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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 이어 여섯 번째로 소개하는 주제는 '자연과 도서관'입니다.  '자연과 도서관'편은 세 도서관에 관해 4회에 걸쳐서 포스팅합니다.  (지난 포스팅은 [도서관 기행] 카테고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①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②편 /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 편에 이어서...


자연과 도서관 ④


by 강예린 & 이치훈

농부네 텃밭 도서관

 

농사는 살림이기에, 존중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문명비평가이자 농부인 웬델 베리는 이렇게 답한다. ‘농사는 살림이다. 살림은 이어져있음'을 의미하며, 살림은 우리와 우리가 사는 장소와 세계를 보존 관계로 이어줌으로써 생명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동이다. 즉 농사짓는 사람은 자연과 인간 공동체에 닿은 연과 의무로 중재역할을 하고 있다. 농사를 생산량이나 이윤과 같이 산업일반의 용어를 통해 보지 않고, 자연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일부를 차지하게 만드는 일로 보는 순간 농사/농촌공간에 관해 신비의 빛이 비추인다. 아무래도 농사는 측정하기 힘든 인간, 하나의 단순한 과학으로 환원될 수 없는 땅, 변동하기 쉬운 기후, 그리고 시간을 다루는 예사롭지 못한 부분이다. 

텃밭도서관 관장님의 자부심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우리 집은 6대 째 농사를 지어왔다.” 텃밭 도서관 관장님의 첫마디이자, 텃밭 도서관이 태어난 이유이다. '농부'의 자존감과 농촌공간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고민이 텃밭도서관을 일구게 되었다. 80년대 초반은 6-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촌이 근대화 되지 않은 공간, 개량되어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의 세례가 거쳐 간 이후이다. 무언가 해야 될 것만 같은 기운과 일 벌리면 다 될 것 같은 들썩들썩함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이 마을에는 몰려다니면서 궁리작당 할 동네 청년이 10명은 족히 넘었다. ‘우리 마을 장서면에 마을문고를 만들자, 지역신문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였다. 이곳 뿐 아니라 전국의 농사짓던 청년들이 다 이런 분위기였다. 보다 나은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기반이 넓어져야 하는데,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제격이었다.   

농촌과 도서관. 이 둘의 관계 만들기는 그 역사가 길다. 요즘처럼 '생활밀착형작은도서관' 만들기처럼 자생적인 흐름도 있었고, 새마을문고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엄대섭 선생님은 한국에 도서관이 정착되지 않은 1960년대 작은 문고의 형식으로 '농촌마을문고보급회'라는 이름으로 농촌에 도서관을 보급해왔다. 하지만 이 자생적인 흐름은 10년 후 비슷한 이름이라며 새마을운동에 편입 되었다. 결과적으로 '새'마을문고로 슬쩍 이름이 갈아 끼워지고, 새마을운동 조직망의 일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로서 마을회관에서 울려퍼지는 '잘살아보세'의 노래에 맞춰서 문고의 흥망이 같이 하게 되었다. 많은 문고들이 80년대 중반 잘나가던 새마을 운동이 흔들리면서, 농촌의 문고 사업에도 타격이 심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텃밭도서관의 모체가 되는 장서면 마을문고는 정부 지원이 아니라 이 마을출신 사람들과 지역민들에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피해 갈 수 있었다.

"한 책 당 30명 빌려주고 한명이 가져가면, 그래도 200X30은 6천원 대략 책 값 만큼은 빌려준 셈이잖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무료로 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도 자유스럽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대출을 무료로 한 것이죠. 애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2-300명씩 왔어요."

그러나 학교에도 학생 수가 점점 줄고, 학교가 통폐합되면서 멀리서 학교를 이용하는 친구들을 위한 스쿨버스가 나오고, 입시과열로 학원차가 방과후에 데리러오고, 수업 외 자율학습이 생기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농촌마을문고는 이제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힘들어지고, 아예 다른 모색이 필요했다. 그래서 매일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이 아닌 주말에만 오는 '텃밭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다.  

 

 

농촌이 아닌 전원 그리고 매일의 도서관이 아닌 주말 도서관


큰 그림에서 마을문고가 텃밭도서관으로 자리 잡아 온 과정은 농촌이라는 공간의 위치가 어떻게 재편되어왔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난 농촌은 매일의 공간이 아닌 주말의 공간, 경험이 아닌 체험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주 이용자인 아이들과 청년이 없으니 농촌의 일상에 도서관이 끼어들 틈은 점점 좁아졌다. 텃밭도서관은 이에 맞추어 매일이 아닌 주말에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와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결과이다. 도서관만으로는 팍팍하기에,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게 되었다. 

연못을 파고 나무 사이에 해먹을 달아매고, 원두막을 짓고 그곳에 책꽂이를 달아매고, 평상에도 널 부러 질수 있게 하고 이것저것 농촌의 모습을 재미있고 수선스럽게 느끼게 하려 했다.

아이들은 주말에 편안한 마음으로 놀러 와서, 책도 읽고 감물 들이는 자연염색도 배운다. 또한 못에서 배도 타보고, 해먹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주로 오는 친구들은 이웃 읍과 군 소재지의 친구들이다.

부모님과도 오고, 선생님의 지도하에 대규모로 오기도 한다. 책, tv, 인터넷과 같은 간접체험에만 크게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2천 평이 되는 텃밭과 집,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체험의 장이다.

목마. 쪽배. 굴렁쇠. 당나귀. 불 뗀 방. 염색체험  등을 체험할 수 있고, 중간 중간 5천 8백여 권의 책도 읽고 잠도 들 수 있다. 주말에 쉽게 오게 하기 위해서 텃밭도서관까지 오는 길도 넓게 닦았고, 인터넷으로 카페를 만들어서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저 먼 과거도 아닌 단 30-40년밖에 지나지 않은 농촌의 모습과 생활환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텃밭도서관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한국 도서관 기행 (6) ~ '자연과 도서관'편은 이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과연 어떤 도서관일까요? 기대해주세요. :-)





반비 블로그에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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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산책자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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