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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가 들려주는 이야기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전원 해고? <카트>는 영화가 아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전원 해고?

<카트>는 영화가 아니다






카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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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황정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4-11-13



얼마 전에 영화 <카트>로 아주 간략하게나마 비정규직의 문제를 훑어보았습니다.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할 말이 너무도 많지만요. <카트>로 인해 사람들이 비정규직 문제와 대기업의 횡포를 느끼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그리고 영화 상영 이후 <카트>의 주인공인 집회 참가자들이 7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아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영화 <카트>가 보여주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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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일이 있은지 얼마 안된 오늘,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문제가 하나 터졌습니다. 경비원 분실 사건 이후에 경비원들이 아파트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가 경비원들을 전부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한국경제TV `경비원 분신`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78명 전원해고… 이유가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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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사건의 아파트와 무관한 이미지입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는 2014년 10월 7일 입주민의 폭언과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다 못한 경비원이 분신 자살하여 이슈가 되었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경비원은 안타깝게도 한 달 후인 11월 7일에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비원의 분신 자살로 인해, 경비원을 차별대우 하던 입주민이 한 명이 아니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태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였습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사건을 계기로 경비원의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며,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입주민 또한 경비원을 고용인이 아니라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영화 <카트>가 개봉을 하게 되면서 이런 차별대우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직종은 경비원만이 아니라 마트직원, 청소부 나아가서는 자본 아래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닥칠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가 경비원을 해고하게 될지, 네티즌들의 여론으로 인해 취소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고를 안하고 경비원들이 아파트에서 계속 일하게 되더라도 노동환경이 개선되지는 않을 거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상품인 아파트의 명예가, 사람의 인권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걸까요? 사람은 그저 노동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이것에 대해 폴라니의 말이 떠오릅니다.




폴라니는 이렇게 묻고 답합니다. 상품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팔려고 만든 것이다. 반대로 팔려고 만든 것이 아닐 경우 상품이 아니다. 공기는 상품이 아니죠. 그렇다면 노동, 토지, 자본도 결코 상품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팔려고 만드나요? 아니죠. 사랑하려고 낳았습니다. 자연 혹은 신이 토지를 팔려고 창조했나요? 아니죠. 토지는 자연 자체일 뿐입니다. 국가가 화폐를 팔려고 주조했나요? 아니죠. 가치를 측정하거나 순조로운 교환을 위해 만들었죠.


─  조형근·김종배,『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토지도 자본도 인간도 상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보면 토지가 상품임은 분명하며 인간 또한 인격체가 아닌 상품으로 분류되어 취급받는 모습이 많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대기업에서, 막대한 부를 가진 자본에서 행하는 일만은 아닙니다. 당장 노동자 계층인 우리부터도 직업에 귀천을 새기며 자신보다 낮아보이는 사람을 하찮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요.




폴라니는 경제학자입니다만, 결국은 사람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합니다. 그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가 사람을 지배하는 괴물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는 것이겠죠. 내버려두면 같이 괴물이 되니까요.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이미 우리 사회는 위의 글에서 말한 괴물이 되어버린지 모릅니다. 그 괴물이 <카트>에 나오는 비정규직 마트 직원들을,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의 경비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갔죠. 그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보기만 한, 우리 또한 경제에 지배 당한 괴물이 된 건 아닐까요.



영화화가 되어야만, 기사화가 되어야만 겨우 그들의 부당함을 알리고 (비록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왜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의 부당함을 보고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하는 걸까요? 이 일이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음을 자각해서라도 더욱 사회 속 부당함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주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진짜 고민을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 접목시켜서 보여주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을 통해 노동자의 부당함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을 고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조형근 교수님과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대담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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