락부에서 포즈를 취한 영친왕. 영친왕은 골프를 무척 즐겼다고 알려져 있다. 1926년 순종이 승하해 경기도에 안장되자 순명효황후의 묘도 옮겨져 합장되었다. 빈 자리에는 경성 골프 구락부가 만들어졌다. 잘 모르는 사람.. 더보기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2-3) 디아스포라 코끼리, 사쿠라 우리가 사랑한 코끼리 by 최종욱, 김서윤 제 2부 한반도에 왔던 코끼리들 3장 디아스포라 코끼리, 사쿠라 이전 글 목차 보기 사쿠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에서 온 코끼리다. 그런데 처음부터 일본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사쿠라의 진짜 고향은 태국이다. 태국 코끼리가 일본에 가서 일본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은 이렇다. 원래 일본 효고현의 다카라즈카 패밀리랜드에는 ‘메리’라는 이름의 코끼리가 살고 있었다. 메리는 얼마 전 난산 끝에 새끼를 낳았지만 새끼는 이미 죽어 있었다. 남편 코끼리 ‘솜’도 한 해 전 다리에 난 상처가 깊어져 세상을 떠났던 터라 메리의 비극은 더욱 서글펐다. 그런 메리가 죽은 새끼의 몸을 코로 어루만지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자 일본 전역에서 메리를 위로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