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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노라 에프런의 '줄리 & 줄리아'

노라 에프런의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트레일러


노라 에프런을 추모하며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우정과 섹스와 나이 듦과 판타지의 상실" 포스팅에 이어 노라 에프런의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의 옮긴이의 글 중에서 「줄리 & 줄리아」에 관한 부분을 살짝 옮겨 봅니다. 


노라 에프런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아무래도 가장 최신작 「줄리&줄리아」이다. 줄리는 대학 시절 꿈꾸었던 화려한 미래는 간 데없이, 작가로서의 꿈도 이루지 못한 채 평범한 공무원으로서 하루 종일 낯모르는 이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붙든 채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의 제안에 따라 유명한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의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1년 동안 마스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블로그를 시작한다. 블로깅 초반에 줄리는 “거기 누구 듣고 있나요?”라고 슬프게 덧붙일 만큼, 별 볼일 없는 자신에게 대체 누가 관심을 가질까 하며 자신 없어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아 차일드를 마치 ‘상상의 친구’처럼 여기게 된 줄리는 줄리아의 삶과 자신의 삶에 접점을 찾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도 나를 몰라.”라고 슬퍼하던 줄리는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든 나랑 연결된 것 같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요리! 사전 정보 없이 「줄리&줄리아」를 접했을 때에는 그저 요리가 소재로 이용됐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왜 노라 에프런이 「줄리&줄리아」를 각본, 연출, 프로듀싱까지 담당하며 만들어야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주로 사방이 조용해지는 한밤중에 번역을 하다 보니, 노라 에프런이 연인에 대해 말할 때의 정열적인 어조만큼이나 음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토로하는 문장 때문에 너무 배고파져서 일이고 뭐고 다 놓아버리고 싶어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노라 에프런,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 옮긴이의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