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비의 저자와 함께!

'페르 귄트'로 보는 베를린 연극의 오늘

지난 2월 2일(목),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파우스트'로 보는 베를린의 연극 세계란 주제로 열렸던 <베를린, 천 개의 연극>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에 이어 2월 7일(화)에는 풍월당에서 '페르 귄트로 보는 베를린 연극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이 있었습니다.  



강연 시작 전 풍월당 5층의 강연장 모습.
신청 하루 만에 80석 좌석에 120여 분이 신청해 주셔서 급히 마감을 했다고 합니다. ^^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을 가득 메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늘의 강연은 <'페르 귄트'로 보는 베를린 연극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먼저 간략하게 책 제목에 대한 언급으로 베를린 연극의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베를린, 천 개의 연극> - 책 제목에 '천 개의 연극'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실제로 베를린은 3년 동안 매일 다른 연극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풍부한 레퍼토리를 가진 극장들이 많이 있고, 책에서 주로 소개되는 유서 깊은 도이체스테아터같은 경우, 200개 정도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 박철호 선생님은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 머물며 연극을 봤는데, 베를린에서의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이면, 공연 티켓값은 150만원을 썼다고 하시네요. 그것도 학생 할인으로 일반가의 1/4도 안 되는 수준의 가격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네요.

한 달 전부터 스케줄을 짜서 매일 같이 연극을 보는 일상과 그것이 가능한 베를린의 인프라에 관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제 오늘의 주제 '페르 귄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페르 귄트>는 현대 사실주의 연극의 아버지 헨리크 입센의 작품으로, 북유럽 전설에 근거한 인물인 페르 귄트를 보면 초현실주의적인 환타지같지만, 사실 키르케고르의 영향을 받아 실존주의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입센은 노르웨이 출신에 그의 작품들도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지만, 노르웨이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주로 공연을 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에서 성공을 거두고 노르웨이에서 공연이 되지만,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사회 문제점 등을 드러냈기 때문에 노르웨이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올렸던 입센의 작품들이 많은 성공을 거두는데, 노르웨이어와 독일어가 비슷한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 그리고 언어별로 대사를 할 때 어떻게 느낌이 달라지는지, 리듬을 타는 프랑스어 대사, 그리고 마치 기관단총을 쏘는 듯한 독일어 대사, 그리고 스페인어 대사까지 직접 시연을 보여주셨네요. 이건 블로그에 글로 옮겨도 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입센과 입센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페터 차덱이 연출한 <페르 귄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페터 차덱에게 '연극의 신'은 바로 입센이었기 때문에 연출을 하면서 더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페터 차덱이 연출한 <페르 귄트>는 공연 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하는데,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먼저 줄거리를 소개하고, 그리고 각 장 일부의 동영상을 보고 해설이 곁들여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토리가 방대하다 보니, 또 <페르 귄트>의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은 책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책을 봐 주세요. ^^

강연회 때 준비된 동영상(DVD)은 공연 준비를 하면서 연출가 페터 차덱과 배우들의 연기에 만족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답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초연에서 막이 내리는 장면, 커튼콜 장면까지 보고, 오늘의 강연은 이제 질답 시간으로 넘어갔습니다. 
한국 연극계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베를린에서 연극 배우들은 생활(금전적)에 문제가 없는지, 무대 장치 대신 사람들이 대신하는 이런 연출법이 일반화된 건지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질문들이 있었는데요, 많이 보고 배우고 알수록 더 겸손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한 질문과 답변을 소개하며, 강연회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

"엄청난 수의 연극을 보시고 난 후에 특별히 뭐가 달라졌는지?"

"이전에는 자존심이 셌는데, 이분들(유럽의 연극)을 보고, 내가 연극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연극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참, 뜨거운 강연이 끝나고 풍월당 4층에서 저자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셨는데, 저도 뒤늦게 사인을 받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