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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비가 들려주는 이야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계급 나누기...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계급 나누기...

우리의 적은 누구인가.



20, 30대 사회초년생들의 청춘들의 취업난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요즘 청년들이 쉽고 돈 많이 버는 일만 찾으려고 하니 취업이 안되는 것이라며 혀를 차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사회초년생들의 취업난은 단지 개인의 문제일까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에서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를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전임 대통령은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왜 눈높이를 낮추지 못할까요? 악착같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가 뭘까요? 처음에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면 정규직이 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123p.



바로 위와 같은 사회 구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문제 때문이죠. 그런데 왜 비정규직을 기피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7월 17일 조선일보에 비정규직의 차별대우와 사회의 시선을 담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관련 기사]

2015.7.17

조선일보

  비정규직은 사원증·이메일도 달라… 치졸한 차별에 멍드는 靑春들



기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애환이 느껴지지만 여기서 이런 비판을 할 수도 있죠.


"기사에 나온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전혀 다른 업무를 보잖아? 정규직의 노동강도가 비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고 기술(지식)이 더 필요한 일이고, 노동생산성이 더 높다면 당연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을 비롯한 차이는 있는 게 당연하지."


그러나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에서는 같은 업무를 보는 비정규직에 대하여 짚어줍니다.



김종배 :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동일노동을 하는데도 동일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임금은 정규직의 50~60퍼센트 밖에 안 되는 거죠. 이 문제를 보면 "노동력의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 듯합니다.



조형근 : 그렇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착취를 넘어서는 수탈 수준의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중략)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동일한 종류의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해요. 노동력도 노동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니가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비정규직 문제는 정상적인 노동시장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죠. 말은 노동시장이 구조적으로 분절되었다라고 표현합니다만, 사실 시장이 망가졌다는 말입니다.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110p.



여기에 실제 기업에서 받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대우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앞좌석 설치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 뒷좌석 설치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이런 식입니다. 앞좌석이 더 힘든 일인데 그래서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로 돌린 거죠.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의 50~60퍼센트밖에 안 되는 임금을 받는다? 이건 제대로 된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고, 착취를 넘어선 수탈입니다.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110-111pp.





조금 더 사실적이고 깊이 있게 비정규직의 차별대우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조형근 교수님이 예전에 은행업에 대해서 조사연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은행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실태를 연구한 것인데요. 그때 인터뷰로 차별의 수준을 넘어선 비정규직 이름 아래에서 벌어지는 수탈의 현장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IMF 이후에 은행들이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습니다. 특히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굉장히 많이 해고했죠. 그런데 수천 명씩 해고하고 나니까 당장 일손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중략) 아무튼 사람이 부족하니 할 수 없이 다시 고용을 해야 하는데 주로 누굴 뽑았겠어요?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얼마 전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다시 고용했죠.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은 절반이고 승진, 복지 다 없어지고 신분보장도 안 되는 것입니다. 수천 명이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111-112pp.



똑같이 일을 수행할 능력이 되지만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삭감, 승진과 복지가 다 사라지거나 제한이 생기게 된 거죠. 눈을 뜨고 코 베인 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제 발로 나서서 비정규직을 택하리란 쉽지 않죠. 특히 한 번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정규직으로 올라가기 힘든 사회 구조에서는요. 사회초년생들의 눈이 높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자신은 정규직이라 별 다른 문제 없다고 안심하는 분들도 계시죠?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을 나누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합니다. 바로 자본가와 노동자에서의 격차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 내에서도 소득과 지위의 격차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본가에 대항해도 될까 말까한 마당에 노동자 내부적으로 양극화가 되며 서로를 등지게 되는 것이죠.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에서는 노동자들 간의 반목이 심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경고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규직이 파업을 하면 자본가들은 비정규직에게 대체근로를 지시합니다. 파업이 승리하려면 비정규직이 같은 노동자계급으로서 단결투쟁을 해줘야 되는데, 이들은 신분 불안 때문에 대체근로를 할 수밖에 없어요. 안 하면 잘리니까요. 그럼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욕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그런 정규직이 원망스럽습니다. 비정규직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언제 한 번 제대로 싸워준 적도 없으면서 자신들을 욕한다고요. 그래서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동정하면서도 불신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부러워하면서도 원망하게 됩니다.


─ 조형근·김종배,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122p.



이렇게 서로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노동자들은 자본 앞에서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본가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더욱 쉬워지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선 노동자 계급들의 단결과 투쟁이 있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처음 노동시장을 분절시킨 것은 자본이 한 일이지만 그 골을 깊게 만드는데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서 올바른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단면적으로 보면 비정규직만의 문제이지만, 넓게 보면 노동자계급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한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정의하고 행동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 상세하게 우리나라 노동구조의 현실을 마주하고 싶으신 분들은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